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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nry Jan 02. 2023

불의 요리와 별난 침팬지의 몸매 혁명

음식이 만들어준 작은 턱과 날씬한 허리

치즈를 곁들인 야채샐러드, 생굴과 배 무침, 감자가 있는 생갈비 구이. 나름 의미를 담은 새해 첫날의 점심이다. 생갈비는 딱딱해지지 않게 미디엄으로 구웠다. 굴 무침은 상큼하고 야채 샐러드는 신선하다. 야채 샐러드 옆에 있는 호밀 식빵 두 조각은 장식용이다. 가짓수는 적어도 꽤 먹을 만하다. 고기는 부드럽게 익혔고, 굴 무침과 야채 샐러드도 소화하기 좋은 음식이다. 


음식 이야기를 하는 것은 오늘 글의 주제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번 글에서 별난 침팬지가 나무에서 내려오면서 인류 문명의 장대한 첫걸음이 시작됐다고 했다. 이들은 두 발로 걷고, 두 팔을 휘저으며 도구를 만들고 집단으로 사냥했다. 거대한 덩치의 매머드를 사냥하기 위해 무리 지었고, 살아남기 위해 그들은 소통하고 대화했다. 땅으로 내려온 별난 침팬지는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서서히 인간의 모습을 갖추었다. 


처음 나무에서 내려온 별난 침팬지는 두뇌나 몸매가 지금의 침팬지와 같았다. 볼록 튀어나온 배, 펑퍼짐한 허리, 앞으로 돌출한 잎, 작은 두뇌를 가졌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별난 침팬지의 두뇌는 커지고 머리는 좋아졌다. 입, 허리 등 몸매는 누가 봐도 인간과 침팬지가 확연히 다르다. 인간의 두뇌의 크기와 몸매에는 혁명적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인간의 머리가 좋아진 데 대해서는 많이 알려져 있다. 도구를 발병하고, 언어를 사용하고, 사회적 소통을 하는 능력이 인간의 지능을 비약적으로 발전시켰다. 머리가 좋아지기 위해서는 먼저 두개골 자체거 커져야 한다. 또 체형이 바뀌기 위해서는 습식관의 변화가 일어나야 한다. 이 두 가지를 가능하게 한 것이 불을 이용해서 요리하는 능력이다. 불을 사용해 만든 음식이 별난 침팬지의 몸매 혁명을 불러왔다. 


불의 요리가 인간의 두뇌와 체형 변화에 크게 기여했다고 주장하는 대표 주자가 하버드대학교 문화인류학과 교수인 리처드 랭엄(Richard Wrangham)다. 그는 저서『요리 본능』(사이언스북스, 2011)에서 자연에서 구한 식재료를 불로 익혀 요리하는 인간의 능력이 오늘날과 같은 인간의 모습을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불로서 음식을 요리하는 능력이 침팬지와 인간 사이에 두뇌의 크기와 몸매를 다르 게 만든 결정적인 이유라고 주장한다. 랭엄의 주장에 따르면, 불을 이용해서 음식을 익히거나 삶아 먹는 요리법의 발견은 인류 문명 발전에 획기적인 사건이다.  



사진 출처 : https://news.mt.co.kr/mtview.php?no=2014100209598226677


『우리 몸의 연대기』(웅진지식하우스, 2018)의 저자 하버드 대학의 인간진화생물학과 교수 대니얼 리버먼(Daniel E. Lieberman)도 같은 주장을 한다. 그는 자신의 저서에서 인류의 진화에서 모든 것이 먹는 것에 달렸다고 말한다. 침팬지는 야생 무화과, 야생 포도, 야자열매 같은 과일들을 먹고, 매일 깨어 있는 절반을 이것들을 씹는 데 쓴다. 잠자는 시간 말고는 온종일 먹고 씹기 위해 생활하는 것이 침팬지의 생활이다. 질기고 단단하고 섬유소가 많은 음식을 우적우적 씹어야 하는 침팬지는 단단한 턱과 튀어나온 입을 가졌다.      


부드러운 음식이 중요해

인간은 오랜 진화를 거듭한 끝에 부드럽고 소화하기 쉬운 가공 음식을 주로 먹는다. 그 덕분에 씹는 데 쓰는 시간을 모두 더해도 하루에 30분이 채 되지 않는다. 나무에서 내려온 침팬지는 나무에 달린 과일 등 딱딱한 음식만 먹지 않는다. 땅에서 음식을 구하고 불을 사용해 익혀 먹을 줄도 알았다. 부드러운 음식은 인간의 몸에 큰 변화를 일으켰다. 대니얼 리버먼도 우리의 작은 턱, 잘록한 체형, 작은 치아의 모양과 크기가 부드러운 음식 덕분이라고 말한다. 


인간이 불로 조리한 음식을 먹기 시작하면서 소화에 필요한 시간과 에너지를 대폭 절감하였다. 그 결과 두뇌로 보내는 에너지의 양이 대폭 증가하고 인지능력이 비약적으로 발전하였다. 불에 익히거나 삶은 음식은 부드러워져서 소화하기가 한결 수월해졌다. 약간의 힘으로도 음식을 씹을 수 있게 되었기 때문에 턱관절이 약해지기 시작했다. 음식을 한꺼번에 많이 삼키지 않아도 충분한 열량을 얻게 되자 입 크기도 작아졌다. 얼굴 형태가 부드럽고 둥근 형태로 변화하였으며 소화에 필요한 장기의 크기도 자연스럽게 작아졌다.


최근 라이브사이언스지(www.livescience.com)는 네안데르탈인이 멸종하고 호모사피엔스가 지구의 주인이 된 결정적인 이유는 화식(火食)을 하느냐 못하느냐의 차이였다고 발표하였다. 이 잡지는 네안데르탈인이 호모사피엔스와 달리 불을 사용하지 않고 날것을 먹었는데, 이 때문에 멸종했다는 미국 보스턴대학교와 영국 배스대학교의 합동 연구진의 주장을 인용하였다.


불을 이용해서 요리한 음식을 먹었던 인류의 조상은 날것을 먹을 때보다 더 많은 열량을 섭취할 수 있었다. 증가한 열량의 상당 부분은 인류의 두뇌를 성장시키는 데 사용되었다. 그 덕분에 인류의 다른 어떤 동물보다 발달한 두뇌를 갖게 되었고, 인지 혁명에 성공하고 소통하는 언어를 발달시켰다. 언어를 이용해 공동 작전을 펼칠 줄 아는 호모 사피엔스는 그렇지 못한 네안데르탈인을 이길 수 있었다.


약 3만 년 전까지도 지구에서 가장 큰 세력을 이루었던 네안데르탈인은 화식을 하지 않았다. 그들은 부드러운 음식이 제공하는 풍부한 에너지를 제공받을 수 없었다. 그 결과, 네안데르탈인의 두뇌가 발달하지 못했고, 소통과 협력의 언어도 만들 수 없었다. 그들은 불의 요리를 즐겼던 호모 사피엔스에게 지구의 패권을 넘겨주었다. 인류의 진화에는 많은 것들이 이바지했지만, 불을 이용해 익힌 요리의 기여도가 만만치 않다는 주장도 새겨들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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