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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ucy Nov 06. 2023

나로 시작해서 나로 끝나는 인생

어느 30대 INTP의 미래 환상 - 1년, 5년, 10년, 20년 후

나로 시작해서 나로 끝나는 인생 - 어느 30대 후반 남자 INTP의 미래 환상




1년 후 바라는 내 모습 : 균형 있는 삶


어릴 때 나는 특정한 직업을 가지기보다는 좋아하는 일로 살아갈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을 꿈꿨다. 취미가 직업이 되고, 다시 새로운 취미로 밥벌이가 되는 삶을 사는 것이 꿈이었다. 이 세상에는 재미있는 것들이 너무나 많고, 인생은 짧다고 생각했다. 하나의 직업으로 내 삶을 송두리째 보내는 것은 너무 아쉬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 당시 유튜브 같은 플랫폼은 없었지만, 내가 이런 라이프스타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컨텐츠를 만들거나 강좌를 만드는 수익화 능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해서 뭔가 특별한 기술을 연마하지는 않았다. 다른 사람들처럼 일상에 치여 살았다. 아르바이트를 하고 학교를 다니느라 바빴다. 되는 대로 취업해서 살고, 여러 번 이직도 하면서 살아왔다. 조금 여유가 생길 때면 새로운 것을 공부하기도 하고 블로그를 운영하기도 했다. 그러는 사이 '이게 정말 내가 원하는 삶인가?'라는 불만은 점점 커져 갔다.


좀 더 크리에이티브한 삶을 살아야겠다고 결심하고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여 첫 영상을 올려보았다. '아, 쉽지 않네.' 현실의 벽을 바로 느꼈다. 영상 하나를 만드는 데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들어감을 알았다. 예상은 했지만 현실은 더 했다. 장기적으로 창작 활동을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새로운 정보를 나에게 입력하고 나만의 컨텐츠를 만들어내는 균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것 때문만은 아니지만, 올해 나는 이런 작업 흐름을 만드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2024년 가을쯤의 나는 입력과 출력의 균형을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자가 되고 싶다. 또한, 그동안 챙기지 못했던 나의 건강뿐만 아니라 가족과 경제적인 부분 등 삶을 구성하는 여러 영역을 놓치지 않고 체계적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5년 후 바라는 내 모습 : 외부에 휘둘리지 않고 내 상황에 만족하고 나의 길을 가는 사람


인간과 동물의 차이는 무엇일까? 가장 큰 차이는 살아가는 공간이다. 인간은 자연에서 벗어나 인공적인 세상에서 살아간다. 고대 인간이 수렵, 채집, 사냥으로 식량을 얻었다면, 현대 인간은 스마트폰으로 식량을 주문한다. 흙과 잔디 위를 걷는 대신 콘크리트와 아스팔트 위를 걷는다. 또한 인간은 신을 인간사에서 쫓아냈다. 신의 은총을 더 이상 누리지 못하게 되었다. 자연과 신을 떠나보낸 인간은 그 빈자리를 채울 무언가가 필요했다. 인공적인 사회에서 사는 인간은 돈, 명예, 성장, 성취, 관계로 그 자리를 채우려 한다. 이것들이 자연과 신의 영원한 속성을 대신 할 수 없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 간극을 '불안'이라고 부른다. 인간은 불안함을 벗어던지지 못하는 존재가 되었다.


끝없는 불안에서 해방될 수 있는 것은 만족하는 마음이다. 생존을 위해 성취를 쫓는 세상에서 인간다움을 회복하려면 만족할 줄 아는 마음이 필요하다. 자신과 현재 상황에 대한 만족이 있어야 여유로운 마음을 유지 할 수 있다. 가족을 돌아볼 수 있고 새로운 것을 시도할 용기가 생긴다. 5년 후의 나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만족하며, 나만의 길을 걷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 안정감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10년 후 바라는 내 모습 : 아빠의 역할을 하는 사람


내 아버지는 내가 20대 초반에 들어가셨다. 그 때 어린나이는 아니었지만, 많은 나이도 아니었다. 20대, 30대에 기억하는 아버지 모습은 없다. 그래서 지금의 내가 어떤 아빠가 되어야 할지에 대한 잘 알고 있는 비교 모델이 없다. 


아이에게 좋은 가르침을 주고, 올바르게 지도하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라고 한다. 하지만 부모의 개입이 과해질수록 아이가 스스로 탐색하고, 깨닫고, 고민하는 소중한 시간을 빼앗는 것일 수도 있다. 나는 이 둘 사이에서 어느 정도의 위치에 있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보통의 인간 관계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안물안궁'이다. 물어보지 않았는데 답을 주거나, 도와달라고 하지 않았는데 도와주는 행위, 들을 준비가 되지 않았을 때 말을 거는 사람에게 거부감을 느낀다. 내가 바라는 것은 아이가 뭔가 필요를 느낄 때 도움이 되고 싶다.


잘 모르겠지만, 한 아이의 아빠로서 내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뭔가 기록을 남기는 것이 아닐까 싶다. 아이가 궁금한 것이 생겼을 때, 무언가를 들을 준비가 되었을 때 볼 수 있는 것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작년부터 메모하기를 시작했고, 나의 관심사를 대략 정리했다. 물질적 세계에서 사는 인간에게 필요한 부분과 정신적 세계에서 사는 인간에게 필요한 섹션을 구분했다. 앞으로의 목표는 이 항목들을 세분화하고 각 주제마다 나의 생각을 담아낸 책 한 권씩을 만드는 것이다.


- 물질적 존재로써 사는 인간

  - 공부하는 법, 내 지식으로 만드는 법

  - 최소한의 경제력 갖추는 능력과 기술들

- 정신적 존재로써 사는 인간

  - 나는 누구인가?

  - 육체는 무엇인가? 어떻게 동작하는가?

  - 인생은 무엇인가?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가? 

  - 가족은 무엇인가?

  - 죽음은 무엇인가?

  - 세계는 어떤 곳인가?

  - 우주는 어떤 곳인가?

  - 정신세계는 무엇인가?

  - 물질적 세계에서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10년 후의 나는 아들이 인생을 살아가면서 참고할 만한 텍스트를 남겨놓았기를 바란다.




20년 후 바라는 내 모습 : 자유인의 나로 돌아간다


몇 년 전이었을까, 회사 일로 수원 영통역을 지나갔을 때였다. 피곤에 쩌들어 있던 나에게 미소가 지어졌다. 영통역 주변에서 자취했던 자유로웠던 20대 그 시절의 기억 때문이다. 그때 나 고달픈 인생이었지만,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내 하루를 내가 원하는 일에 쏟을 수 있었던 자유가 있었다. 내 스스로 통제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았다.


예전에는 20대 초에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지금 아이를 낳고 살아보니, 일찍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 것이 생애주기에 유리한 것 같다. 어떤 사회에서든 20대는 고달플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데프콘의 '아프지마 청춘(No More Pain)'은 20대, 30대를 가장 잘 설명하는 노래가 아닐까 싶다. '아프니까 청춘이란 말은 쉽지! 청춘이 아프면 그 다음은 어디일지, 나약해지거나 너무 위로받지 마! 약해지면 세상은 더 위험하니까.' 이 노래를 100번 넘게 들은 것 같다.


다시 돌아와서, 고달픈 시기는 숙고의 시간이기도 하다. 이 시기를 지나고 나면 진짜 원하는 게 무엇인지,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알게 된다. 20대 초반에 아이를 낳으면, 고달픈 20대에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가장 깊은 인간관계를 경험한다. 아이가 크는 시기는 부모가 30대, 40대가 되면서 자신을 돌아보는 시기가 되고, 그때가 되어서야 진정 자신이 바라는 것을 알고 시도하는 시기가 될 수 있다.


결혼을 해야 하거나, 일찍 해야 하거나, 아이를 꼭 낳아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생애주기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다. 결혼이 늦어질수록, 고달픈 20대를 그대로 보내고, 30~40대는 아이를 돌보며 보내게 된다. 빠르게 정신없는 시간을 보내고 나서야 엄마 얼굴과 손에 주름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그냥 그렇다는 이야기다.


어쨌든, 20년 후 내 아들은 성인이 되어 자신의 길을 가고, 나는 지금보다 좀 더 자유로운 내가 되어 있지 않을까. 20대에 의정부 원룸에서 자취하던 그 시절, 수원 영통역에서 자취하던 그 시절처럼 말이다. 내가 가진 시간적 자원들을 내가 하고 싶은 일에 온전히 사용할 수 있는 시기가 되지 않을까. 꿈꿔본다.


50대가 된 나는 자유로운 영혼이 되어 있기를 바란다. 20대에 없었던 노하우, 자기 통제감, 유연함을 가지고 내가 원하는 것을 마음껏 할 수 있는 시기가 되지 않을까. 어쩌면 내 인생 전반으로 본다면, 전성기는 50대에서 시작되지 않을까 싶다.




스스로, 화이팅하며 끝낸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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