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용할 양식을 구하는 일
그보다 중요한 게 어디 있나
먹을거리를 찾는 처절한 투쟁
그것이 인류 진화의 결정적인 키였어
다 먹고살자고 하는 일이다.
'다 먹고살자고 하는 일이다.'
'한국인은 밥심으로 산다.'
누구나 한 번쯤 들어본 말이야. 먹고사는 일이나 밥심이나 같은 맥락으로 읽으면 돼. 사람뿐만 아니라 모든 생명체는 음식을 먹어야 하고, 거기서 나오는 에너지를 제공받아야 살아. 심지어 지렁이나 굼벵이도 종일 먹을거리를 찾아 꿈틀꿈틀 움직이지. 아프리카 초원의 사자와 하이에나도 음식을 먹으면 휴식을 취하고, 에너지가 떨어지면 다시 사냥하러 나서. 먹는 문제를 해결하는 일은 모든 생명체에 지상최대의 과업이자 숙제였어.
인류도 수백만 년 동안 먹을거리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어. 그 힘들고 지난한 일은 인류가 자연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이었어. 아득한 원시 시절, 동굴에서 사는 인류의 조상들은 먹고살기 위해 큰 동물과 목숨을 건 싸움을 했어. 사나 보다 덩치가 작고, 호랑이보다 발톱이 무딘 인간은 먹이 사슬의 최상위 포식자가 아니야. 그런 인간이 어떻게 지구의 주인 노릇을 할 수 있을까? 그 해답은 혹독한 자연에 대항에서 살아남으려는 인간의 변화와 적응이었어.
먹을 구하기 위해 머리를 굴린 덕분에 두뇌가 확대되고, 그 속의 신경회로가 조밀해졌어. 배고픔을 해결하는 것이 인류 생존의 결정적인 키였어. 오로지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한 인간의 처절한 투쟁이 우리를 지구의 주인으로 만들었다는 이야기야. 남방 원숭이에서 출발한 영장류의 진화가 호모 사피엔스로 완성되기까지 약 600만 년 정도의 시간이 걸렸어. 그사이 얼마나 많은 두뇌 변화와 신체 변화가 일어났는지 몰라. 그건 남방 원숭이의 얼굴과 몸매를 지금의 우리와 비교하면 잘 알 수 있어.
인류가 기아 문제와 배고픔을 해결한 것은 산업혁명 성공 덕분이야. 산업혁명은 18세기와 19세기에 유럽에서 시작하여 전 세계로 확산하며, 인류의 경제와 생활의 근본적인 변화를 불러왔어. 농업사회는 기존의 수공업 중심의 경제에서 기계와 대규모 생산을 중심으로 한 산업화 사회로 전환했어. 또 기계 공급의 발달은 대량의 상품을 저렴한 비용으로 생산하게 해 주었어. 이러한 변화는 상품의 저렴한 가격과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통해 일반 대중의 소비 능력을 크게 향상했어.
산업혁명 덕분에 경제가 빠르게 발전하면서 식량 생산도 크게 향상됐어. 기계화된 농업, 향상된 재배 방법, 그리고 화학비료의 도입으로 식량 공급이 안정화됐지. 이 변화로 인해 인류는 오랜 기아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았고, 굶주림이 크게 줄었어. 반면에 인간은 식량의 대량 생산을 위해 산림을 농지로 바꾸고, 산을 깎아 논을 만들었어. 혹독한 자연환경에 적응하기 급급했던 인간이 거꾸로 자연이 인간에게 적응하도록 만들었어. 이 말은 자연환경에 적응하는 인간의 진화는 일단락되었다는 뜻으로 이해하면 돼.
우리나라에서도 50년 전에는 식량 부족으로 인해 많은 사람이 고통받았어. 겨울이 지나면 식량이 부족해서 '보릿고개'라는 말이 생겼어. 봄이 되면 많은 이들은 식량이 바닥나 극심한 배고픔에 시달렸어. 부유한 계층만이 넉넉한 식량을 확보하며, 대다수의 사람은 곡식 수확하길 기다리며 허기를 견뎌냈어. 그런 상황이 크게 개선된 것이 불과 수십 년 전의 일이야.
모든 생명체는 생존을 위해 먹이를 찾는 투쟁을 벌여왔어. 그 투쟁은 복잡한 생명체로 진화를 이끌었지. 단순한 단세포 생물에서 시작하여 복잡한 인간의 형태까지, 모든 생명체의 진화는 생존을 위한 먹이 찾기에 중심을 둔 것이었어. 먹고사는 일을 해결하기 전까지만 해도, 인간의 관심조차 숭고한 도덕이나 자기실현의 의지보다 생명을 유지하고 번식하는 본능에 치중했어. 말하자면, 생명체의 진화는 먹고살려는 몸부림의 결과라 할 수 있어.
긴 진화의 짧은 요약
인간과 침팬지의 차이는 무엇일까? 재러드 다이아몬드(Jared Diamond)의 저서『제3의 침팬지』에서 언급한 대로, 인간과 침팬지의 유전자 차이는 겨우 1.6%에 불과하다는 말이지. 둘 사이에 98.4%의 유전자가 일치한다는 것인데, 이 작은 차이가 어떻게 우리와 침팬지 사이의 큰 차이를 만들었을까?
지금의 인류는 고도의 문명을 발전시켰지만, 침팬지는 여전히 숲에서 야생의 삶을 이어가고 있어. 그들은 종일 씹고 소화하며 생활하고 있지. 그렇지만, 인간은 문명을 발전시켰고, 고도의 창의적인 문화를 이룩했어. 그렇다면 이 변화의 원인은 무엇일까? 생명의 탄생과 진화의 과정을 통해 답을 찾아보자.
우주의 시작, 빅뱅(Big Bang)으로부터 약 135억 년 후, 물질과 에너지가 결합과 해체를 무한히 반복하면서 별들이 생성되었어. 우리는 지구와 그 위의 다양한 생명체의 출현을 목격하게 되었어. 지구의 탄생은 약 45억 년 전, 그리고 38억 년 전 바닷가에서는 최초의 원시 생명체가 등장했지. 그 후의 수많은 시간 동안 다양한 생명체가 진화의 과정을 거치게 되었어.
약 5억9천만 년 전, 해파리와 말미잘 같은 초기 척추동물이 등장했어. 그 후, 물고기가 등장하며 바다의 지배자가 되었어. 심한 가뭄과 기상 변화로 물고기들의 일부가 육지로 올라왔어. 땅 위로 올라온 물고기의 후손은 무수히 많은 세대교체를 이루고 난 후 양서류로 진화했어. 이들 중 일부가 네 발 가진 척추동물의 조상으로 변이를 일으킨 거야.
네발을 가진 양서류 가운데 일부 종에서 돌연변이가 일어나 파충류로 진화한 거야. 약 3억 4,000만 년 전이 되자 강력한 육상 척추동물인 파충류의 시대가 열렸어. 파충류는 크게 번성하였고, 육상 최고 포식자의 자리에 등극했어. 그러다가 약 2억 8,000만 년 전, 공룡의 시대가 시작되자 그 지위를 공룡에게 내주었어. 그러나 파충류들은 계속 돌연변이를 일으키며 일부 종이 포유류로 진화했어.
아주 오래전 땅 위를 기거나 땅에서 생활하던 원시 포유동물 중 일부는 나무 위의 생활에 적응하기 시작했어. 이들 중 일부는 더 복잡한 사회 구조와 더 큰 뇌를 발전시켰어. 그중에서도 호기심 많은 종이 다양한 환경에서 살아가며 더욱 새로운 도전을 했어. 이 과정에서 인간의 조상과 침팬지와 같은 유인원들이 탄생하게 되었지. 그들 각각은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환경에 적응하며 생존해 왔어. 이들이 새로운 도전을 하고, 바뀐 자연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진화가 일어났어. 그 모든 일들이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힘든 과정이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