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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낭만 Jul 15. 2020

어쩌다 타이베이

퇴사하고 알게 된 진실

버퍼링이 심한 스타일


마침 1주일 동안 그려왔던 그림의 소재도 끝을 냈다

그런데 끝만 내고 끝맺음은 차일피일 미뤄뒀다

내 마음이..

늘 새로운 걸 시작할 땐 버퍼링이 심한 스타일 인가보다

머리가 멍

하다

바로바로 이어서 해야 하는데 또 며칠간의 공백이 나를 더 멀게 데려다 놓는다

오늘은 할머니 찬스로 아이를 맡기고 자유의 몸이 되는 날!

그런데 이상하지? 왜 나는 자유일 때 더 뭘 못하는 것일까? 목구멍까지 약간 차올라야 신속 정확하게 쳐내는 스타일인 게 확실하다

그래서 오늘은 오전 내내 내가 먹을 맛있는 점심 한 끼 만들어 맛있게 먹었다

꽤 괜찮은 생각이었다

일주일에 한 끼 정도는 나 자신을 위한 건강한 밥상을 차려 주자고 다짐해 본다


작업실 창문 틈으로 햇빛이 반짝 거리며 들어온다

오늘은 바람도 불지 않는지 그림자가 흔들리지 않는다

곧 다시 바람이 부는지 나뭇잎 그림자들이 신나게 흔들린다

찰 토마토를 한입 베어 물고 싱그러운 향과 맛에 기분이 좋아진다

음악이 흘러나온다 그래서 더 기분이 좋아진다

그리곤 갑자기 아침에 느꼈던 기분이 다시 이어진다

휴가라곤 여름휴가만 갈 수 있었던 회사원 시절

10년 동안을 이 시기만 되면 파란 하늘 하얀 구름만 보면 어디론가 여행을 떠나고 싶어 지는 것은 막연한 그리움처럼 내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지금은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내가 살고 있는 이 대한민국을 떠날 수 없는 현실 이기에 집에 와서 오래된 노트북을 켜고 그때의 사진들을 천천히 찾아본다


정리가 안되어 있어 어디에 뭐가 들었는지 알 수 없는 지저분한 폴더 중에 처음으로 나온 건 엄마와 둘째 동생, 나 셋이 떠난 대만 여행 사진이었다

그때의 사진들은 그때의 기분과 상황, 환경으로 나를 이끌어 준다

그때의 우리는 지금보다 더 젊었고 더웠기도 했지만 셋이 떠난 첫 번째 여행이기에 즐겁기도 해 보인다

아빠와 막냇동생은 없지만, 가족 구성원이 많은 건 이럴 때 참 좋은 것 같다

시간 맞는 사람이 꼭 한 명이라도 있다는 점


사진이란 기술은 참으로 신기한 기술이다

그동안 까마득하게 잊고 살았는데 그날의 온도와 기억을 고스란히 소환해 줄 수 있다는 점에 크게 감동적이다

그래서 이번 주 새로운 프로젝트는

내가 떠난 타이베이 여행으로 잡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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