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생처음 요리한 까르보나라의 미학(未學)

【라면만 30년 지중해 요리 도전기 3】

by Henry

미학(味學)과 미학(美學)의 요리

사람들이 까르보나라를 좋아해. 솜씨 좋은 요리사가 정성 들여 까르보나라를 예쁜 접시 위해 곱게 올려 봐. 과장해서 말하면 사람들은 열광하지. 왜 그런지 알겠어? 그건 까르보나라가 단순히 맛있는 요리를 넘어섰다는 거지. 먹는 즐거움에다 보는 아름다움까지 더했기 때문이야.


원래 요리는 배고픔을 해결하는 수단에 불과했어. 생존을 위해 뭔가 먹어야 했다는 말이야. 그때는 찬밥 더운밥 가릴 형편이 못됐어. 인간이 먹는 문제를 해결한 건 불과 200년 남짓이야. 수백만 년의 긴 세월 속에 요리가 제대로 대접받기 시작한 것은 그리 길지 않아.


옛날에는 사람들이 요리를 경멸했어. 중세가 끝날 때까지 요리를 과도하게 좋아하는 것을 금기시했어. 그런데 천대받던 요리가 어떻게 예술이 되었을까? 궁금하지 않아? 그걸 알기 위해서는 요리의 역사를 알아야 해. 이제부터 그 이야기를 들려줄게.


고대 제국의 황제들은 화려한 성찬을 즐겼어. 로마의 황제들은 음식의 단맛만 보고는 그걸 그 자리에서 뱉었어. 그러고는 또 맛있는 음식을 먹었어. 백성이나 평민들은 여전히 먹을 것이 없어 쫄쫄 먹는 형편에 말이야. 평민은 생존을 위해 먹었지만, 귀족들은 그 시절에도 즐기기 위해 먹었어.


부자들은 맛있는 음식을 찾으면서도, 요리를 지저분한 것으로 취급했어. 요리를 할 때 동물의 피를 보는 것을 천하게 생각했지. 그들은 음식을 탐하는 것을 탐욕의 일종으로 죄악시한 적도 있어. 예나 지금이나 지배계급은 이중적이야. 겉으로는 고고한 척하면서 뒤로는 호박씨를 까는 격이지.


요리를 보는 사람의 시각이 긍정적으로 바뀌기 시작한 것은 중세 후반부터야. 중세 말기 상업이 발달하고 경제적으로 풍족해지자 사람들은 먹는 것에 관대해졌지. 왕실과 귀족의 연회는 화려하고 먹을거리라 넘쳐났어. 맛있는 음식이 담긴 접시들이 즐비한 만찬 행사가 자주 열렸어.


17세기에 들어오면서 요리는 더 귀한 몸이 되었지. 왕족과 귀족들은 단순한 생존을 위한 요리가 아니라 미식의 요리를 즐기기 시작한 거야. 전업 요리사는 꽤 잘 나가는 직업으로 평가받기 시작했어. 중세 말에는 농업 기술이 크게 발전했어. 덕분에 농산물의 수확량이 비약적으로 증가했지. 그러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맞았어. 유럽의 일반 가정에도 음식이 풍족해졌어.


그뿐만 아니야. 18세기 후반의 산업혁명은 기계로 만든 농기구를 대량으로 보급했어. 농업 생산력은 그 이전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증대했어. 물자가 풍족해지자 사람들의 식단이 풍성한 건 당연한 이야기야. 사람들은 살기 위해 먹는 것이 아니라 즐거움을 위해 먹었어. 요리는 대중화되고 고급화되었어.


지금은 요리의 위상이 한껏 높아졌어. 생존을 위해 먹기보다. 즐기기 위해 먹어. 요리는 입은 물론이고 눈과 귀까지 즐겁게 해 주잖아. 미감과 색감 그리고 소리까지 아우르지. 말하자면 요리는 미학(味學)과 미학(美學)의 경지에 도달했어. 게다가 맛있는 향기까지 더한다면 거의 예술이라 할 수 있어.


난생처음 도전한 까르보나라의 미학(未學)

난생처음 까르보나라에 도전했어. 선생님께 배운 대로 집에서 실습했지. 재료가 많지 않고, 조리 방법도 복잡하지 않아 마음에 들어. 슈퍼에 가서 파스타 한 묶음, 파슬리와 후추, 식물성 생크림 1리터짜리, 그리고 베이컨도 장만했어. 계란과 올리브 오일은 집에 있으니 그걸 사용하면 돼. 빠진 게 없는지 확인했어.


먼저 후추를 곱게 으깨 조금만 접시에 담았어. 초록색이 파슬리를 곱게 가루로 만들었지. 베이컨도 1cm 간격으로 미리 잘라 두었지. 며칠 사이에 칼질이 늘었어. 자화자찬을 한 번 날리고는 달걀노른자와 생크림을 잘 섞었어. 이건 파스타 농도를 조절하는 리에종 (Liasions) 소스야.


자, 이제 슬슬 까르보나라를 만들어 볼까. 냄비에다 물을 1리터 정도 담고, 식용유 작은 1술과 소금 작은 1술 넣고 끓이기 시작했어. 물이 끓자, 스파게티 면을 넣고 8분 동안 삶았어. 잘 삶긴 파스타를 큰 쟁반에 담아 두었지. 다음에는 프라이팬에 버터를 두르고 베이컨을 익히기 시작했어. 한쪽만 타지 않도록 뒤집으며 노릇노릇할 때까지 익혔어.


자, 드디어 파스타와 베이컨이 만나는 순간이야. 베이컨이 담긴 프라이팬에 미리 준비해 둔 파스타를 넣었어. 파스타가 잠길 만큼 생크림을 듬뿍 넣었어. 아차, 한 가지를 빠뜨렸어. 왠지 진도가 잘 나가는가 싶었어. 잘 삶은 파스타에 올리브기름 한 술을 넣어 버무리는 걸 잊었어. 순서가 거꾸로 됐지만, 생크림이 들어간 프라이팬에 올리브유를 한 술 첨가했어. 그리고 1/3 작은 솔의 소금을 넣고 중불에서 자글자글할 때까지 끓였어. 오호 드디어 까르보나라 모양이 나오는 거야.


파스타 면과 베이컨이 충분히 잘 섞인 걸 확인하고 불을 껐어. 준비해 둔 리에종 소스를 넣고 프라이팬의 남은 열기를 이용해서 잘 저었지. 리에종 소스가 파스타에 충분히 스며들 때까지 말이야. 드디어 완성이야. 초보자한테는 시행착오가 늘 있는 일이고 보면 제법 그럴싸한 까르보나라가 됐어. 긴 대나무 젓갈을 이용해 까르보나라를 돌돌 말아 쟁반으로 옮겼어. 마지막으로 접시에 따로 준비해 둔 후추와 초록 파슬리 가루를 뿌렸어.


난생처음 만든 까르보나라



맛이 어떠냐고? 그건 썩 좋은 질문이 아니야. 난생처음 제대로 실습을 해봤는데 맛까지 생각한다면 난감해. 그렇지만 내 입에는 맞아. 다른 사람한테 맛 보이기에는 약해 보여. 난생처음 도전한 까르보나라는 미학(味學)도 아니고 미학(美學)도 아니야. 아직은 온전치 않은 미학(未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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