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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럽보다 달콤 Dec 15. 2024

딱 한번만 이기자

영화 '1승' 감상기

실패 속에 버티는 우리를 위한 영화 ‘1승’



지도자 생활 평균 승률 10% 미만! 파직, 파면, 파산, 퇴출, 이혼까지 인생에서도 '패배' 그랜드슬램을 달성 중인 배구선수 출신 감독 우진(송강호 분)은 해체 직전의 프로 여자배구단 핑크스톰 감독직을 제안 받는다.


에이스 선수의 이적으로 이른바 '떨거지' 선수들만 남은 팀 핑크스톰은 새로운 구단주 정원(박정민 분)의 등장으로 간신히 살아나지만 실력도, 팀워크도 이미 해체 직전 상태다. 그 와중에 막장, 신파는 옵션, 루저들의 성장 서사에 꽂힌 정원은 핑크스톰이 딱 한 번이라도 1승을 하면 상금 20억을 풀겠다는 파격 공약을 내세운다.


배구에 대한 지식과 관심이라고는 1도 없는 새 구단주가 공약으로 내건 '1승'은 영화의 제목이자 곧 메시지이다. 1승을 위해 진심을 다해 달려가는 사람들, 모두가 한 사람의 단점만 바라볼 때 장점을 말해줄 수 있는 다정함, 패배해도 다음에 1승을 노리면 된다는 위로, 정상을 오르기 위해서는 바닥을 거쳐야 한다는 메시지가 담겨있다.


패배를 거듭한 인생을 살아온 김우진 감독조차 핑크스톰을 그저 대학팀 감독으로 가기 전 잠시 머물러 가는 정거장 정도로만 생각한다. 그 자신이 가장 원망했던 이가 갔던 길을 따라가고 있음을 모른 체 말이다.

이 영화속에 담긴 메시지를 HR 관점에서 생각해 본다.

 


구성원의 마음을 움직이는 ‘인센티브’



영화 ‘1승’에는 재벌 구단주가 전면에 등장한다. 우승엔 관심이 없는 괴짜 구단주 정원 (박정민 분)은 핑크 스톰이 1승을 거두면 시즌권 회원들에게 상금 20억을 뿌리겠다는 공약을 내건다. 일종의 ‘인센티브’ 전략을 펼친 것이다. 기존 스포츠 영화들이 꿈, 열정만을 강조해왔는데, ‘1승’은 프로스포츠에서 빼놓을 수 없는 돈 문제를 흥미있게 녹여냈다.


경쟁을 대변하는 전략 중에 인센티브만큼 단기간에 효과적인 전략은 없어 보인다. 인센티브는 성취감과 행복감을 느끼게 한다. 인센티브 (Incentive)의 사전적 정의는 “어떤 행동을 하도록 사람을 부추기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자극. 특히 종업원의 근로 의욕이나 소비자의 구매 의욕을 높이는 것을 이른다”라고 말한다.


많은 기업들이 인센티브를 제도를 활용하고 있다. 첫째는 인센티브가 단순한 업무에는 통하기 때문이다. 그 같은 점을 들어 많은 기업들은 인센티브가 모든 업무에 통할 것으로 오해한다. 둘째는 관성 때문이다. 회사들은 항상 관성에 빠진다. 누군가가 만약 수요일에 어떤 방식으로 무엇인가를 한다면 그들은 목요일에도 똑같은 방식으로 그것을 할 것이다. 셋째는 인센티브 제도는 시행하기 매우 쉽다는 점이다. 사람들 앞에서 당근을 흔들거나 보상으로 협박하는 것은 매우 쉬운 일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단기적으로 그 같은 당근이나 협박에 반응한다.


문제는 인센티브 제도가 역효과를 내는 경우도 있다는 점이다.


멕시코시티는 지독한 교통체증으로 오랫동안 골머리를 앓았다. 대기오염이 심각했고 제시간에 목적지에 도달하지 못하는 교통난이었다. 정부는 고민 끝에 차량운행 제한 제도를 도입했다. 매주 평일 중 하루는 자동차를 끌고 나오지 않는 제도로 교통체증을 줄이고 시민들이 대중교통을 많이 이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그 효과는 어땠을까? 도로 운행 차량 숫자는 더 많아지고 도심 대기오염 수준은 별반 나아지지 않았다. 운행 제한 규칙을 피하기 위해 자동차를 한 대 더 구입했다. 그런 자동차 중 다수는 기름을 많이 잡아먹는 값싼 구형 모델이다.


중국 고생물학자들의 일화는 잘못된 인센티브 설계의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잘 보여준다. 19세기 중국 고생물학자들은 발굴지에서 양질의 화석을 찾기 위해 지역 농부들을 모집했다. 그런데, 학자들은 발굴한 화석 조각의 수를 기준으로 보상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농부들은 화석을 발견하면 여러 조각으로 부쉈다.


인센티브 전략이 실패한 이유는 첫째, 인센티브 정책보다 한 수 위의 똑똑한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다. 둘째, 제도를 만든 사람과 이용자가 같을 것이라는 상상은 금물이다. 당신이 기대한 대로 상대방이 행동하지 않는다. 셋째, 사람들은 특별한 이유를 발견하지 않으면 현재 행동하는 대로 계속하길 원한다.


인센티브로 도덕을 대체하려는 건 위험하다는 주장도 있다. 몇몇 경제학자는 사람들이 칭찬받을 만한 일을 하고 싶었을 수도 있었다는 점에 주목하였다. 경제학자들은 이러한 동기를 ‘후광효과’라고 부른다. 이에 따르면 사람들은 인센티브가 없이 도덕적 행동을 할 때, 그에 따르는 일종의 후광으로부터 만족을 느끼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때 인센티브의 도입은 도덕적 행동에 따르는 후광을 없애버리는 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뭔가 내가 옳은 일을 하고 있다고 자기 스스로, 그리고 주위로부터 인정을 받고 싶었는데, 그 일에 인센티브가 부가되면 이제 이 일은 자기희생이 필요한 고귀한 일이 아니라 돈 때문에 하는 일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조직에서 인센티브가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구성원과 진정으로 소통해야 한다. 인센티브의 가치와 비용을 분석하고 장려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반응에 주의를 기울이고 목표가 벗어나면 다른 접근법을 시도하는 융통성을 발휘해야 한다. 


아마존 제프 베조스의 ‘퇴사 장려금’제도는 효과적인 인센티브 활용법을 보여준다.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는 2014년 ‘퇴사 장려금’(Pay to Quit) 제도를 도입했다. 이 돈은 퇴사할 때만 지급하는 것으로서 직원에게 ‘근무 의욕’을 직접 물어볼 필요도 없이 ‘돈으로 말하도록’ 고안된 장치이다. 


퇴사 장려금 제도가 도입되면 평소 애사심도 없고 근무 의욕도 없던 직원은 기쁜 마음으로 회사를 떠날 수 있다. 조직 내에 숨어 있던 이런 직원들이 사라지는 것만으로도 회사에게는 이익이 된다. 


장려금을 거부하고 계속 근무를 택한 직원의 경우 회사 안에서 장기 목표를 달성하려고 더욱 열심히 노력할 것이다. 이 경우에도 회사에겐 이득이다.



패배에 익숙한 이들에게 작은 성공은 소중하다.



“’1승’은 단순한 스포츠 영화가 아닌, 자신도 모르게 자신감을 잃고 패배의식에 젖는 사람들의 이야기이고 내개 하는 말이기도 하다. ‘내 인생에서 단 한 번, 이 순간만큼은 반드시 쟁취하고 싶다’는 마음을 담았다.” 


신영식 감독의 말이다.


패배만을 반복해 온 사람들에게 단 한 번의 승리가 주는 의미는 크다. 이 영화는 단 1승을 위해 진심을 다하는 이들의 여정이 일상, 더 나아가 인생의 작은 성공을 위해 오늘도 실패한 이들에게 응원의 한마디를 건넨다.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실패할 것만 같지만 그래도 꿋꿋하게 버티고 있는 우리 모두를 위한 이야기이다.

흔히 큰 동기를 부여해야 더 큰 노력을 쏟게 된다고 생각한다. 


동기 부여가 힘든 일에 도전할 열정을 일으켜준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 자기계발 전문가 제프 헤이든은 저서 《스몰빅》에서 “동기부여는 행동하게 하는 원인이 아니라 행동에서 비롯된 결과”라고 주장한다. 끝까지 지속하게 해주는 원동력은 동기가 아니라 ‘작은 성공’에서 생기며 그 작은 성공이 모일 때 비로소 ‘커다란 변화’를 경험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목표를 세웠으면 즉시 잊을 것”을 주문한다. 목표만 생각했다간 중도에 포기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에 머나먼 골인 지점 대신 눈앞의 작은 단계에 집중하라는 것이다. 


1년 동안 팔굽혀펴기 2만 회, 윗몸일으키기 1만 회라는 목표는 듣기만 해선 이룰 수 없어 보인다. 저자는 “하루에 55회, 28회씩만 하면 되는 횟수일 뿐”이라고 말한다. 50분 동안 한 번에 달리는 목표를 기억하기보다는 10분간 가벼운 달리기에 성공한 뒤 ‘오늘처럼 10분씩 매일 조금씩 달려볼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과 같은 원리다. 저자는 이를 ‘스몰빅 사이클’이라고 명명한다.
 
어떻게 작은 단계에 집중해야 할까. 저자는 “자신만의 루틴을 만들라”고 주문한다. 루틴은 가볍고 사소해야 한다. 매일 200단어씩 쓰기, 오후 8시부터 딱 1㎞만 달리기, 책 10쪽만 읽기, 고객 세 명에게 3분씩 전화하기 등이다. 


보통의 인재 (B-Player)에게 기회를



영화 속 핑크스톰은 압도적인 연패 행진을 이어간다. 패배가 익숙했던 우진도 점점 울화통이 치밀고, 경험도 가능성도 없는 선수들과 함께 단 한 번만이라도 이겨보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승부의 세계는 냉혹하다. 늘 승자만 기억되며, 2등은 1등을 빛내기 위한 존재다. 


이런 세계에서 1승조차 꿈인 핑크스톰은 누구도 응원하지 않는 패자일 뿐이다. 구단주는 물론 팬들조차 무시하는 최약체, 감독조차 떨거지라 표현하는 팀, 그게 바로 핑크스톰이다.


일반적으로 조직은 구성원들을 크게 3개의군으로 구분하고 있다. 머리 역할을 하는 스타급 인재들인 A-Player, 조직 내70% 이상의 비율을 차지하며 조직의 손과 발의 역할을 하는 B-Player, 그리고 조직의 성과 달성에 오히려 저해가 된다고 판단되는 C-Player로 구분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그 중 ‘보통의 인재’인 B-Player는 묵묵히 자기 할 일을 충분히 함 으로써 지속적인 조직의 성과창출에 공헌하고 있는 인재들이다. 


조직의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성과 창출은 B-Player로부터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B-Player는 평상시나 위기시에도 조직의 지속적인 성과 창출에 큰 힘을 발휘한다. 특히 위기 시 B-Player들은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오랫동안 몸담은 조직을 살리기 위한 노력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렇다면 B-Player는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 첫째, 잠재 역량 수준이 높은 B-Player에게 교육훈련을 통해 그들의 능력을 높여준다면 더 많은 성과를 가져다 줄 것이다. 둘째, 매력적인 업무 영역에 내부 인재를 배치하여 B-Player에게 스타 플레이어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영화 속 김우진 감독은 자신이 원망의 대상이 한 행동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진심으로 승부에 임한다. 그렇게 핑크스톰이 1승을 할 수 있도록 전심전력을 다하고, 이때부터 김우진의 '감독으로 거듭나기' 훈련이 시작된다. 보통의 인재에게 주는 기회의 시작이다.


자기만의 1승을 거두자.



“남들은 10승, 20승 잘도 하는데 나는 어째 한 번 이기기도 이렇게 힘드냐”라는 대사를 쓰면서 울었다”


신영식 감독의 말이 이 영화에 담긴 진정성을 보여준다.


송강호 배우 역시 “누구에게나 크는 작든 자기만의 1승이 있지 않습니까. 우리 영화가 1승을 달성하려는 사람, 혹은 1승을 얻은 사람에게 용기와 위안이 됐으면 좋겠습니다.”라고 전했다.


2025년 을사년 ‘푸른 뱀의 해’가 밝았다. 올해도 크고 작은 실패와 어처구니 없는 실수가 적지 않은 한해가 되겠지만, 자신만의 소중한 1승을 거두는 한해가 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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