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양자컴퓨터가 만드는 새로운 기회: 제4의 물결

by Henry
구글이 실험 중인 양자컴퓨터 시스템



99.9999%가 비어 있는 세상

2024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에 이론 수준에 머물던 양자역학 현상을 실험으로 증명한 양자물리학자가 선정됐다. 그 결과 아이온큐를 포함한 양자컴퓨터 스타트업 기업의 주가가 급등락을 거듭한다. 기술의 진화는 확실하지만, 개별 기업의 성공은 불확실하다.


이상한 동시성이 눈에 띈다. ChatGPT가 출시된 지 2년, AI는 이미 일상이 되었다. 그리고 지금, 양자컴퓨터가 실험실을 벗어나고 있다. AI가 소프트웨어 혁명이라면, 양자컴퓨터는 하드웨어 혁명이다. 두 기술이 만나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누가 양자컴퓨터 시대의 주인공이 될 것인가? 어떤 기업에 투자할까? 제대로 투자하면 10년 후 100배에서 1,000배 가까이 성장한다고 한다. MS와 구글, 그리고 아마존이 그랬다. 그렇다면 AI와 양자컴퓨터의 결합은 우리 생의 마지막 황금 기회가 아닐까? 그것을 알기 위해 원자 내부의 전자 이야기를 먼저 들어보자.


나는 전자다. 지금, 이 순간에도 여러분의 몸속에서, 주변의 모든 물질 속에서, 나와 같은 무수한 전자들이 쉼 없이 움직이고 있다. 내 세상은 너무 작다. 이해를 돕기 위해 내가 사는 원자를 지구만큼 크게 확대해 보자.


지구를 원자라고 하고, 그 중심을 서울 종로 1가 1번지라고 하자. 그곳에 야구공 하나가 놓여 있다. 이것이 원자핵이다. 지구 크기의 원자에서 전자는 어디에 있을까? 한반도 끝자락이나 일본 열도 어딘가를 떠돌고 있다. 지구만큼 키워도 그 안에는 야구공 크기의 원자핵과 그보다 수만 배 작은 점인 나, 전자만 있다.


그렇다면 나머지는? 아무것도 없다. 야구공과 전자를 뺀 원자 내부는 99.9999%가 공간이다. 여러분이 만지는 책상도, 여러분 몸도 사실은 거의 전부가 진공인 셈이다.


책상을 이루는 원자의 99.9999%가 공간이라면 왜 부서지지 않을까? 왜 내 손이 책상을 뚫고 지나가지 않을까? 답은 1초에 수억 번 움직이는 전자들이 만드는 전자기적 반발이 단단한 벽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고속 회전하는 대형 선풍기 앞에 서면 몸이 뒤로 밀려난다. 대형 선풍기가 강한 힘으로 공기를 밀어내기 때문이다. 초고속 전자는 이보다 더 강한 힘을 만든다. 그 힘이 원자 내부 공간을 채우기 때문에 원자는 붕괴하지 않고 버틴다.


이해가 안 된다고? 당연하다. 양자 세계는 우리의 일상적 직관과 완전히 다르게 작동한다. 이것이 우주의 실제 모습이다. 놀랍지 않은가?


도시에만 있고, 그 사이는 존재조차 하지 않는다

원자 내부에서 전자는 핵 주변의 어느 위치에나 자유롭게 존재할 수 없다. 전자는 특정한 에너지 단계(준위)에서만 존재할 수 있다. 초기 과학자들은 전자가 핵을 중심으로 정해진 궤도를 돈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더 복잡하다.


정확히는, 전자는 정해진 경로를 따라 도는 것이 아니라 핵 주변 특정 에너지 단계에 구름처럼 퍼져서 존재한다. 전자가 측정 전까지 여러 위치에 동시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전자가 가질 수 있는 에너지 양이 불연속적으로 정해져 있다는 점이다. 마치 계단처럼 1층, 2층, 3층의 에너지 상태만 가능하고 1.5층의 에너지 값을 갖지 않는다. 과학자들은 이를 '양자화된 에너지 단계(준위)'라고 부른다.


중요한 것은 전자가 1층에서 2층으로 이동할 때 그 사이 1.5층을 거치지 않고 순간적으로 점프한다는 사실이다. 전자도 정해진 에너지 단계 사이의 중간값은 가질 수 없다. 과학자들은 이를 '양자 도약'이라고 부른다.


지도로 비유하자. 원자핵을 서울 한가운데 야구공이라 한다면, 가장 가까운 에너지 단계의 전자는 수원이나 분당 정도에 존재하고, 더 높은 에너지 단계는 부산, 심지어 도쿄나 뉴욕까지 멀어질 수 있다.


전자는 양자화된 에너지 값을 갖는 이 도시들에만 있고, 그 사이는 존재조차 하지 않는다. 에너지가 변하면 중간 과정 없이 한 영역(예를 들어 부산)에서 사라졌다가 다른 영역(예를 들어 뉴욕)에 나타난다.


공중에서 회전 중인 동전과 양자 중첩

양자 세계에는 더 기묘한 특징이 있다. 전자의 위치나 에너지를 측정하기 전까지, 전자는 여러 가능한 상태에 동시에 존재한다. 이것이 '양자 중첩'이다.


동전을 던져 보자. 동전이 공중에서 빙글빙글 돈다. 우리 눈에는 동전의 앞면과 뒷면이 빠르게 교차한다. 아주 짧은 시간을 쪼개 보면 앞면과 뒷면이 분명하게 구분된다. 매 순간 정확히 구분되지만, 우리 눈에는 연결돼 보일 뿐이다. 관측하든 안 하든 동전은 원래부터 앞면 아니면 뒷면, 둘 중 하나라는 것이 우리가 보는 세상의 이치다.


양자 세계는 완전히 다르다. 관측하기 전까지 동전은 앞면과 뒷면 중 하나가 아니다. 정말로 앞면이면서 동시에 뒷면이다. "빠르게 뒤집혀서 그렇게 보이는" 것도 아니다. 관측 전까지 그 동전은 물리적으로 앞면과 뒷면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상자를 여는 순간, 그제야 동전은 앞면 또는 뒷면으로 결정된다. 이것이 양자 중첩이다.


말이 안 된다고? 지난 100년간의 실험은 양자 중첩이 옳다는 것을 증명했다. 전자는 우리가 보기 전까지 정말로 여러 상태에 동시에 존재한다. 노벨상을 받은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도 이렇게 말했다. "양자역학을 이해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양자역학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비트 vs 큐비트: 세상을 바꿀 차이

일반 컴퓨터는 '비트'로 작동한다. 비트는 0 아니면 1이다. 전등 스위치가 꺼져 있거나(0) 켜져 있거나(1), 둘 중 하나다. 10개의 비트로 1,024가지 조합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어느 한순간에 0101010101이라는 값을 가지고 있다면, 그 순간 다른 1,023개 조합은 사용할 수 없다.


양자컴퓨터의 '큐비트'는 0과 1을 동시에 가질 수 있는 양자 중첩을 활용한다. 전등이 꺼져 있으면서 동시에 켜져 있고, 회전하는 동전이 앞뒷면을 동시에 품고 있는 것처럼. 10개의 큐비트는 2의 10승(1,024가지) 상태를 동시에 갖는다. 큐비트 숫자가 늘면 2ⁿ으로 다룰 수 있는 상태가 기하급수적으로 폭발한다.


예를 들어 100개의 갈림길이 있는 복잡한 미로에서 출구를 찾아야 한다고 생각해 보자. 일반 컴퓨터는 첫 번째 길로 가본다. 막혔다. 돌아와서 두 번째 길로 간다. 또 막혔다. 이렇게 하나씩 시도한다.


양자컴퓨터는 모든 경로를 동시에 탐험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양자 간섭—양자 상태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현상—을 통해 틀린 경로들은 상쇄되고, 올바른 경로는 강화된다. 결국 측정할 때 정답이 높은 확률로 나타난다.


하지만 마법은 아니다. 측정하는 순간 중첩 상태는 붕괴하고 하나의 답만 얻는다. 모든 문제에 유리한 것도 아니다. 특정 유형의 문제—암호 해독, 신약 개발, 복잡한 최적화—에서 양자컴퓨터는 기존 컴퓨터가 수천 년 걸릴 문제를 몇 분 만에 풀 수 있다.


AI와 양자컴퓨터의 만남

여기서 AI가 등장한다. ChatGPT는 1,750억 개의 매개변수를 학습했다. GPT-4는 그 10배다. 하지만 현재 AI의 한계는 명확하다. 학습에 드는 에너지가 천문학적이고, 복잡한 최적화 문제에서는 여전히 한계를 보인다.


양자컴퓨터는 AI의 이 한계를 돌파할 수 있다. 양자 머신러닝은 방대한 데이터를 동시에 처리하고, 최적의 패턴을 기존 방법보다 수천 배 빠르게 찾아낸다. 신약 개발에서 분자 구조 시뮬레이션, 금융에서 포트폴리오 최적화, 물류에서 최적 경로 계산까지. AI가 '무엇'을 할지 결정한다면, 양자컴퓨터는 '어떻게' 할지를 가장 빠르게 계산한다.


구글은 이미 양자 AI 연구소를 운영 중이다. IBM은 양자 클라우드 서비스와 AI를 결합하고 있다. 누군가는 이 결합을 "AI의 뇌에 양자컴퓨터라는 슈퍼엔진을 다는 것"이라 표현한다.


제4의 물결, 아니면 황금의 마지막 기회?

1980년대 PC 혁명. 마이크로소프트는 설립 10년 만에 시가총액 1,000억 달러를 돌파했다. 1990년대 인터넷 붐. 구글은 창업 6년 만에 상장했고, 초기 투자자들은 수천 배 수익을 올렸다. 2000년대 스마트폰 혁명. 애플은 아이폰 출시 후 10년간 주가가 20배 올랐다.


이 세 번의 파도를 모두 놓쳤다고? 괜찮다. AI와 양자컴퓨터가 제4의 물결이다. 어쩌면 우리 생애 마지막 황금 기회일지 모른다.


하지만 이번은 다르다. 과거 세 번의 혁명은 하나의 기술이 세상을 바꿨다. 이번은 두 개의 혁명이 동시에 온다. AI는 이미 일상이 되었고, 양자컴퓨터는 실험실을 벗어나고 있다. 두 기술이 만나는 교차점. 그곳에 황금이 있다.


양자컴퓨터는 까다롭다. 영하 273도, 절대영도에 가까운 극저온. 우주보다 더 차가운 환경 속에서만 작동한다. 작은 진동 하나에도 계산이 무너진다. 우주에서 날아오는 방사선 한 조각도 오류를 만든다. 비용? 천문학적이다.


그럼에도 전 세계 기업들은 달려간다. IBM은 127 큐비트 시스템을 만들어냈고, 2033년까지 10만 큐비트 목표를 세웠다. 구글은 53 큐비트 '시카모어'로 세계를 놀라게 했다. 중국의 판젠웨이 연구팀은 광양자컴퓨터로 세상을 뒤집었다. 아이온큐, 리게티, 디웨이브 같은 스타트업들도 전장에 뛰어들었다.


IBM,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이들은 막대한 자본과 인프라를 보유했다. 양자컴퓨터가 실패해도 클라우드, AI, 검색으로 버틴다. 하지만 몸집이 너무 크다. 양자컴퓨터 사업이 성공해도 주가가 수백 배 오르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아이온큐, 리게티, 디웨이브. 이들의 시가총액은 빅테크의 1%도 안 된다. 하지만 양자컴퓨터 하나에 모든 것을 걸었다. 100% 올인. 성공하면? 1,000배. 실패하면? 제로다.


위험은 얼마나 클까? 1990년대 말 닷컴 열풍 때 수천 개의 인터넷 기업이 생겨났다. 하지만 2000년 버블이 꺼지면서 90% 이상이 사라졌다. 양자컴퓨터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지금 당신이 고른 기업이 살아남을 확률은? 10% 미만일 수 있다. 투자금을 모두 잃을 각오가 되지 않는다면 스타트업에 손대지 마라.


어떻게 할까?

여윳돈으로 미래의 티켓을 사라. 잃어도 밤잠 설치지 않을 돈. 예를 들어 100만 원. 매일 주가를 확인하지 마라. 분기 실적에 일희일비하지 마라. 기회를 잡는다면 10년 후 수십 배에서 수백 배로 성장할 수도 있다.


하지만 무작정 손대지 마라. 양자 중첩이 무엇이고, 왜 그것이 혁명적인지. 그리고 큐비트가 뭔지는 알아야 한다. AI가 왜 양자컴퓨터를 필요로 하는지도 이해해야 한다.


혁명은 이미 시작됐다. 양자컴퓨터는 더 이상 공상과학이 아니다. 2019년 구글이 양자 우위를 입증한 순간, 이론은 현실이 됐다. 2024년 노벨 물리학상이 양자물리학자에게 돌아간 것은 우연이 아니다. ChatGPT가 2년 만에 세상을 바꾼 것도 우연이 아니다.


AI와 양자컴퓨터. 소프트웨어 혁명과 하드웨어 혁명. 두 물결이 하나로 합쳐지는 지금, 역사상 가장 큰 기회가 열리고 있다.


10년 후, 당신은 어디에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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