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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면치유가 메리다 Aug 30. 2023

[우울증 치료 일지 #3] 우울증 A to Z 집중탐구




제가 우울증에 걸렸다는 것을 알게 되니, 제가 겪는 증상들에 대해서 얼마나 많은 궁금증이 생기던지요. 3번째 이야기에서는 병원에서 제공한 '우울증 알아보기' 영상을 보고 난 후, '어, 우울증에 이런 증상도 있었어?', '내가 생각했던 것과 다르네..?'하며 제가 미처 몰랐던 우울증의 증상들에 대해 의사선생님께 궁금증을 마구마구 쏟아내는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말 그대로 우울증 증상 폭풍 질문의 시간이었어요.


자 그럼, 우울증 치료 일지 세 번째 이야기를 시작해 보겠습니다.








정신과 의사 :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어요?


나 : 제가 계획적인 루틴을 정하는 게 살아가는 게 나을 것 같아서, 모닝 루틴하고 저녁 루틴을 정해가지고, 아침하고 저녁에 명상을 하고 있어요. 근데 조금 다만 아쉬운 부분이 제가 사람들에게 카톡을 했는데 답장이 늦어지면 안 오거나 이러면, 내가 또 뭐 잘못했나? 또 버림받을까, 도태될까? 내가 또 팽 당하는 거 아닌가, 내가 바람맞은 거 아닌가, 하는 그런 불안감이 조금 있어요. 그리고, 인스타에 잘나가는 사람들 보면 저랑 비교하게 되고 초조하고 막 그러거든요. 그리고 막 남들 의식하고, 전 직장하고 전 직장 사람들에 대한 생각이 가끔씩 올라와요. 이거는 좀 잊어버리려고 노력해야 될 것 같아요.


이번 주 한 주 피드백은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고, 제가 ‘우울증 알아보기’ 영상 자료도 자세히 공부하고 정리하면서 궁금한 것들을 다 적어놨거든요. 그 부분에 대해 얘기를 나누면 좋을 것 같아요.


일단은 제가 일을 계속 10년 동안 쉬지 않고 했고, 어쩔 때는 우울하지만, 또 바쁠 때는 아무렇지도 않고 딱히 우울감이 느껴지지도 않은데, 제 상태가 만성 우울증인가요? 경미한 우울증인가요? 아니면 제가 불안감과 초조함이 심하니깐 초조성 우울증인가요? 제 증상에 대한 상세한 병명이 약간 궁금하기도 해가지고요. 그리고 제가 우울증 관련된 책을 보다가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라는 그 책을 되게 관심 있게 읽었거든요. 거기 지은이가 기분부전장애라고 해가지고 경도의 우울증을 만성적으로 겪고 있다고 했거든요. 약간 저의 증상과 비슷한 건가요?


정신과 의사 : 지금 OO 씨 증상은 치료가 필요할 정도로 기간이 길다는 것. 아 그러니깐, 잠깐  2주 이내로 끝나는 게 아니고, 굉장히 지속되고, 그 담에 내가 의식적으로 굉장히 성장하려고 노력을 해서 그게 현실 속에서는 많은 일은 하고 있지만, 그래서 약간 기분부전 정도 상태라고 볼 수 있죠. 기분은 막 다운되거나 바닥 치거나 하진 않는데, 불안감이 조금 더 많죠.


나 : 그리고 우울증은 아주 흔한 질병이고, 여자가 남자보다 2배 많다고 하셨는데, 이게 그러면 선천적으로 좀 예민한 사람들이 잘 걸리는 질병인가요? 우울증이 잘 걸리는 성향이 있나요?



우울증의 원인을 증명하는 '스트레스 취약성 이론 사진'



정신과 의사 : 영상에 보면 스트레스 취약성 이론이 나오는데요. 그렇게 해석하면 되죠. 유전적으로 취약한 것, 스트레스 상황에 견뎌낼 내성이 부족한 것, 대처능력이 부족한 것,, 이 3가지가 다 맞물려 있는 거죠. 그러니깐 취약성이 강해도 주변 환경이 좋고, 내가 대처 기술이 많이 발달해있으면 발현이 안될 수도 있는 거예요. 이 3가지가 다 맞물려서 우울증이 발병한다고 봐야죠.


나 : 하나 더 여쭤볼게, 불안, 초조, 자살사고 막 이렇게 말씀하시면서 아침에 눈뜨면서 불안이 시작되고, 약간 이런 우울의 증상이 다양한 부분을 들었는데, 불안함하고 우울증이 어떤 상관관계나 연관성이 있나요? 저는 우울하다는 게 그냥 단순히 기분 저하라고 알고 있는데, 왜 불안한 게 우울증하고 관련이 있는 건지 이해가 안 돼요.


정신과 의사 : 계속 불안하다고 생각해 보세요. 그럼 기분이 좋을 수가 없죠? 편안하지가 않잖아요. 우울증에서는 미래에 대해서 되게 부정적으로 생각하잖아요. 그러다 보면 불안해질 수밖에 없죠. 또 계속 불안한 생각들을 하게 되면 걱정하면서 기분이 당연히 저조해지고 그렇게 패턴이 만들어지는 거죠.


나 : 저는 단순히 우울이라는 게 눈물이 많고 슬프고 그런 건 줄 알았거든요. 근데, 불안과 초조의 감정이 우울증하고 관련이 있다는 걸 알게 되면서 신기했어요.


정신과 의사 : 물을 썰어서 분리할 수 없는 만큼 우울하고 불안도 굉장히 많이 연관이 되어 있어요. 불안과 자살 사고, 우울감 이 세 가지는 거의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거죠. 그리고, 우울증에서는 인지 기능이 많이 떨어지거든요. 우울증에서는, 작업 처리하고 판단하고, 인지하고 이성적인 사고와 판단, 우울한 뇌는 그것을 잘 못해요. 기능이 마비돼요.


나 : 저는 근데 또 업무적으로는 문제 되는 점은 없는 것 같은데요?


정신과 의사 : 내가 원래 가지고 있는 잠재력만큼 잘 발휘가 안될 수도 있어요. 뭐 꾸역꾸역 처리는 하는 거지만, 내가 아주 더 잘할 수 있는 부분인데,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도 있을 거예요..






나 : 그리고 하나 또 여쭤볼게, 영상에 보면, 화병이 억울한 자기표현을 못 하는 신체적 표현 증상이라고 하셨는데요. 화병의 증상들이 거의 다 저한테 해당되는 내용들인 거예요. 그래서 어쩔 때는 조그마한 일인데, 막 분노조절 장애처럼 막 욱하고 그렇거든요. 두통, 어지럼증, 얼굴 화끈거림 등 증상으로 나타나요. 저에게 사람들은 우울해 보인다기보다 화가 많아 보인다라고 말하는 상황이라서, 제가 우울증이라고 얘기하니깐 다들 깜짝 놀라 하더라고요. 화병이 어떻게 우울증하고 관련이 있는 건지... 여쭤봐도 될까요..?


정신과 의사 : 감정을 감정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그런 마음의 불편함을 해소를 하지 못하면 우리가 제대로 살 수가 없거든요. 계속 열받는 상태에서 제대로 된 기능을 할 수 없는 건데, 화병은 본인의 불편한 감정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부분이 신체적 반응으로 나타나는 거예요.


나 : 보통 화병이 화를 표출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그러면 오히려 우울감이 없어져야 되는 거 아닌가요?


정신과 의사 : 화병이라는 게 분노를 표출하는 현상이라기 보다, 본인이 생각하지 못했던 우울감 등의 감정들이 쌓여서, 뭔가 도움을 청할 수 있게끔 몸이 반응을 하며 나타나는 현상으로 보는 것이 맞겠죠.


나 : 아니 저는 우울증이라고 하면 그냥 단순히 축 처지고 말도 안 하고 내성적이고 그렇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반대되는 표현방식이 있다는 걸 알게 되고 깜짝 놀랐거든요. 보통 화를 내거나 약간 그런 거는 우울하고는 좀 관련이 없어 보이잖아요.


정신과 의사 : 우울이라는 감정이 정서적인 슬픔으로 표현되는 것도 있지만, 항상 그러한 모습으로만 나타나는 게 아니에요. 특히, 청소년기는 되게 반항적이고 충동적인 모습으로 많이 나타나거든요. 그러면 이런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구나 하고 아시면 되는 거예요.






나 : 제가 이후에 말씀은 드리겠지만, 불안과 강박 증상도 심한 편이거든요. 관련해서 과거에 상처가 너무 많아서 아무리 책을 읽고 해도 마음공부도 해도, 이론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진짜 제 자신이 치유가 안돼요. 어렸을 때 감당하기 어려운 스트레스가 많았는데, 이거를 어떻게 치유할 수 있을까요?


정신과 의사 : 너무 지금 많은 것을 하려고 하지 마세요. 내가 지금 내가 이렇게 많은 사연들도 있고, 오랫동안 지속됐는데, '그래서 나는 빨리 나아야 돼' 이런 생각보다는 '나는 내가 힘들었던 것만큼. 내가 꾸준히 노력하고 변화의 길로 지금 들어가고 있어.', '조금씩 변화해가고 나갈 거야.', '나는 나를 알아가고 있어.',  '이미 치유가 시작되었어.'라는 마음으로 생각을 전환해 보세요. 지금 너무 마음이 급해요.


나 : 아.. 진짜 열심히 살려고 다해봤는데, 안돼서..

정신과 의사 : 너무 다해서 그래. 너무 많은 것을 한꺼번에 다 하려고 해서 그래요.


나 : 바빠야지 우울증이 없어질 것 같아서요.

정신과 의사 : 아니 근데,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없어지잖아요. 회피하는 거죠. 어떻게 보면 ‘바쁨’으로. 너무 의도적으로 많은 활동을 넣지 말고, 조금 여유를 줘보세요.


나 :  혼자 생각을 정리할 시간을 많이 가지라는 거죠?

정신과 의사 :  지금 생각이 근데 너무 많아진 거 같아서, 그냥 청소하고 버리는 것처럼 눈에 띄는 결과가 나오는 그런 몸을 쓰는 활동들을 더 많이 하세요. 몸을 움직이는 활동, 근데 하고 나며 시각적으로 개운하고 피드백이 오는 그런 것들 하면 생각이 정리되고 마음이 편안해 지실 거예요.








너무 집요했다. 우울증 증상에 대해 왜 그리 궁금한 게 많고 왜 이리 알고 싶은 게 많은지... 우울증 대한 단순 궁금증이라기 보다, 우울증에 걸린 현 상황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는 표현이 더 맞는 것 같다. 하지만, 덕분에 우울증의 원리부터 평소에 내가 알지 못했던 예상외의 우울증 증상까지... 우울증에 대한 정보를 A부터 Z까지 제대로 파악할 수 있었다.


특히, 우울과 분노, 불안 이 3가지 감정은 서로 상호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감정이기에, 우울증의 표현 방식이 꼭 우울이라는 감정으로 한정되어 표현되지 않고, 짜증이나 반항, 불안 등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점도 새롭게 알게 되었다.


나는 그동안 내 감정을 회피해왔었다. 우울이란 것은 사치라고 생각하고, 바쁘게 살면서 무시하다 보면 그 감정이 잊혀질 줄 알았다. 그래서 지금의 병도 키운 거면서... 나는 똑같은 방법으로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려 했다. 이제는 그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님을 알고 있기에 나는 바쁨과 조급함을 조금씩 내려놓기로 했다. 우울이라는 감정을 온전히 받아들이면서 마주하고 소화시키는 방법을 배우고 터득하는 중이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란 말이 있다. 질문을 통해 알게 된 상세한 정보로 나는 우울증을 조금 더 빨리 자각할 수 있었다. 내가 몸소 배우고 터득한 정보들이 우울증 증상에 대해 익숙하지 않는 누군가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굉장히 뿌듯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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