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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운좋은그녀 Oct 19. 2023

인생 개 쓰네.

육아가 뭐길래. 

엄마가 글을 쓰면 아이는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합니다.라고 쓰고 싶은데 현실은 왜 엄마만 컴퓨터 해, 나도 컴퓨터 좀 하자.입니다. 엄마가 글 쓰는 걸 알면서 저렇게 얘기합니다. 그러면서 덧붙이는 말이 엄마는 글 쓰는 걸 좋아하잖아 나는 게임을 좋아해 그러니 공평해야지.라고 합니다. 

자식농사 뜻대로 안 된다지만 아직 시작도 안 했고 제 뜻이 뭔지 아직 저조차도 모르는데 이게 지금 어떻게 흘러가는 상황인 건지 모르겠습니다. 

학교간사이 글을 다 쓰고 아이 하교 하면 그때부턴 아이와 시간을 보내면 얼마나 좋을까 싶지만 남편과 아이가 나가고 간 집은 도둑이 들었던 집과 다를 바가 없으니 집에 혼자 남겨지면 빗소리를 배경 삼아 글을 쓰는 게 아니라 도둑 들었던 흔적을 치우느라 넋이 나갑니다. 

운동을 가야 하는 날에는 운동도 가구요. 장을 봐야 하거나 볼일이 있으면 볼일도 봐야 하니 마음먹고 글을 쓰는 시간을 확보하기가 꽤나 어렵습니다. 

해서 아이가 하교 후에 티브이 보며 쉴 때 슬쩍 글을 쓰는데 꼭 그럴 때 컴퓨터가 하고 싶다고 합니다. 


그러니 이걸 어떻게 하나 매일 싸울 수도 없고 매일 져줄 수도 없습니다. 글쓰기가 이렇게 어려운 일이었는지 만약 브런치에 글을 한편 쓸 때마다 얼마라도 준다고 하면 돈 버는 중이라고 입도 뻥끗 못하게 할 텐데 그것도 아니니 핑계가 없습니다. 


엄마랑 함께 하고 싶어서 그런가 싶지만 컴퓨터를 내어주면 방문을 닫아 버립니다. 하아, 멀고도 험한 육아의 세계여. 

전부터 어른들이 애 키우는 거 십 년이면 끝이라고 했는데 정말 아이가 열 살이 되니 말대답을 하는 게 아니라 아예 듣지를 않네요. 


당황한 나머지 열 살 아이 사춘기라고 네이버에 검색합니다. 돌아오는 답변은 아직 아니다. 시작도 안 했으니 말도 말아라. 더라고요. 


이게 시작도 안 한 거라면 따로 살아야 할까요. 지금 격변의 시기를 보내고 계신 독자님들 어떻게 하시나요. 진짜 불교대학이라도 다녀야 할까요. (모태 기독교인 입니다만.)


선배독자님들이 보시기엔 아이고, 아기 데리고 지금 뭐라는 거야 하시겠지만 속이 타들어 갑니다. 아이가 말을 안 들어서라기보다 조금 지나면 더 할 텐데 뭐에 집중해야 마찰이 덜할까 싶어서요. 그것이 글쓰기이길 바랐는데 쓰는 삶이 얼마나 노동의 강도가 세었는지 알고 나니 조심스럽습니다. 


뭔가 미칠만한 걸 찾아야겠는데 그래야 마찰을 줄일 텐데 걱정입니다. 체력과 집중력은 현저히 떨어지고 잠은 쏟아지는데 멋진 엄마가 되어보겠다는 다짐이 힘에 부칩니다. 

허무맹랑한 의지는 버리고 그냥 숨만 쉬는 엄마가 되기로 결심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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