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ucy Nov 01. 2023

디지털 제텔카스텐 1년 - 실패와 오해

제텔카스텐 시작 할 때 알았더라면?

1년 동안 디지털 제텔카스텐을 시도하면서 경험한 실패와 오해를 중심으로 기록을 남겨보았다.


목차

- 도서 분류법 실패

- Johnny Decimal 실패

- Niklas Luhmann의 방식 탐험 시작

- 수평적인 폴더 구조 시작

- 서지노트, 문헌메모, 영구메모로 분류

- 병목 현상 없는 작업구조 만들기

- 문헌 정리 방법

- 문헌 메모는 필요한가?

- 문헌 메모와 영구 메모는 어떻게 다른가

- 디지털 제텔카스텐에 루만의 번호 필요할까?

- 계층적 지식이 아니라 네트워크 지식 

- 목표지향적이어야만 하는 제텔카스텐

- 루만이 제텔카스텐을 대화의 파트너라고 한 이유

- 참고문헌




시작 도서 분류법


<제텔카스텐, 숀 케아렌스>[1]를 읽으면서 어떻게 디지털로 제텔카스텐을 구현할까 고민하게 되어 <How to Zettelkasten, 제레미 강>[2]이란 책을 읽고 Obsidian으로 디지털 제텔카스텐을 시작했다. How to Zettelkasten에서 권장하는 폴더 구조는 도서 분류법이다. 도서 분류법은 오랜 세월 동안 지식을 체계화하는 데 큰 역할을 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방법이 나에게 적합하지 않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게 되었다.


도서 분류


첫 번째로, 메모 하나를 작성할 때마다 그 메모가 어떤 카테고리에 속하는지 판단하는 과정이 상당히 에너지를 소모했다. 이러한 에너지 소모는 지식 관리에 있어서 큰 부담이었다.


두 번째로, 도서 분류법 자체에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 책을 출판할 때 부여하는 ISBN 번호는 하나의 카테고리만을 담을 수 있다.[3] 교보문고에 가서 '도둑맞은 집중력'이란 책을 검색하니 '심리학/교양심리'로 분류되어 있다. 이 책의 주요 테마는 집중력에 대한 심리학적인 측면을 다루고 있지만, 경우에 따라 자기계발, 학습 분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책은 도서 분류법에 의해 하나의 카테고리만 선택할 수 있다. 즉, 도서 분류법으로 폴더를 구성하면 아이디어를 분류하는 것 자체가 힘들어지고, 그 분류가 생각을 확장하는데 방해가 된다고 생각했다.


위 두 가지 이유로 도서 분류법은 확장 가능한 지식을 관리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Johnny Decimal


Johnny Decimal은 개인이나 조직의 파일과 정보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분류 시스템이다. 도서 분류법처럼 모든 것을 분류하는 것이 아니라, 9개의 주요 테마로 정보를 분류하고, 각 테마 내에서 세부적으로 번호를 부여하여 파일이나 정보를 정리한다. 이는 더 간소화되고 개인화할 수 있는 방법으로, 특히 디지털 환경에서 유용하게 사용된다.


Johnny Decimal


Johnny Decimal은 그 자체로는 매우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이지만 이전과 마찬가지로 '분류의 부담'이 문제였다. 메모나 정보를 어디에 분류해야 할지, 어떤 체계로 나눠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오히려 스트레스로 작용했다. 다른 방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 개인적으로 협업을 해야 한다면 Johnny Decimal을 적극 추천한다.




 Niklas Luhmann의 방식 탐험 시작


여러 작업 방식을 실패하고 니콜라스 루만의 방식을 찾아보아야 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니콜라스 루만이 남긴 에세이, 관련 논문들, 기타 현대인들의 해석 등 다양한 자료들을 보게 되었다.


여러 자료를 보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문장은 "섣부른 체계화와 폐쇄성을 피하고, 미래에 대한 개방성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라는 것이다.[4] 즉, 아이디어의 확장을 방해하는 것이 섣부른 체계화라는 말이다.



즉, 지식을 관리하기 위해 수직적인 폴더 체계를 사용하면 다음과 같은 단점이 있다.


첫 번째 단점은 잘 모르던 시절의 내가 정한 분류를 고수해야 한다. 아이디어나 계획을 초기 단계에서 분류하거나 계획하는 것은 그 자체로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왜냐하면 계획을 세우는 시점의 '나'와 계획이 완료될 시점의 '나'는 다르기 때문이다. 경험과 학습을 통해 우리의 시각은 변화하고, 그에 따라 계획도 수정되어야 한다.[5]


두 번째 단점은 '융통성의 부재'이다. 폴더를 복잡하게 구조화하고 그 안에 다양한 파일을 저장해 놓으면, 구조가 잘못됐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수정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지식을 디지털로 관리하거나 전략을 세울 때, 장르별로 폴더를 만드는 것은 피해야 한다.[6]


이러한 이유로, 아이디어의 확장성을 제한하지 않고 미래에 대한 개방성을 유지하기 위해 수평적인 폴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수평적인 폴더 구조 시작


루만의 방법을 학습하면서 수평적인 폴더 구조를 채택했다. 그렇다고 해석 컨베이어 벨트가 돌아가는 듯한 작업 흐름을 만드는 것은 어려웠다. 왜냐하면 디지털 제텔카스텐에 대한 자료가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루만의 시대에는 디지털 도구가 없었고, 요즘에 말하는 디지털 제텔카스텐은 각자의 해석과 방법을 말하는 것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동작 가능한 디지털 제텔카스텐을 갖추려면 나만의 방법을 찾아야 했다.


숀케아렌스는 제텔카스텐을 꾸준히 지속하기 위해 메모의 임시메모, 영구보관용 메모, 프로젝트 메모 유형을 구분하라고 조언했다.[7] 영구보관용 메모는 두 가지 타입이 있다. 문헌메모와 영구메모라고 부른다. (개인적으로, 숀케아렌스가 말하는 '문헌메모'라는 개념은 니콜라스 루만이 사용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숀케아렌스의 조언은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책에서 유용하다고 생각되는 각각의 내용을 하나의 문헌 메모 카드로 만들기 시작했다. 이렇게 하니까 문제가 생겼다. 책을 읽는 데는 4시간 정도 걸리는데, 책을 정리하는 데는 10시간이나 12시간 걸렸다. 즉, 책 하나를 읽고 정리하는 데 1주일씩 걸렸다. 생산성이 급격히 떨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서지노트, 문헌메모, 영구메모로 분류


참고하는 책, 영상, 문서에는 유용한 정보가 많다. 이 중 일부는 당장 필요하고, 일부는 미래에 유용하다. 유용하지만 당장 필요하지 않은 인사이트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에 대한 전략이 필요했다.[8] 일반적인 독서법으로는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 나는 루만의 ZK2에서 힌트를 얻었다.


루만은 두 개의 메모상자(ZK, Zettelkasten)가 있다. 법학 전문가에서 사회학자로 전향하는 과정의 ZK1(1951~1962, 약 23,000개 메모) 이후 본격적으로 사회학에 몰두하면서 두 번째 ZK2(1963~1997, 약 67,000개 메모)를 시작했다.[9] 두 제텔카스텐은 단순히 주제의 차이뿐만 아니라 작업 방식에서도 큰 변화가 있었다. 그 중 하나는 참고 문헌을 관리하는 방법이다.[10]


ZK1은 약 2000개의 참조문헌이 있으며, 이들은 알파벳 순으로 160개의 노트에 정리되어 있다. 즉, 각 노트에는 여러 참조문헌이 기록되어 있다. ZK2는 노트 하나당 문헌 하나씩 기록했다. 그리고 약 35%의 노트는 뒷면에 추가적인 요약 노트가 작성되어 있다. 루만은 책을 다 읽고 나면 요약 노트를 보면서 원고 작업에 유용한 내용이나 염두에 둔 주제에 대한 내용을 영구메모로 기록했을 것이다.[11][12]책을 읽으면서 유용한 내용을 바로 원고 작업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13]



그래서 Inbox, BIB Cards, Main Cards 폴더를 만들었다. Inbox는 문헌 하나당 하나의 파일을 만들고 유용한 정보를 리스트화했다. 그 리스트 중에서 당장 필요한 내용은 문헌메모로 기록하고 BIB Cards라는 폴더에 저장했다. BIB Card를 더 구체화하고 정갈한 형태로 영구메모를 기록하고 Main Card라는 폴더에 저장했다. 이 때 디지털 제텔카스텐의 기본틀을 만들었다. 알고 보면 당연한 내용이었지만 너무 돌아온 것 같다. 이제는 큰 틀 안에서 효율을 높여야 한다.




병목 현상 없는 작업구조 만들기


큰 틀은 만들어졌다. 나의 목표는 컨베이어 벨트가 굴러가듯 원활하게 작동하는 작업 흐름을 만드는 것이었다. 외부에서 얻은 정보나 문뜩 떠오르는 생각을 메모로 기록해 나만의 지식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결과물을 만들어야 할 때 나만의 유용한 정보를 활용하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었다.


작업 흐름을 원활하게 유지하려면, 병목 현상을 없애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좋은 부품, Fancy한 기능이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과 수명을 올리는 건 아니다. 제품의 수명이나 사용자 경험을 결정하는 크리티컬한 요소는 가장 약한 부품이나 취약한 기능이다. 마찬가지로, 지속 가능한 작업구조를 만들려면 취약점을 제거해야 한다. 어디서 병목 현상이 생기는지 발견하고 조치가 필요하다.




문헌 정리 방법


책을 읽으면 장르별로 책을 분류하고 싶은 충동이 생긴다. 그런데 한 번 생각해보자. 만약 내가 책을 천 개 읽었다, 이천 개 읽었다, 만 개를 읽었다고 할 때, 책을 읽을 때마다 장르로 구분하려면 얼마나 스트레스가 쌓일까? 그래서 우리는 좀 다른 방법이 필요하다.


니콜라스 루만의 ZK1에는 약 2,000개, ZK2에는 15,000개의 참고문헌 목록이 있었다. 루만은 '저자명, 출판년도, 제목' 순서로 서지목록을 정리했다. 저자별로 문헌을 정리하고 정렬하면, 특정 저자의 논문이나 책을 한 번에 연관하여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저자와 발행년도를 기준으로 참고문헌이 정리되어 있으면 저자의 생각이나 관심사가 어떻게 변화했는지 직관적으로 알 수 있게 된다.




문헌 메모는 필요한가?


내 작업 구조에는 문헌 메모와 영구 메모가 있었다. 문헌 메모 없이 작업 속도가 향상되지 않을까 생각해 문헌 메모 단계를 없애보았다. 책을 읽은 후에 바로 영구 메모로 정보를 정리하기 시작했는데, 문제가 생겼다.


책에 있는 발췌문에서, 확장된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구체화하는 것이 어려워졌다. 뇌가 새로운 내용을 이해하고 과거의 기억들과 연결하여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또한 내 생각이 원문의 내용에 매몰되지 않도록 평가하고, 떠오른 생각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단계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다른 사람의 글을 보는 이유는 새로운 정보를 얻기 위함인데, 새로운 아이디어를 처음 만나는 순간은 신박하다고 느끼는 감정으로 저자의 생각에 매몰된다. 확장된 생각을 하기 어렵다고 느꼈다. 그 생각에서 벗어나려면 시간이 필요했다.


그래서 문헌 메모를 다시 작업 구조에 포함시켰다. 원래의 작업 방식인 '독서 -> 서지 메모 -> 문헌 메모 -> 영구 메모'로 돌아왔지만 교훈을 얻었다.




문헌 메모와 영구 메모는 어떻게 다른가


디지털 제텔카스텐을 하면서 문헌 메모와 영구 메모의 차이점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문헌 메모도 내 생각을 담고, 영구 메모도 내 생각을 담는데 뭐가 다르지? 이 둘의 경계를 명확하게 알고 싶었다.


이 궁금증은 루만에게서 찾을 수 없었다. 이 답은 다산 정약용의 작업방식에서 영감을 얻었다.


다산 정약용은 한자가 생긴 이래 가장 많은 책을 저술한 학자 중 하나다. [14]그의 저술 과정도 메모를 활용했다. 니콜라스 루만과 크게 다른 점은 제자들과 함께 집체 작업을 했다는 것이다. 그는 탁월한 리더이자 교육가였다. 목표를 세우면 자료(책)를 수집했다. 책을 수집하면 우열을 나누었다. (아마도) 다산은 수집한 자료를 바탕으로 목차, 개요, 범례를 작성했다[15]. 제자들은 이 작업 지시서에 따라 맡은 역할을 수행했다. 작업이 완료되면 다산의 피드백을 받고 다시 작업에 착수했다. 작업이 완료되면 다산이 직접 서문으로 엮어 집필을 마무리했다.[16]


다산의 조직은 다음과 같다.[17]

      자료열람 두어명

      받아적는 사람 두어명

      깨끗이 재구성하는 사람 2-3명

      교정, 대조, 편집 3-4명

      감독자 1명


다산의 조직에서는 내용을 간단히 받아적는 역할과 내용을 정식으로 재구성하는 역할이 명확하게 나뉘어 있다. 이를 내 작업 구조로 확장해보면, 문헌메모 단계에서 읽은 서적의 요약 내용을 기반으로 떠오르는 생각이나 아이디어를 즉각적으로 기록한다. 그 다음 단계인 영구메모에서는 그 아이디어를 더욱 구체화하거나 확장하고, 나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하며, 이를 기존의 영구메모와 연계시키는 작업을 한다.




디지털 제텔카스텐에 루만의 번호 필요할까?


세컨드 브레인이나 제텔카스텐을 시작하고 자연스럽게 만나는 단어는 '상향식 접근', '상향식 글쓰기다'. 작성해 둔 메모를 바탕으로 하나의 맥락으로 이어진 글 한 꼭지를 쉽게 쓰기를 원한다. 그 꼭지들이 모여서 책을 쓰거나 컨텐츠를 만들기를 원한다.


루만의 번호 체계는 상향식 글쓰기를 도와주는 도구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영구메모를 작성할 때 루만의 번호 체계를 적용해보았다. 처음에는 메모에 번호를 부여하는 것만으로 구조가 형성되고, 자연스럽게 지식 클러스터가 만들어지는 것을 보았다. 하지만, 메모가 늘어날수록 번호 부여, 메모 정렬에 상당한 에너지가 소모되는 것을 느꼈다. 메모 기록에 심각한 병목현상을 느꼈다.


옵시디언 그래프 뷰 문서 번호로 필터링


디지털이라 그런것일까? 머릿속으로 아날로그 제텔카스텐을 시뮬레이션 해보았다. 나와 같은 목적과 방법이라면, 아날로그 제텔카스텐에서도 동일한 병목현상이 생길 것이라 확신했다. 니콜라스 루만은 9만 개 메모를 작성할 정도로 지속 가능한 작업 방식이었으므로, 번호 체계에 대해 오해했다고 판단했다.


루만이 메모를 보관하는 방법은 관련된 메모 뒤에 배치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이 번호 체계는 일종의 계층 구조라고 생각했다. 논문을 쓰거나 책을 쓸 때 바로 적용 가능한 구조라고 생각했다. 또는 아이디어 발상 과정을 표시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니콜라스 루만은 번호가 특별한 의미를 가지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루만이 번호를 사용하는 이유는 고정번호로 줄지어 있으면 어떤 내용이 어디쯤에 있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한 루만은 메모를 찾고 싶으면 레지스터 등록부를 사용해서 찾을 수도 있었다. 루만이 메모를 보관할 때 관련된 메모 뒤에 보관하는 것은 맞지만, 물리적인 번호의 가까움을 중요시하지 않았다. 그 메모가 어떤 연결을 가지고 있는지가 더 중요하게 생각했다.


나는 루만의 번호가 일종의 계층 구조라고 생각했지만 실상은 반대였다. 루만은 참조 번호를 사용하면서 섣부르게 생각한 체계를 견제하는 역할도 했다. 루만은 참조 번호를 이용한 연결을 중시했다. 물리적인 근접성(번호의 가까움)을 중요시하지 않기 때문에 거리가 먼 아이디어들의 잠재적 연결이 강화되고, 연결을 바탕으로 복잡한 네트워크를 만들고 새로운 사고로 확장할 수 있었다.




계층적 지식이 아니라 네트워크 지식


우리는 공부할 때 자료를 계층적으로 분류하고 싶어한다. 일상에서 접하는 대부분의 지식—책, 강연, 논문, 기사 등—은 계층적이거나 선형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다. 작가의 머릿속에는 책의 내용뿐만 아니라 이외에도 다양한 생각과 지식이 있다. 하나의 관점 또는 메시지를 효과적이고 설득력 있게 전달하기 위해 필요한 내용을 선택해 줄을 세워 스토리처럼 만든 것이다.


단순히 남의 생각이나 관점을 학습하기 위한 목적이라면 계층적인 분류로 자료를 보관하고 분류해도 상관 없다. 하지만 여러 정보를 바탕으로 통찰을 얻고 나만의 관점을 발전시켜 글이나 다른 결과물을 만들고 싶다면 네트워크 지식으로 만들어야 한다. 여러 주제, 아이디어, 키워드가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어, 더 큰 통찰을 얻거나 새로운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데 유리하다.


또한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는 네트워크 지식이 생존에 유리하다.[18] 계층적 지식은 하나의 관점으로 정리한 것이므로 그 관점이 변하면 전체 구조를 해체하고 다시 만들어야 한다. 시간과 에너지가 많이 소모되는 작업이다. 반면, 네트워크 지식은 다양한 관점에 유연하게 대처 가능하다. 정리하자면, 디지털 제텔카스텐은 남이 만들어 놓은 계층적 구조 지식을 해체해서 내가 염두에 둔 또 다른 계층적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새롭게 알게 된 지식과 부산물을 기존 네트워크에 융합시키는 것이다.




목표지향적이어야만 하는 제텔카스텐


내가 관심이 있어서 그렇게 보이는 건지 모르겠지만, 개인 지식 관리라는 테마가 조금씩 알려지고 있는 것 같다. 세컨드브레인 카카오방과 옵시디언 카카오방, 옵시디언 카페에 새로 들어오는 사람의 속도가 빨라지는 것 같다. 티아고 포르테의 세컨드 브레인, 닉 마일로의 Linking Your Thinking, Zsolts의 비쥬얼 PKM, 니콜라스 루만의 제텔카스텐, 다산 정약용의 지식 경영법, 박문호 박사의 노트 필기법[19] 등 다양한 지식 관리 방법이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을 내 지식 창고에 가져올지, 어떻게 정리할지,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방법론이다. 이렇게 다양한 방법이 있는 이유는 성향과 목적이 다르기 때문이다. 자신에게 맞는 전략을 구사하려면 이들의 공통점뿐만 아니라 차이점을 알아야 한다.


다양한 지식 관리 방법들의 효율은 어떤 접근법으로 사용하느냐에 달려있다. 니콜라스 루만의 제텔카스텐은 얼핏 보면 유연한 성격을 띤다. 그러나 이 방법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목적지향적이어야 한다. 물론, 지식 관리법에서 목적지향적이지 않은 방법은 없다. 그러나 제텔카스텐은 엄밀하게 목적지향적이어야 한다. 제텔카스텐에서 가장 가치 있게 여기는 것은 자신의 생각이다. 목적이 있어야 보편적인 자료를 볼 때 자신만의 관점으로 볼 수 있고[20], 저자의 생각에 매몰되지 않고 다르게 볼 수 있다. 새로운 정보가 나를 만나 이전에 없던 관점을 발견하게 되거나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들이 쌓이면 생각의 지향성을 갖게 된다. 지향성은 어디론가 나아가는 방향성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적은 에너지로 멀리 갈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에너지를 아끼면서 더 깊은 생각을 하고, 정교하게 만든다. 옵시디언 프로그램의 슬로건 'Sharpen your thinking'처럼 생각의 날을 벼리게 한다.[21]




루만이 제텔카스텐을 대화의 파트너라고 한 이유


느낌은 주의 집중을 하지 않아도 무의식적으로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것이다.[22] 지금까지의 경험을 바탕으로 판단한 결과가 느낌이다. 느낌이 먼저 오고 난 다음에 관련된 기억을 인출할 수 있다. 느낌은 강력하다. 장난감처럼 보이는 총알이 뇌관을 맞으면 음속보다 빠르게 날아간다. 멍하게 있는 나에게 느낌이 오면 수많은 기억을 폭발적으로 떠오르게 해준다.


임계치가 넘는 메모가 쌓인 메모상자가 주는 것은 메모에 작성된 텍스트 그 자체가 아니라 느낌이라고 생각한다. 유사한 주제로 모여 군집을 이루고 있는 (과거에 작성한) 메모들을 훑어보는 순간, 지금의 내가 가지지 못하는 새로운 느낌을 받는다. 이로써 잊었던 기억을 찾기도 하고, 실타래처럼 관련된 기억이 함께 쏟아져 나오기도 한다. 기억은 디지털 공간에서 자료를 저장하고 인출하는 과정과 다르다. 기억은 단순히 의미나 사건을 불러오는 동시에 추론한다. 지금의 상황에 맞게 재해석한다. 다시 말해서, 제텔카스텐은 나의 생각을 풍성하게 하고, 정교하게 만드는 파트너다.




참고문헌

1 :� 글 쓰는 인간을 위한 두 번째 뇌 제텔카스텐↩︎

2: � 하우 투 제텔카스텐↩︎

3: ~⎡� 출판사 에디터가 알려주는 책쓰기 기술 07⎦도서 분류가 엉망인 이유 - ISBN에 하나의 범주만 입력 할 수 있어서↩︎

4: ~⎡� Paper Niklas Luhmann’s Card Index 06⎦섣부른 체계화와 폐쇄성을 피하고, 미래에 대한 개방성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

5: ~ ⎡인생의 태도 185p⎦ 목표를 세운 시점의 나와, 도달했을 때의 나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다.↩︎

6: ~⎡� 생각은 어떻게 행동이 되는가 097p⎦복잡한 시스템은 만드는데도 비용이 많이 들고, 유지보수 하는데는 비용이 더 든다.↩︎

7: ~⎡� 글 쓰는 인간을 위한 두 번째 뇌 제텔카스텐 070p⎦제텔카스텐을 꾸준히 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메모의 유형을 구분하는 것이다.↩︎

8: ~⎡� Introduction to the Zettelkasten Method 14⎦제텔카스텐에 염두한 주제이외의 부산물 지식을 어느 정도로 정리 할 것인지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

9: ' 니콜라스 루만의 히스토리 > ^wdscup↩︎

10: ~⎡� Der Nachlass Niklas Luhmanns 06⎦루만의 제텔카스텐 서지 정보 관리↩︎

11: ~⎡� 글 쓰는 인간을 위한 두 번째 뇌 제텔카스텐 119p⎦루만은 독서를 하면서 아이디어를 적고, 책을 읽고 나면 자신이 작성한 글과 어떻게 관련 지을지 생각했다.↩︎

12: ~⎡� 니클라스 루만과의 라디오 대화 Radio Bremen 004⎦루만은 책을 읽으면서 밑줄을 긋거나 메모하지 않고 서지 정보가 적힌 메모 뒤에 관찰노트를 썻다. 그런 다음 서지상자로 이동 시키고, 서지목록에 등록했다.↩︎

13: ~⎡� 니클라스 루만과의 라디오 대화 Radio Bremen 006⎦루만은 자신의 원고 작업에 유용한 자료를 만나면 바로 타자기를 이용해 원고작업했다. 작은 카드는 손으로 만들었다.↩︎

14: 유튜브 - 실학을 완성한 공학자, 정약용 / YTN 사이언스↩︎

15: ~⎡� 출판사 에디터가 알려주는 책쓰기 기술 12⎦개요와 범례 만들기 - 글쓰기 구성, 논리의 흐름, 길이 정하기↩︎

16: ~ ⎡다산 선생 지식 경영법 145p⎦ 통독 후 대강의 문목을 세운다. 문목은 각 목차내의 세부 항목이다.↩︎

17: ~ ⎡다산 선생 지식 경영법 430p⎦ 다산 선생의 팀 구성 및 역할↩︎

18: ~ ⎡엔트로피 131p⎦ 생물이든 사회이든 지나친 전문화는 변화에 대응하기 힘들어 퇴보하기 쉽다. 융통성과 다양성을 갖춘 종이 살아남는다., ~⎡� 도파민 중독되면 뇌에서 벌어지는 일 11⎦다양성은 변화를 대처할 수 있다. 멸종을 막을 수 있다.↩︎

19: 박문호 박사 수첩, 노트쓰기↩︎

20: ~⎡� 다산의 재발견 079p⎦목적이 있어야 관점이 생긴다. 관점이 있어야 새롭게 볼 수 있다.↩︎

21: ~ ⎡다산 선생 지식 경영법 461p⎦ Obsidian 소개 - Sparpen your thinking은 생각의 날을 벼리는 것↩︎

22: ~⎡� 학습시간 절반으로 줄어든다. 아무리 생각해도 공부는 이게 답이에요. 박문호 박사 2부 07⎦느낌을 의도적으로 만들어내는 노력을 통해 다양한 기억을 인출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오해를 중심으로 한 디지털 제텔카스텐 1년 후기였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옵시디언으로 워드클라우드 만들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