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모으기
문득, 블로그가 아닌 브런치에 너무 파편적인 이야기를 남기지는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다 이렇게 파편적인이야기 만을 적게 되었는지 반성해 보면 작문이 어느새 내게 귀찮고 머리 아픈 활동이 되어버렸다는 결론이 나왔다. 뚝딱뚝딱 글을 열심히 적어내던 내 군생활 시절이 무색해질 정도로 현재 나는 글을 적으려 하면 막막하고 답답하다. 확실히 집중력이 떨어졌고 포착하는 능력도 떨어졌다. 그 예로 그전까지 읽었던 글을 다시 되뇌다 우연으로 그럴싸한 말이 입에 걸리면 스크린에 옮겨 적는 행위가 자주 반복된다. 원래 말하면서 어떤 일을 한다는 것이 집중력이 부족하다는 증거라더라. 머릿속으로만 생각할 능력이 없으니 소리를 내어야지만 하고자 하는 무언가를 포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예전에 티비 속 하하라는 연예인에게 그러한 평가를 내리는 전문가 패널이 있어서 알게 된 사실이다. 그때는 마냥 웃으면서 신기해하기도 했는데, 그것이 내 이야기가 될 줄은 몰랐다.
포착할 수 있는 머릿속 개념과 느낌의 범위와 질도 많이 줄어들었다. 무언가를 풀어내고 싶다는 욕심이 나를 타자기 앞에 데려다 놓았지만 막상 쓸 글자가 없다. 요즘 내 고민이 무엇이고, 어떠한 말에 위로를 얻었었고 등등 내 안에 이야기들을 풀어놓고 싶어도 잘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내가 쓴 문장이 혹시 이상한가란 걱정에 기껏 알아차린 머릿속 아이디어들이 손아귀 속 모래알처럼 흘러내린다. 불교의 용어로는 '알아차림'이 잘 작동하지 않고 있다. 불교에서 말하는 알아차림의 극의는 언어를 붙이지 않고도, 아니 언어를 붙이지 않아야 편향 없이 내 안에 일렁임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이지만 현재의 나는 그것들을 제대로 따라가지도 못하고 있다.
글을 쓰는 건 귀찮은 일이다. 그렇게 느낀 순간부터 글에서 멀어졌다. 언제는 유치하다고도 생각했다. 남이 내 글을 유치하게 볼 것이라는 걱정에서 시작되었던 쿨병(?)이었다. '남들도 다 아는 것을 너무 극적이고 대단한 것처럼 내가 너무 현학적으로 글을 쓰나?'라는 고민을 이겨내지 못하고 '결국은 실천이 중요하다'라는 말 뒤에 숨어 게을렀다. 어쩌면, 내가 남들에게 설득할 수 있는 글의 내용이 근사하지 못해서인 까닭도 있을 것이다. 반대편을 잠깐 보면, 가끔 혼자만의 이야기의 결과로 어렴풋이 만 인지되는 세심한 사고들이 있다. 근사한 깨달음에 신나서 주위 사람들에게 말하려고 해도 잘 설명하지 못한다. 이는 이해하는 능력에 비해 설명하는 능력이 부족해서 그렇다. 반대로 내가 여기에 글을 쓰는 내용들은 내 이해보다는 시시한 것들이고, 그래서 그런 시시한 것들을 열심히 쓰는 내가 시시해져서 점점 더 글을 안 쓰기 시작한 것 같다. 이제 와서 그 결정을 평가하자면 좋지 않았던 것 같다. 나는 과외생들에게 언제나 본인이 푼 문제를 설명하도록 시킨다. 그렇게 본인이 설명할 수 있는 문제만이 정확히 이해한 문제라고 나는 믿기 때문이다. 나도 어쩌면 마음과 생각에 있어서 남들에게 설명하면서 더 잘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한가 보다. 작문과 독서를 통해 헬스 쇠질을 하듯, 내 뇌를 단련시킬 필요가 있다.
예전에 우울할 때는 내 우울함이 얼마나 난제인지 세상에게 증명하고자 글을 썼다. 그게 유치하다는 걸 깨닫고, 결국은 외면하며 살아왔던 것 같다. 하지만 이제는 마치 몸이 아파 운동을 결심하는 것처럼 마음이 아파 글을 써야지 다짐한다. 일주일에 몇 번 '운동'할지는 모르겠지만, 언제나 필요성을 마음속에 다잡고 하루를 보내려 노력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