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의 불꽃이 타오르는 미술품 경매

'모나리자'와 '살라토르 문디'의 경제학 4

사진 출처 https://www.khan.co.kr/culture/culture-general/article/201903211910021

그림의 '승자독식'

'살바토르 문디' 같은 유명 작품은 이름값을 톡톡히 한다. 이미 세계적 명성을 얻은 작품들이 경매에서 거래된다. 그림의 예술성과 동시에 투자의 안정성을 생각하는 구매자들은 신진 작가의 작품보다 유명 작품을 선호한다. 뒤집어 말하면, 경매 시장에 오를 정도면 예술성과 미학적 우수성을 인정받았다는 뜻이다. 당연히 비평가의 좋은 평가도 따른다. 그런 작품들만 경매에 오를 수 있다. 이쯤 되면 그림 가격은 어느 정도 보장을 받은 셈이다.

경매 시장의 리스트에 오르기 위해서는 상당한 명성을갖지 않으면 안 된다. 이런 사정 때문에 일부 유명 작품만 경매 대상이 된다. 또 어렵사리 경매에 올랐다고 해도 화가의 유명도가 따라 그림값은 천차만별이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나 고흐 같은 유명 화가의 그림값은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그림의 세계에서도 몇몇 작품이 돈을 쓸어 담는 '승자독식' 현상이 나타난다. 게다가 미술품의 가격에만 초점을 언론의 보도 형태 때문에 미술품 경매 시장이 극단적안 상업화의 길로 내달린다.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화가나 신진 작가의 작품은 경매 회사의 문턱을 넘을 수 없다. 사람들은 잘 팔리지 않는 그림에 거액을 주고 투자하기를 꺼린다. 그렇다고 신진 작가나 무명 화가는 영영 그림을 팔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니다. 화가도 사람인지라 수입이 있어야 작품 활동을 계속할 수 있다. 갤러리와 화랑은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화가들을 위해 전시 공간과 판매 기회를 제공한다.

갤러리의 주된 역할은 미술가를 발굴하고 전시를 통해수집가들에게 소개하는 것이다. 갤러리는 작가와 미술품 애호가를 연결하고, 미술 시장의 저변을 확대한다. 무명작가에 전시 기회를 주는 것과 동시에 감상하러 온 사람에 작품을 판매하는 기회도 준다. 이를 통해 화가들은 계속 작품 활동을 이어간다. 때에 따라서 갤러리들은 화가의 작품 제작비와 생활비를 지급하여 작가를 발굴하기도 한다. 갤러리와 화랑이 많이 생기면 화가뿐만 아니라 그림 좋아하는 사람도 환영할 일이다.

경매시장에 뛰어들면 왜 흥분할까?       

이제 그림의 가치는 화가의 손을 떠났고, 갤러리의 손도 떠나 경매 시장으로 넘어왔다. 크리스티나 소더비 같은 세계적인 경매회사의 리스트에 오르는 순간 몸값은 또 한 번 도약의 순간을 맞는다.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 그림 경매에 참여하면 묘한 경쟁 심리가 작용한다. 호가가 호가를 부르고, 높은 가격은 더 높은 가격을 부른다. 예상 가격은 늘 예상으로만 끝나고 실제 가격은 그보다 높게 책정된다. 경매회사가 그림값을 끌어올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구매자는 왜 처음 생각했던 액수보다 더 많은 액수를 지불할까. 경매장의 열기도 한몫한다. 후끈 달아오른 분위기를 보면서 그림의 미래를 점쳐 본다. 내로라하는 그림 전문가들이 경쟁적으로 호가를 부르는 상황이면 분명 가격은 더 오를 것이라는 확신을 갖는다. 미래 가격에 대한 기대 심리가 발동하면서 과감하게 주머니를 열고 배팅에 참여한다. 미술품 경매시장은 우리 마음속에 자리한 욕망의 불꽃을 활활 타오르게 한다.       

       

이렇게 이야기하니까 예술작품은 너무 돈으로만 따지는 것 같아 속물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현실이 그러한 것을 구태여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시장경제에서 가치는 몸값의 크기로 평가받는 것이 상식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도, '살바토르 문디'를 5,000억 원이나 넘는 거금을 주고 사는 구매자는 또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에게는 앞에서 지적한 이유도 다 맞는 말이지만, 그 보다 다른 이유가 있어 그림을 구매했을지도 모른다.     

상품의 가격은 수요자와 공급자의 욕구가 만나는 지점에서 결정된다. 흔히 그 재화의 소비를 통해 수요자가 느끼는 만족감이 크면 클수록 가격은 올라간다. 만족감의 크기는 현재 그 작품의 인기도가 반영되고, 동시에 미래의 가치의 전망도 중요하다. 흔히 투자라는 이름으로 미래의 만족도를 현재 가치로 환산하는 작업도뒤따른다. 현재의 수요와 장래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주는 예상 가격이 그림의 가격을 상승적으로 끌어올린다.                               

여기서 한 가지 더 고려할 사항이 있다. 구매자가 동원할 수 있는 자금의 규모다. 경제 이론에서 말하는 예산 제약의 정도도 구매에서 매우 중요한 변수가 된다. 주어진 예산 제약 아래서 최고의 만족감을 얻고자 하는 행동을 합리적인 소비라 말한다. 하긴 모든 사람이 과연 이렇게 합리적으로 행동하느냐는 것은 단언하기 힘들다. 그러나 우리가 물건을 구매할 때 요모조모 따지고, 여러 군데의 가격을 비교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 까닭은 바로 자신의 한정된 예산을 고려해서 최상의 선택을 하려는 합리적 소비 행동에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