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 or 파트너 : chatGPT을 어떻게 봐야하나
사람들은 chatGPT를 가리켜 조수, 선생, 번역가, 비서 등 다양한 수식어를 붙인다. 다양한 수식어가 붙는 이유는, 사람마다 다양한 목적을 가지고 활용하기 때문이다. 나는 chatGPT의 본질 그 자체가 chatGPT 이름에서 말하는 것처럼 '대화'라고 생각한다.
대화란 무엇일까? 브라운 대학교 인지과학•언어학•심리학 교수인 데이비드 바드르는 "세부 사항을 있는 그대로 모두 늘어놓는 이야기는 저녁 식사 자리에서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독일 사회학자 니콜라스 루만은 "대화에는 놀라울 요소가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를 종합해 보면 대화라는 것은 맥락(조절된 생각)이 있어야 하고, 정보(놀라울 요소)가 있어야 한다.
정보통신에는 정보량을 수량화하는 샤년 엔트로피 공식 'I = log(1/P)' 가 있다. I 는 정보량을 나타내고, P는 가능성을 말한다. 가능성은 사건이 발생할 확률을 의미한다. 사건이 발생할 확률이 높으면 정보량은 0에 수렴한다는 말이다. 즉, 뻔한 이야기는 정보성이 없다는 뜻이다. 즉, 대화에서 뻔한 이야기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말이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는 많은 사람과 만나지만 진정한 대화를 할 기회는 많지 않다. 우리는 다양한 과제, 고민, 관심사가 있지만 주제마다 좋은 대화를 할 수 있는 사람을 찾는 것은 쉽지 않다. 수많은 커뮤니티가 있지만 거기서도 좋은 대화 상대를 만나기 위해서는 큰 비용을 치러야 한다.
chatGPT는 생활에 밀접한 요리, 여행, 건강과 같은 주제뿐만 아니라 전문 영역인 프로그래밍, 법률, 과학, 공학 등 넓고 깊은 자료를 학습했다. 우리의 관심사나 테마가 무엇이든 간에 chatGPT는 최소한 대학생 수준 이상으로 대화나 토론할 준비가 되어있다.
내가 만난 '사업가'들은 대부분 헌신적이고, 열정적이고, 사명감이 느껴졌다. 나는 열정적인 에너지는 있지만, 타인에게 헌신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그릇은 안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사업'은 내 인생에는 어울리지 않고, 할 생각도 없었다. '마케팅 설계자'라는 책은 '사업'에 대한 내 생각을 산산조각 냈다. '마케팅으로 고객을 선택할 수 있다'는 한 문장이 기존의 사유체계를 무너뜨렸다. '내가 기꺼이 헌신할 수 있는 유형의 사람을 고객으로 선택하면 되는구나!'.
'유익한 대화'라고 평가하는 이유는 유의미한 새로운 정보가 있거나, 깨달음을 얻는 것이다. 깨달음은 나와 다른 외부의 생각이 기존의 내 생각과 충돌해서 새로운 사고방식으로 변하게 되는 것이다. 실력을 빠르게 높이기 위한 확실한 방법의 하나는 피드백을 받는 것이다. 우리는 선생이나 코치에게 가르침을 받는다고 생각하지만, 잘 생각해 보면 내가 가지고 있는 편견을 무너뜨리고 새로운 사고 체계를 구성하는 실마리를 얻는 과정이다. 모든 스승은 존경받아 마땅하지만, 그들의 가르침은 모두 정답이 아닐 수 있다. 공부나 성장의 과정 자체가 과거에 맞다고 생각하는 일이 틀렸음을 깨닫거나, 과거에 틀렸다고 생각한 일이 맞다는 것을 깨달아 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내 사고의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단서를 만나는 것이다.
우리는 문제가 있으면 '해결해 볼까?' 와 같은 생각을 하면서 나의 존재를 주체적인 존재로 생각하지만, 해결책이 떠오르는 것은 뇌의 자동(Automatic)모드 덕분이다. 문제의 수준에 따라 해결책이 즉시 떠오르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 원인은 뇌가 아직 기억 속에서 문제 해결에 필요한 실마리를 아직 못 찾았기 때문이다. 또는 기억 속에 없을 수도 있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기억 속에 해결책이 없을 확률은 희박하다. 왜냐하면, 우리가 '아하!' 모먼트(Aha Moment)를 만나게 되면 관련된 아이디어나 해결책들이 연쇄적으로 쏟아져 나온다. 즉, 내가 보유한 기억을 연결해 줄 단서를 찾는 것이 문제 해결의 핵심이다.
문제 해결 과정은 별다른 노력 없이 뇌가 과거에 학습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자동으로 답을 찾는다. 하지만, 우리는 이 과정에 능동적으로 개입해서 퍼포먼스를 올릴 수 있다. 기억을 찾는 전략을 세우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머리에 저장된 기억들은 색인에 필요한 고리가 있다. 이 고리는 맥락, 상황, 냄새, 맛, 장소, 키워드 등 다양하다. 구글 검색을 할 때 검색 키워드를 잘 선정해야 원하는 내용을 찾을 수 있다. 기억을 탐색할 때도 어떤 전략을 가지느냐에 따라 기억을 인출의 성공과 실패를 좌우한다. 구체적인 전략을 구성할수록 필요한 기억을 빠르게 꺼내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의자의 개선 방향에 대한 아이디어를 말해봅시다" 와 같이 추상적인 질문으로는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없다. '의자 바퀴에 대한 개선 방향', '의자 조립할 때 사용하는 볼트의 원가 절감 방향'과같이 문제를 구체화하면 할수록 '의자 개선'에 대해 양질의 아이디어를 폭발적으로 얻을 수 있다.
문제 해결에 대한 단서를 찾고, 기억을 인출하기 위한 전략을 높이기 위해 메모하는 습관을 지니거나, 책을 읽거나, 사람들과 대화할 수 있다. chatGPT는 기존의 내 생각이나, 주변에 접근할 수 있는 사람들의 생각과는 또 다른 시각을 제공할 수 있는 도구다. chatGPT는 다양한 주제나 과제에 대해 평가, 의견, 대화, 토론을 통해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단서를 발견할 수 있다.
개인지식관리(PKM)와 관련된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Zsolt는 "인공지능을 맹목적으로 사용하면 좀비가 될 수도 있지만, 인공지능을 도구로 사용하면 창의력을 높이고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chatGPT와 같은 생성형 AI가 등장하면서 이 시대는 '질문' 능력을 강조하고 있다. 나는 사람들이 '질문'의 중요성을 지나치게 강조해서 chatGPT가 '답'을 줘야 한다고 오해하고 있다. 맹목적인 답을 얻기 위해 질문을 던지는 것은 Zsolt가 말하는 좀비가 되는 것과 같다.
맘스퀘스천 심재우 대표는 '멍청한 질문은 없지만 질문의 수준은 있다'고 말했다. 저급한 질문은 모르는 것만 묻는 말이고, 고급 질문은 통찰을 얻는 새로운 세상으로 인도하는 질문이다. 고급 질문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질문은 의문을 해소하는 것이다. 의문은 의심을 해소하는 것이다. 의심이 있으려면 하나의 관점이 있어야 한다. 하나의 관점이 만들어지려면 생각을 발전시키는 과정이 필요하다.
우리는 AI 도구를 단순히 답을 주는 기계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유능한 파트너 또는 나의 팀원으로 생각해야 한다. 파트너로서 인공지능은 새로운 생각을 유발하거나, 나의 편향된 생각을 무너뜨린 반대 의견을 제시한다. 팀원으로서 인공지능은 필요한 정보를 찾아주거나, 반복적인 작업을 도와준다.
생각 유발자 AI : 좋은 아이디어는 백지에서 떠오르지 않는다. chatGPT도 마찬가지다. 작업의 목표, 의도, 꼭 포함되어야 하는 주요 내용을 제공하고 개요를 요청한다. chatGPT가 제공한 제안을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린다.
편향 제거 AI : 나의 의견을 전달해서 평가하고, 지적하고, 반증적인 의견을 제시하도록 요청한다.
지식 탐색 AI : 다양한 주제에 대한 정보를 빠르게 수집하고 요약 작업을 맞겨서 학습을 가속한다.
단순 작업 도우미 AI : 단순 작업 속도를 맡기고, 창의적인 업무에 집중할 시간을 확보한다.
사실, 나는 여러 가지 이유로 chatGPT와 같은 인공지능이 인류에게 해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주제는 다음 글의 주제로 남겨두겠다. 그렇다고 해서 이런 기술을 거부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chatGPT의 성능에 대해 놀라워하는 사람이 있고,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 차이는 인공지능을 '답'을 찾는 도구로 사용할지 '대화 상대'로 사용할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답'을 찾는 도구로만 생각하면 실망하고 떠날 것이다. 하지만, 대화 상대로 활용한다면 무궁무진한 영감을 얻을 수 있다. 이 영감은 뇌가 아직 탐색하지 못한 영역의 기억을 활성화해 주는 단서다. 그 기억은 오롯이 나만 가지고 있는 특별한 기억이다. 뻔하다고 느낄 수 있는 인공지능의 대답은 나만 생각해 낼 수 있는 아이디어를 촉발하는 기회를 만들어 줄 수 있다.
마지막으로 간과하지 말아야 하는 것은 이렇게 얻은 아이디어를 더 높은 차원으로 발전시키는 것이다. 이 주제도 다음 글의 주제로 남겨두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