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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채영 Jul 13. 2019

안녕, 더블린.

워킹홀리데이 그 후 1년, 다시 돌아온 유럽

청소년 시절 전학을 많이 다니면서, 내가 없어도 내 친구들은 잘 지내고, 내가 없어도 내가 지나다녔던 공간들은 무너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을 때의 공허함을 어린 소녀가 받아들이기에는 조금은 우울했던 적이 있다. 우울증 약을 먹진 않았지만, 그때는 사실 많이 아팠다. 그때의 통증을 이겨내고 지금은 아프진 않지만.


더 나아가 나 없이도 세상은 잘 돌아가고, 나 없이도 무리가 없다는 사실. 무엇을 기대했던 건지 정확히는 알 수 없겠다만 아쉬움 같은 감정이었으려나. 그러니까 그때는 지금 여기, 현재를 살지 않았던 거겠지.

여행을 다니면서 내가 살았던 공간과 내가 숨쉬었던 장소들에서 마주하는 그때의 공기가 지금과는 많이 다른 이유는 그때의 내가 아니기에. 각자의 새로운 만남과 각자의 사정으로 삶을 이어가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그들의 인생에 단 하나의 점을 찍었다는 사실에 이제는 아프지 않고 감사함을 느낀다. 지금 이 순간에 더 용기를 내야 하는 이유기도 하다.

내가 그리워했던 건 그때의 나와 그때의 우리였다는 것을. 나는 어디에나 있을 수 있으며 어디에도 없다는 것을. 이제는 더블린을 떠올려도 미치도록 아프지 않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으면서. 어쩌면 미련이라는 아픔을 치유하는 방법은 그것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방법이 최선일지도 모르겠다. 온몸과 온 마음으로 이겨내어 잘 가라고 보내주며. 꽉 잡고 있는 것이 아닌 놓아주는 것이 사랑이라는 것을. 우리는 여행하며 길에서 배웠으니까.
안녕 더블린-!


19.7.12
더블린에서 마지막 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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