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oose, Black or White?
흑백 논리로 비약하지 않는 법
눈은 검은색일까, 흰색일까, 아니면 회색일까?
동공은 검은색이니깐 눈이 검은색이라고 주장하는 사람과
흰자는 흰색이니깐 눈이 흰색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
전자가 말한다.
눈의 중심은 동공이므로, 동공의 색깔이 훨씬 중요하다. 그러므로 눈의 색깔은 검은색이다.
후자가 말한다.
눈을 전체적으로 봤을 때 대부분의 부피는 흰자가 차지한다. 그러므로 눈의 색깔은 흰색이다.
전자, 후자 우리 모두가 어리석다는 것을 알고 있다. 눈은 애초에 흰색과 검은색이 같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 어리석은 사람은 눈이 회색이라고 말하는 사람이다.
눈엔 흰색과 검은색이 공존하므로 회색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제일 어리석은 사람이다. 누가 봐도 눈은 회색이 아니기 때문이다. 양쪽 의견을 모두 수용하려다 그는 가장 어리석은 사람이 되어버렸다.
그를 한참 동안 비웃고 있었는데 그를 제칠만한 멍청이가 나타났다. 바로 '눈의 색깔은 알 수 없다.'라고 하는 사람이다. 그는 어느 한쪽 의견으로 굳혀지지 않자, 눈의 색깔은 알 수 없다고 주장했다. 사람들의 눈마다 동공이 차지하는 비율이 다를 것이고, 동공의 색깔 역시 다를 수 있을 수 있다고 그는 설명한다.
하지만 우린 모두가 안다, 눈은 검은색 부분과 흰색 부분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세상엔 무수한 색이 있다.
체스판의 흑과 백, 푸른 바다, 빨간 장미.
빨간색, 주황색, 노란색, 초록색, 파란색, 남색, 보라색. 뚜렷한 일곱 가지의 색깔이다. 사람들은 무지개색에 감명되어 하나하나씩 연구하기 시작했다. 무엇이 빨간색이고, 무엇이 초록색인지 말이다.
연구가 진행되자 빨강 안엔 무수한 빨강이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여태껏 가장 '이상적인' 빨강을 연구하던 사람은 절망했다.
누군가는 회의감을 느끼고 포기했지만, 누군가는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어떤 이들은 나아가는 사람들의 노력을 비웃었고, 그들이 하는 말엔 언제나 시비로 대꾸했다. "가장 이상적인 상황에서나 그렇겠죠."라며 말이다.
그들은 말했다. 조금 붉어보인다고 '빨간색'을 칠하는 행위는 야만적이라고 말이다. 탁상공론에 불과하고 이상에 빠져 현실을 놓치는 것이라고 말이다. 우수에 찬 비판파들은 "C35는 빨강으로 보이지만 누구보다 파랗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역사 속 수많은 획들의 어록들이 영문도 모른 체 그들을 도왔다.
참고로 화면 속 C35는 픽셀 하나하나의 RGB(red, green, blue)가 모여 만들어낸 색깔이다.
흑백 논리가 틀렸다면, 너무 두꺼운 붓을 잡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