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낭만 Jul 24. 2020

우리의 계절 1

지난20대는 여름이었다

우리의 계절이란 말을 참 좋아해

나의 서른다섯 지금의 계절은 어디쯤 왔을까?

이 책을 다 쓰고 나면 알게 될까?

아마도 10년이 흘러야 알게 될 것 같아

요즘 들어 나의 20대가 뜨거운 여름이었단 확신이 드니깐


지난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사이에 제주도 살기를 잠깐 하고 돌아왔어

소중한 사진들이 많아 시간이 날 때마다 하나씩 꺼내어 보곤 하는데 오늘은 엄마의 사진을 바라보며 엄마의 계절은 뭘까? 싶기도 하더라

사진 속의 그날이 너무 생생하게 스쳐 지나가 행복한 마음도 들다가 갑자기 슬프기도 해

왜냐면 엄마를 생각하면 내 철없던 중2 시절이 떠오르거든

평소 엄마에게 신뢰가 없었던 건지

소위 명문중학교라고 산 넘어 학교에 다녀야 했던 나는 렌터카를 타고 다녔는데 어느 날 렌트 카비를 달라고 했더니 엄마가 줬는데 무슨 소리냐고 하며 나를 혼냈어

어디에다가 쓰고 거짓말을 하냐면서

그런데 정말 그때 받은 적이 없었단 말이야

내가 아무리 어리석다고 한들 바로 들켜버릴 거짓말을 했을까?

그래서 결론은 엄마는 주셨고 나는 못 받았다 였는데 그게 너무 억울해서였는지 나도 모르게 단짝 친구에게 처음으로 엄마 욕을 편지에 써놓고

바보같이 책상에 펼쳐 놓고 와버렸던 기억이 나

시간이 흘러 엄마에게 물어봤지 그 편지를 보았냐고 그랬더니 못 본척했지만 보았다고 적잖게 충격도 받았다고 했어

이런 사건처럼 생각해보면 어른이 아이에게 준 상처만 상처라고 생각했는데 그것도 아닌 거 같아

이렇게 어린아이라도 어른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건데 말이지

나이가 서른다섯이 돼서야 알게 되다니 그리고도 여러 번 엄마에게 나쁜 말을 내뱉었던 거 같아

사춘기라는 핑계로 말이야

그냥 내편이라고 생각하고 엄마니까 다 용서해 줄거라 생각했던 거 같아

그래서 갑자기 엄마 사진을 보는데 너무 미안했나 봐

엄마도 엄마 이기전에 사람이고 누군가에겐 귀한 딸일 텐데

그래서 나는 오늘부터 나의 계절에 일어나는 일들을 기록으로 남겨 볼까 해

내가 10년 뒤에 이 글들을 봤을 때 너는 어떤 계절에 살고 있었구나 알아차릴 수 있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