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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nry Mar 10. 2024

가장 치명적이고, 가장 매혹적인 버블


버블은 은행과 함께 시작했다. 

인류는 역사적으로 몇 차례의 커다란 경제 버블을 경험했고, 그것이 터지면서 많은 사람이 파산하고 심지어 죽음에 이르는 경험을 했다. 한창 잘 나갈 때 사람들은 광기에 사로잡혀 이성적 판단을 상실하고 오직 떼돈 벌 욕심으로 전 재산을 투자했다가 한순간에 거지 신세로 전락했다.


17세기 들어 네덜란드는 동인도회사를 설립하여 세계 무역을 독점하였고, 세계 최초로 주식회사를 탄생시켰다. 이때 네덜란드 경제의 황금시대가 열렸고, 수많은 은행에서 신용통화를 창출했다. 수도 암스테르담에는 돈이 넘쳐났고, 사람들은 튤립 구근에 투자해서 떼돈을 벌겠다는 혈안이 되었다. 인간의 탐욕과 광기가 거대한 경제 버블을 만들었고, 이것이 터지면서 여기에 투자한 사람들은 하루아침에 큰돈을 날렸다. 1636년에 시작한 버블이 1637년에 터지기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1년도 되지 않는다.


다음으로 널리 알려진 경제 버블은 1719년 말에 시작해서 1720년의 약 1년 사이에 영국에서 일어난 남해(South Sea) 회사의 버블이다. 남해회사가 라틴 아메리카로부터의 무역 독점권을 받는 대가로 영국 정부의 빚을 인수하겠다고 제안하면서 시작되었다. 이에 따라 남해회사 주식이 급등했으나, 실제 이익이 기대에 못 미치자, 주가는 폭락했다. 그 결과, 이 회사 주식에 투자한 많은 사람이 큰돈을 잃는 일이 벌어졌다. 남해회사 버블의 붕괴는 영국 경제와 사회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쳤고, 금융 시스템의 신뢰도에 타격을 주었다.


영국에서 남해회사 버블이 터지는 같은 기간에 공교롭게도 프랑스에서도 미시시피 버블이 터졌다. 북미 신대륙의 무역 독점권을 가진 미시시피 회사의 주가가 급등했다가 불과 1년도 못되어 폭락하는 일이 벌어졌다. 또 비교적 최근에 일어난 2000년의 닷컴 버블 붕괴는 많은 피해자를 낳았고, 고통스러운 2008년의 금융위기를 불러온 것은 미국 주택 가격 버블 붕괴이다.


역사 속에서 경험한 버블은 은행을 중심으로 한 근대적 금융 시스템의 신용 통화 창출에서 비롯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버블 발생은 급격한 통화 팽창과 신용 통화의 남발이 인간의 투기적 욕망이 결합한 과열 투기 현상이다. 대부분 저금리 시대에 투자할 곳을 찾던 돈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거품이 일었고, 거품이 터지면서 많은 사람이 나락으로 떨어졌다. 


가장 치명적이고 논쟁적인 비트코인 버블

지금까지의 버블은 짧게는 6개월에서 길게는 5년 안에 모두 터졌다. 그렇게 버블이 터지고 나면, 그 자산은 두 번 다시 회생하지 못하고 역사에서 사라졌다. 튤립은 졌고, 남해회사와 미시시피회사는 망했다. 수많은 닷컴 기업도 버블이 터지면서 사라졌고, 심지어 180년 전통의 리먼 브러더스 은행도 문을 닫았다. 만일 미국 정부가 돈을 대주지 않았다면, 더 많은 은행의 이름이 우리 뇌리에서 잊혔을 것이다. 한 번 버블이 터진 자산은 끝내 살아남지 못하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오마하의 현인이라 불리는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은 비트코인은 쓰레기이고, 3만 원을 주고 비트코인을 사라고 해도 거절하겠다고 말한다. 그의 생각을 나무랄 마음은 없지만, 시세가 9천만 원을 훌쩍 넘는 자산을 단돈 3만 원에 준다고 해도 안 산다고? 정말 현인인지, 아니면 아날로그 시대의 기술에 집착하는 사람인지 헷갈린다. 워런 버핏뿐만 아니라 수많은 세계적 석학이나 금융 권력자들도 한결같이 비트코인은 거품이고 거품은 터지게 마련이라고 주장했다. 사실 그들의 주장을 증명하듯 비트코인 가격은 몇 차례나 폭락을 경험했다.


사람들은 최근 일고 있는 비트코인 가격 상승 현상을 인간의 광기가 부른 거품 현상이라고 부르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따지고 보면, 비트코인은 인류가 발명한 수많은 자산 가운데 가장 논쟁적이고 가장 치명적인 것이라 볼 수 있다. 어쩌면 비트코인 팬층에게는 가장 매혹적인 버블일지도 모른다. 많은 현인의 예언에도 불구하고 2009년 처음 등장한 후 15년이 지난 지금까지 살아남았다. 아니 그때보다 더 높은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다. 더 많은 마니아가 참여하고, 더 많은 커뮤니티가 결성되었다.


2016년 이후에만 해도 비트코인은 4차례의 폭락과 4차례의 폭등이라는 기이한 장면을 연출했다. 지금까지 인류 역사에서 어떤 자신이 이렇게 폭등과 폭락을 반복하면서도 살아남았는가. 또 아무 가치도 없는 쓰레기에 불과하다는 그 참혹한 비난 속에도 이렇게 오래 버티는 자산을 본 적이 없다. 


왜 비트코인은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저점을 높여가면서 몸값을 불려 왔을까. 그것이 참으로 궁금하다. 어쩌면 우리는 지금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자산을 만난 건 아닐까. 그런 관점에서 비트코인과 암호화폐에 대한 시각을 달리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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