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라면 요리 지중해 요리를】1
라면만 가지고서는
요리라곤 달랑 하나, 라면 하나로 버텼다. 그걸 요리라고 말하기가 민망하다. 가끔 된장찌개나 김치찌개도 끓였다. 한두 숟갈 맛을 보고는 아이들도 차례로 식탁을 떠났다. 결론은 늘 혼자 처리하는 것으로 끝났다. 내게는 넘치는 의욕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것이 요리다.
라면 끓이기는 그나마 실패가 적다. 워낙 간단하고 매뉴얼대로만 하면 되니까 말이다. 적당량의 물에다 라면을 넣고 3분 정도 끓인 후 수프를 넣는다. 계란 하나를 투입하고 대파를 썰어 넣으면 끝이다. 심지어 한국 라면을 좋아하는 외국인들도 이 정도는 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누가 요리할 줄 아느냐고 물으면 당황스럽다.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할 말이 없다. 이래서는 안 되겠다. 이참에 정식으로 요리를 배워야겠다. 그래!! 제대로 배워서 제대로 된 음식을 만들자. 이런 생각을 친하게 지내는 요리학원 원장님께 요리를 말했다. 원장님이 자기 일처럼 무척 좋아한다. 격려는 당연히 보너스로 따라왔다.
그렇다고 내가 요리사가 되겠다는 것은 아니다. 입맛에 맞는 음식을 만들겠다는 뜻이다. 하기야 열심히 하다 보면 요리사가 될 수도 있겠지. 우선은 제대로 된 요리 만들기가 목표다. 한식보다 양식에 관심이 더 간다. 마침 방학이고 하니 여름 방학 서양 요리반에 등록하는 것으로 했다.
아자, 이제 지중해로 가는 거야. 몸은 못 가도 마음은 이미 지중해에 있다. 코발트블루와 울트라마린블루 그리고 인디고블루가 눈부신 바닷가에 내가 있다. 지중해 요리를 만드는 소박한 꿈을 실현하자!!
왜 하필 지중해 요리냐고? 음식은 사람의 생각과 성격에 큰 영향을 끼친다. 지중해의 바람만큼이나 지중해 음식은 부드럽다. 이탈리아 남부의 경쾌함과 그리스의 발랄함은 지중해와 에게해 요리 덕분일 것이다. 그런 요리를 먹고 부드럽게 살아보려 한다. 또 지중해 식단은 건강식으로도 유명하다. 전통 그리스 식단은 심장병과 암을 줄인다. 성인병을 낮추는 데 딱 맞다. 이만하면 지중해 요리를 배우는 충분한 이유가 될 듯하다.
어디까지가 지중해 요리냐고? 지중해(地中海, Mediterranean Sea)는 스페인, 프랑스, 이탈리아, 그리스, 터키가 접한 바다다. 북아프리카의 모로코와 튀니지, 리비아도 지중해와 맞닿아 있다. 북쪽은 유럽, 남쪽은 아프리카, 동쪽은 아시아로 둘러싸인 한 가운데 있는 바다라는 뜻이다. 대서양을 통해 스페인과 모로코가 마주한 지브롤터해협(Gibraltar Strait)을 지나면 그때부터 지중해가 시작된다.
이들 지방에서 나는 올리브 오일, 마늘, 신선한 채소, 해산물, 고기를 이용해 요리한다. 지중해 요리도 종류가 하도 많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걸 다 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모르기 때문에 배우는 것이니 선생님께 물어봐야 할 것 같다.
야무진 꿈을 꿨지만, 아쉽게도 이번에는 양식 요리반이 열리지 않는다. 원래 여름에는 양식 요리 수강생 모집이 잘 안되고, 겨울방학 때 학생이 많이 등록한다. 아, 양식 요리반이 계절을 탄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그렇다고 찬 바람 불 때까지 마냥 기다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당찬 포부가 꺾이는 같아 당황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일까? 원장님이 따로 지도해 준다니, 이런 영광이 어디 있을까. 기능장인 원장님 직강을 받다니, 이만하면 완전 대박이다. 약간 풀 죽고 실망하는 내 표정을 읽어서 그런 걸까? 아마 여름 요리반이 불발되자 기운 빠지지 말라고 계획을 한 모양이다.
첫 쾌락이자 마지막 쾌락을 위해
“식사의 쾌락은 다른 모든 쾌락이 사라진 후 마지막까지 남아 우리에게 위안을 준다."
프랑스의 법률가이자 미식 평론가 쟝 브리야 사바랭(1775~1826년)이 한 말이다. 200년도 더 전에 그는 식욕의 끈질김을 정확하게 꿰뚫어 보았다.
맞아. 우리는 태어나자마자 먹는 즐거움을 배운다. 갓난아기는 생존을 위해 엄마 젖이나 분유를 먹지만, 배불리 먹는 것은 아기의 즐거움이다. 식탐은 사람이 죽는 순간까지 함께한다. 병이 들어 먹지 못할 지경이 아니라면 먹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사는 게 별다른 게 뭐 있나. 살다 보면 힘든 일이야 왜 없을까. 맛있는 요리는 좋은 스트레스 해소책이다. 너무 스트레스받지 말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즐겁게 살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요리할 줄 알아야 한다.
요리도 그냥 한다고 되는 아니다. 제대로 배우고, 익혀야 제대로 된 요리가 나온다. 열심히 공부해 멋진 요리를 대접하고 싶다. 내가 차린 식단에서 사람들이 끝까지 앉아 있게 만들 것이다.
첫 수업을 앞두고 칼을 장만했다. 요리사인 후배가 여분의 칼이 있다면서 초보자용 칼을 선물한다. 우선 이 칼로 시작하고 조금 익숙해지면 그때 좋은 칼을 장만하면 된다고 말한다. 칼을 받으니 마음이 설렌다. 시작은 사람을 흥분하게 하고, 새로운 도전은 기운을 나게 한다.
벌써 마음가짐이 달라진다. 라면만 끓이던 중년 아저씨가 지중해 요리에 도전한다. 실력을 갈고닦아 식구들이 식탁을 떠나는 일이 없도록 해야겠다. 의욕만은 하늘을 찌른다. 뭘 하더라도 집중해서 열심히 하는 것이 정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