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별도봉에서
나에겐 두 살 터울인 언니가 한 명 있다. 어릴 때 무지막지하게 싸우면서 컸어도 두 살 밖에 차이가 안 나지만 알바를 하며 나에게 용돈을 주던 언니~
지금은 같은 지역에 살고 있지 않아 자주 얼굴을 보지 못하지만 오랜만에 제주에 내려온 언니와 추억여행을 떠났다
내가 일을 그만두고 걸었던 별도봉. 어릴 때 이런 곳을 왜 오는지 몰랐던 곳이 지금은 모든 게 예뻐 보이는 곳
내 눈에만 담기에 너무 아까운 풍경들을 언니와 공유하고 싶었다. 아마 오랜만에 땀 흘려 걷던 곳이라 기분도 업됐으리라.
"언니야. 이번에 내려오면 내가 멋진 곳 데려가 줄 게. 우리 별도봉 가자~~"
"별도봉 어릴 때 갔었잖아~"
"그렇지, 그런데 그땐 몰랐는 데 지금 보니 왜 이리 예뻐~~ 나 언니랑 여기 오고 싶어. 근데 여기 다 돌면 42km야. 그러니까 내려올 때 꼭 운동화 신고 와~~"
사진을 본 언니는 알았다며 약속을 했고 결국 언니와 함께 별도봉 산책길을 올랐다
별도봉은 여러 갈래길이 있어 그날 마음에 드는 곳으로 출발할 수 있는 재미가 있다. 언니와 함께 시작한 곳은 별도봉 정수장 길.
나도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곳이었지만 언니가 옆에 있으니 어디든 상관없다. 그냥 옛날 추억을 얘기하면서 천천히 걸을 수 있는 게 마냥 좋았다
별도봉 정수장으로 가는 곳은 정상으로 가는 길이었다. 정상에 꽂아진 깃발을 보며 조금 실망스럽기도 했다.
산불조심이라니~~~~~ 왜 꼭대기에 산불조심이 뭐야...!
아무리 낮은 봉우리라도 정상이라는 깃발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언니에게 투덜거려본다.
"그러게, 그래도 별도봉 정상인데, 정상이라는 깃발 있으면 꼭 하나의 산을 정복한 것 같아서 더 좋을 것 같긴 하다"
역시 그렇게 싸우며 커도 언니는 내편이다.
별도봉을 다 돌고 배가 고파 찾은 우당도서관이다.
"언니 어릴 때 생각나? 그때는 도서관 자리 잡으려면 입구에 쭉 서서 좌석표 받아야 들어갈 수 있었잖아"
"그렇지. 그땐 왜 공부도 안 할 거면서 그렇게 서서 기다렸는지 몰라"
"그러게. 그냥 그땐 그게 좋았나?"
"여기 도서관에 왜 왔겠어? 공부보다 매점에서 비빔국수 사 먹으러 더 많이 오지 않았나?"
"맞다. 여기 국수 맛있었지... 그거 먹으러 도서관 줄 섰었네"
지금은 세월이 많이 흘렀지만 도서관의 외형은 그대로였고 매점만 새로 지어 있었다. 그리고 거기서 옛 추억을 생각하며 2,500원짜리 비빔국수를 시켜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