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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끄적루씨 Mar 12. 2022

진짜 '아빠'가 필요해!

한 아이를 키우는 데 진짜 '아빠'가 필요하다


한 아이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한 번쯤 들어본 말일 것이다. 이 말은 아프리카 나이지리아의 속담이다.


내가 어렸을 때는 우리 마을에 누가 사는 지 알았다. 옆집 오빠 언니는 어떤 일이 있었고, 건너편 집의 아이는 어느 유치원에 갔고, 아이의 엄마는 어떤 일을 했고, 시시콜콜한 모든 일이 공유되었다. 지금은 다르다. 옆집에 사는 이웃은 얼굴을 몇 번 본 적은 있지만 이름도 모르고 하는 일도 모른다. 그 집의 아이가 어떤 유치원을 다니는지 어떤 걸 좋아하는 지 알지 못한다. 전통적인 대가족에서 핵가족으로 변화한 지금. 내 아이를 키우는 데 필요한 온 마을 사람들은 남이 된 지 오래다. 우리는 가장 가까운 가족에게서 도움을 받고 아니면 정부의 도움을, 육아 도우미의 도움을 받으며 아이를 키운다. 지금은 한 아이를 키우는 데 가족과 정부가 필요하다. 그 중에서도 가장 필요한 사람은 아빠이다.






워킹맘이 되기 전 나는 '남편'을 '아빠'로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그 일환으로 육아 휴직하면서 은근히 나에게 쏠렸던 모든 집안일을 복직 전에 일 단위로 분리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해야 하는 모든 일을 정리했다. 그 일을 딱 반으로 잘라 남편과 나누었다. 혹시나 한 사람이 계속 같은 일을 하게 되면 불만이 생길 수 있으니 격일로 집안일을 바꿔서 했다. 그렇게 우리집에는 집안일 A세트, 집안일 B세트가 만들어졌다. 예를 들면 집안일 A세트는 아이 목욕 시키기, 빨래 돌리기, 아이 잠들고 나면 거실의 장난감 치우기. 집안일 B세트는 저녁 준비, 저녁 차리기, 설거지, 빨래 건조기에 넣기가 있다. 내가 오늘 A세트를 했다면 내일은 B세트를, 남편은 오늘 B세트를 내일은 A세트를 하는 식이다. 이렇게 지낸 지 벌써 3년째이다. 이제는 알아서 척척 집안일을 한다. 일을 안 하는 시간은? 아이와 같이 놀아줘야 한다.


아빠가 되기 위해서는 집안일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아이와 친해지는 것이 중요하다. 

이 프로젝트는 임신했을 때부터 나 혼자 몰래 진행해왔는데, 임신중에 항상 이런 말을 하곤 했었다.


아이가 초등학교 때 가족 그림을 그렸는데,

아빠만 없는 그림을 보고 싶지 않으면 잘 해라.


남편은 그런 아빠는 되기 싫다며 기겁을 했다. 임신 기간 동안 나는 남편을 데리고 임신 출산 교실을 다녔고 출산에 대해서 같이 수업을 듣고, 모의출산도 해보았다.


아이는 엄마 뱃속에서 엄마와 함께 열 달을 보낸다. 어떻게 보면 아이가 태어날 때부터 아빠들은 지고 출발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열 달을 먼저 출발한 엄마와 아이는 마치 찰떡과 같이 딱 달라붙지만, 아빠는 어느 날 갑자기 태어난 아이가 자기 아이라고 하니 태어난 순간부터 부성애를 가지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렇기에 남편들은 더 노력해야 한다. 열 달의 간극을 없애기 위해.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라는 영화가 있다. 산부인과에서 바뀐 아이를 키우고 있는 두 가정이 대조적이다. 한 가정은 부유하지만 아빠는 일에 바빠 아이와 놀아주지 않는다. 다른 한 가정은 집은 그리 잘 살지 못하지만 아빠는 아이와 함께 항상 놀아준다. 집은 항상 시끌벅적하다. 부유한 가정의 아빠는 아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자신은 공부도 잘 했고 성공했지만 아이는 왠지 공부도 잘 못하고 소심하다. 어느 날 산부인과에서 아이가 바뀌었다는 사실을 알고, "그래서 그랬구나"라는 말을 내뱉게 된다. 아이는 그 말을 듣고 마음에 상처를 입는다. 두 아이는 자신의 진짜 부모가 있는 곳으로 가서 며칠간 살게 된다. 그리고 다시 원래 살던 집으로 가지만, 부자집에서 자랐던 아이는 아빠가 자신을 탐탁치 않아 하는 걸 알기에 집에 가기를 싫어한다. 결국 아빠와 아이는 화해를 하고 영화는 끝이 난다.


아직 아이가 없을 때 본 영화이지만 내 마음 속에 큰 울림을 주었다. 아이가 태어나면 아이와 많은 시간을 보내고 놀아줘야지라고 생각했었다. 남편도 이 영화를 보면서 그렇게 느꼈던 것 같다. 아직 '아빠'가 안 된 남편이 있다면 이 영화를 같이 보는 것도 추천한다!





우리 집에는 이제 '아빠'가 살고 있다.

평일에 퇴근하면 집안일을 하고 아이와 함께 놀아준다. 주말에는 온전히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낸다. 같이 나가서 놀고, 목욕도 같이 한다. 아이의 교육에 대해 이야기하고, 아이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한다.


예전에는 아이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했다.

지금은 아이를 키우는 데 진정한 '아빠'가 필요하다.


특히 워킹맘에게는 더 필요한 존재가 바로 '아빠'이다. 

지금 바로 '아빠' 만들기 프로젝트에 착수해보자. 엄마와 아이도, 그리고 아빠도 모두 행복한 프로젝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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