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을 열어 보일 용기
누구나 그랬을 수도 있겠지만, 나는 특히 선생님이 검사하는 일기장에는 내 생각을 쓰는 게 어려웠다. 내 생각을 누군가 읽는다고 생각하면 괜히 마음이 간지럽고, 꼭 도둑질을 하려다가 들킨 것처럼 뜨끔했다. 그래서 선생님이 읽는 일기장에는 오늘의 일과를 나열해 두고 '즐거웠다' 나 '재밌었다' 정도로 내 기분을 함축해서 표현했던 것 같다. 몰래 쓰는 글도 누군가에게 들키지 않을까 하는 노파심에 스스로 검열하거나 그냥 적지 않았다.
그랬던 내가 글을 배설하기 시작한 건 사실 분노나 속상함, 서운함이나 부끄러움 등의 감정을 적기 시작하면서부터이다. 부정적인 감정을 면대면으로 표현하기 어려워하는 사람이기도 하고, 주위 사람들에게 내 속얘기도 잘하지 않는 편이라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할 곳이 필요했는데 글을 적으면서 생각이 정리되고, 어딘가 모르게 속이 후련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 후로는 행복했던 순간을 더 오래 기억하기 위해. 살아가면서 습득한 교훈을 잊지 않기 위해. 다양한 이유로 기록하기 시작했던 것 같다. 그렇게 일상이나 기분이나 나의 그 어떤 것들에 큰 파장이 있는 날이면 글이 필요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누군가에게 내보이는 글은 어렵다. 하루에도 수십, 수백 개의 글들(인스타그램, 블로그, 뉴스레터, 책 등)을 읽으면서 글 잘 쓰는 사람들을 부러워하기도 하고, 쓰인 글들을 보며 울고 웃으며 나도 그런 글을 써보고 싶다 다짐도 해보지만 쉽지가 않다. 그런데 얼마 전 브런치스토리 팝업 행사에 가서 받아온 예비작가라는 타이틀에 마음이 설레버렸기 때문일까. 공감이 됐던 글을 쓰신 작가님을 실제로 뵙고 나서 느꼈던 그 묘한 동질감이 좋아서였을까. 나도 세상에 글을 내보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일단은 익명이라는 그림자에 숨어 그냥 내가 해보고 싶은 얘기들을 해보려 한다.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다"는 카피라이팅에 꿈이 꿈틀꿈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