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부들의 식사, 까르보나라 스파게티 만들기

【30년 라면 요리 지중해 요리를 2】

by Henry
까르보나라.jpg 까르보나라



요리 배우기 첫날

나는 양식 요리 중에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진 까르보나라야. 웬 중년 아저씨가 지중해 요리를 배운다고 원장님께 부탁했다나 뭐라나. 아무튼 그건 됐고, 이 아저씨 오늘 첫날이라 표정을 보니 깨나 설렌다. 착한 우리 원장님께서 재료를 다 준비해 두셨다. 와서 배우기만 하면 되니 거저먹기가 아닌가. 참, 나 원, 나를 이렇게 쉽게 배워도 되나? 살짝 자존심이 상하지만, 대장인 원장님께서 결정하신 일이니, 찍소리 말아야지.


이 아저씨 보나 마나 첫날이라 많이 버벅거릴 거야. 순서도 뒤죽박죽일 테고, 태워 먹지 않으면 다행이야. 안 봐도 눈에 선하다. 칼질? 초보자도 이런 초보자가 없네. 완전 왕초보구먼. 하긴 듣기로는 30년째 라면 하나로 버텼다니, 말 다했지. 지금까지야 나를 파스타 전문점에 가서 넙죽 잘 받아먹기나 했겠지. 나를 요리한다는 생각을 감히 하기나 했겠어?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모르지만, 뭐 요리 배울 생각은 좋아. 지중해 요리한다고? 그야 생각하는 목표겠지. 아직 요리에 요자도 모르는 사람이 제대로 하겠어? 하루 이틀 지나면 어깨 힘 빼고 요리하는 게 쉽지 않다고 느낄 거야. 먹는 건 거저였지만, 하는 건 장난이 아니라는 사실을 실감하겠지. 내가 아무리 간단해도 제대로 맛을 내려면 시간이 걸려. 그러니 하루 만에 나를 마스터한다고? 나를 뭘로 보는 거야? 그건 욕심이지.


우리 원장님으로 말하자면, EBS 요리 강의도 오래 하셨어. 교육방송이라는 곳이 어떤 곳인가. 세상에 요리사도 많고, 요리 강의하는 선생님들이 한두 사람이야? 모르긴 몰라도 전국적으로 따지면 몇천 명 아니 몇만 명은 될 거야. 그 많은 사람 중에서 떡하니 선발돼서 요리 강의하신 분이야. 물론 조리사 자격증 시험 출제 위원으로도 활동하시지. 그러니 원장님이 얼마나 대단한 분인 줄 알겠지?


이 아저씨 처음부터 나를 만든다고 하네. 사실 기분이 별로야. 그래도 우리 학원의 대장님이 그렇게 하신다니 나야 뭐 따라가야지. 우리 대장님 말씀 잘 듣고 제대로나 만들었으면 좋겠어. 문득 이런 생각이 들어. 그 많은 요리 중에서 왕초보자한테 보여줄 요리로 왜 나를 선택했을까? 그것도 다 이유가 있기 때문이야.


사실 까르보나라 만드는 데는 재료가 많이 안 들어가. 당연히 레시피도 간단하다는 뜻이겠지. 시간도 오래 걸리지 않고 해서 이 아저씨가 처음 배우기는 좋아. 뭐랄까? 초보자에게 요리의 자신감을 불러 준다고 할까? 그렇다고 내가 그렇게 쉬운 요리는 아니야. 만들기야 누구나 하지만, 제대로 된 맛을 내려면 꽤 실력이 필요해. 그러니 지레짐작해서 나를 요리하기 쉽다고 착각하지 마.


숙달된 전문가인 우리 대장님이 설명하고 시연까지 하시네. 역시 화려한 경력과 출중한 실력이 어디 가나. 요리 당사자인 내가 들어도 귀에 쏙쏙 들어와. 그러니 초보자 아저씨고 말귀를 제대로 알아들었을 거야. 나름으로 열심히 적고 이것저것 묻기도 하네. 그 정도면 배우려는 자세는 보여.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하면 요리 실력이 늘 거야.


우리 대장님의 솜씨 일사천리야. 막힘이 없이 금방 뚝딱하고나를 완성하셨어. 늘 느끼는 거지만, 대장님 요리하는 모습은 군더더기가 없어 아름다워. 어쩌면 이리 쉽게 나를 척척 요리할까. 아마 보는 사람도 쉽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할 거야. 그게 우리 대장님의 강의 실력이고 장점이지.


까르보나라, 탄생의 비밀

야, 드디어 초보자 아저씨 차례다. 나도 흥분되고 기대가 돼. 나를 어떻게 요리할까? 제대로 해낼까? 이런 호기심이 발동해. 본격적으로 요리하기 전에 나의 탄생 유래를 들려줄게. 뭐라도 알고 하면 더 재미있고 느낌이 와. 그러면 배우기도 쉬워질 거야.


까르보나라인 나는 언제 어디서 태어났을까? 두 가지 설이 있어. 하나는 까르보나라는 이탈리아 광부들이 먹던 음식이 본래의 나라는 거야. 이탈리아의 아펜니노(appennini) 탄광의 광부들은 매일 바쁘게 살았어. 그들은 탄광에서 일하다 급하게 밥을 먹어야 했어. 그래서 파스타에다 이탈리아식 절인 베이컨, 계란을 이용해서 음식을 즉석에서 만들어 먹은 거야. 이게 내 첫 번째 탄생의 비밀이야.


까르보나라(Carbonara)의 어원은 석탄을 뜻하는 이탈리아어 ‘Carbone’에서 나왔다고 해. 이 말을 들으니 내가 탄광에서 태어났다는 것이 그럴듯하게 들려. 말하자면 나는 석탄 캐는 광부들의 음식이라는 거야. 한편으로는 스파게티 위에 뿌려진 후추가 석탄 모양으로 보였다는 거야. 석탄이 변형돼 까르보나라(Carbonara)라고 불린다는 거지. 어느 경우든 까르보나라는 석탄과 관련이 있긴 있는 모양이야.


두 번째 내 출생의 비밀로 알려진 병사들의 음식이었다는 거야.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이 이탈리아에 주둔할 때 이야기야. 먹을 것이 마땅치 않은 미군들은 가지고 있던 베이컨과 계란 외에 크림을 파스타에 추가해 먹었데. 말하자면 탄광 지역의 원래 내 모습에다 생크림을 듬뿍 섞어 새로 만들었다는 거지. 이렇게 만들어진 까르보나라가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는 말이 있지. 사람들이 많이 먹는 까르보나라가 이렇게 시작됐다는 말씀이지.


자, 이제 본격적으로 나를 요리해 봐. 나 그렇게 만만한 요리가 아니야. 초보자 아저씨 힘내고 제대로 한 번 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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