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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노잼 시기

혓바늘이 사라지지 않는다

by 와이줴이

일하다가 카톡으로 "나 노잼 시기임"이라고 친구들에게 보내곤 한다. 단어 그대로 '무엇을 하든 재밌지가 않은 시기'이다. 인생에 높낮이가 사라진 것 같다. 대학생 때까지도 항상 재밌는 사건 사고가 내 주위에 있었던 것 같았는데... 사실 아무 의미가 없는 작은 일에도 배꼽이 빠져라 웃었던 것 같다. 그에 비해 지금은 이렇게 평온하고 평화로울 수가 없다. 그렇다고 이전처럼 희로애락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감정의 높낮이가 매우 낮아졌다. 이 감정의 높낮이가 매 해마다 평탄화되고 모든 일에 무뎌지는 것 같다.


30대 초반인 나는 아직 세상의 많은 일을 경험해 보지도 못했고, 100세 시대인 지금 인생에 30%밖에 살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내 인생이 평탄해지고 무뎌진다는 생각이 들면 어쩌나 걱정이다. 그래도 나름 노잼 시기를 이겨내 보고자 내향적인 내가 친구들과 주말에 약속을 잡고 밖에 나가고, 친구들의 얘기에 진심으로 경청하고 진심으로 재밌어하고자 노력하고, 여행을 가기 위해 계획을 세우곤 한다. 그런데 오히려 시끌벅적한 분위기 중심에 있다가 조용한 집으로 혼자 들어서는 순간 원래보다 더 큰 노잼이 되돌아 오는 것을 느낀다.



사실 종종 이런 노잼 시기가 웃으면서 얘기할 수 있을 정도로 짧은 주기로 찾아왔다가 다시 사라졌지만, 지금 30대의 노잼 시기는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사실 언제부터 이번 노잼 시기가 시작되었는지조차 모르겠다. 이런 노잼 시기가 점점 길어지다가 내 남은 인생을 모두 삼켜 버리면 어떻게 되는 걸까.


24시간 중 9시간을 회사에서 보내게 되는데 이 시간동안 내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나의 모습이 다른 사람에게 나쁘게 비치지는 않을까, 우리의 대화가 즐겁게 이어지도록 리액션을 어떻게 할까, 내가 하는 말을 오해하지 않도록 어떻게 잘 말할까 등 내가 하는 모든 행동을 하나하나 생각하면서 지낸다. 진짜의 내 모습이 아닌 가짜의 모습으로 회사에서 지내고 있다. 가짜로 말하고 가짜로 행동하고 가짜로 웃으니 재미있을 리가 있나. 학생 때는 진짜로 웃고, 진짜로 행동하고, 진짜로 말하기에 작은 것 하나하나에 행복하고 재밌었던 것 같다. 그런 때가 다시 나에게도 찾아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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