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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씨리Rhee Jun 04. 2024

아이스크림과 어리광

#엄마 #딸 #엄친딸 #사랑 #음식

"나 너 사진 찍는 거 3분만 줄 거야. 더는 못 기다린다. 엄마 배고파 죽겠어!"

우리 엄마는 유독 먹는 것 앞에서 인내심이 없어진다. 나는 식당에 가서 주문한 음식이 나오면 천천히 최대한 공을 들여서 예쁘고 먹음직스럽게 나오도록 촬영을 해서 인스타에 올린다. 그러면 150여 명이 '좋아요'와 '하트'를 눌러주고는, 내게 어느 식당이냐 무슨 메뉴를 시켰느냐고 물어온다. 심지어 나보고 사진을 잘 찍는다고 칭찬을 해주거나 혹은 나는 맛집을 너무 많이 안다고 부러워하는 사람들까지 있다. 나는 온라인에서 이렇게 음식 사진을 찍어서 소통하고, 내가 사회와 연결되어 있음을 느낀다. 이런 나를 엄마가 이해할리가 있는가? 배고파 죽겠다는 엄마 앞에서 이번엔 대강 찍어서 그냥 부계에나 올리고 말아야겠다. 이번에 먹는 회덮밥은 정말 고급진데, 어쩔 수 없다.


"너 반찬 집을 때, 한 번에 집고, 그리고 반찬 들고 털지 말어. 복 달아나!"

갑자기 나 점심 사준다고 불러다 놓고는 아까는 사진을 찍는데 3분만 주겠다더니, 이번엔 내가 반찬 집는 것을 가지고 트집이다. 와 밥 먹을 맛이 딱 떨어진다. 꼭 이렇게 사사건건 밥 먹는 모습까지도 엄마 마음에 들게 밥을 먹어야 하나? 내가 반찬을 집다가 떨어뜨릴 수도 있는 거지. 그리고 너무 많이 집어서 좀 덜어낸 것뿐인데, 이렇게까지 엄마는 지적을 해야 직성이 풀리나? 여하튼 회덮밥을 먹을 일이 흔치 않으니, 그냥 꾹 참고 먹어보겠다. 그리고 내가 예쁘다고, 식당 사장님께 옥수수 마요네즈 구이까지 서비스로 받은 마당에 기분을 망칠 순 없다. 그냥 내가 져준다 엄마한테. "응 알겠어. 반찬 한 번에 집어 먹을게."


밥을 다 먹고 나니 나는 배가 불러지고 곧 기분이 좋아져서, 엄마 때문에 기분 나빴던 건 다 잊어버렸다. 그리고 이내 나는 종알거리고 있었다. "엄마 있잖아. 나 오늘 멘토스를 다섯 알이나 먹었거든? 그런데, 유미 있잖아. 걔가 DM으로 나한테 열받는 메시지를 보내는 거야? 그래서 멘토스 더 해서, 옆에 있던 초코파이도 한 개 먹었어. 근데 지금 나 아이스크림이 한 개 먹고 싶은데 먹으면 안 될까?" 엄마에게 어리광 아닌 어리광을 부리며 한껏 나는 아이 흉내를 냈다. 그런데, 곧 엄마에게서 불호령이 떨어진다.

"너는 이렇게 자제심이 없어서, 앞으로 공부는 어떻게 하려고 하니? 단것을 그렇게 많이 먹고, 기분에 취해서 초코파이까지 먹어놓고. 뭐라고 이제는 아이스크림까지 먹겠다고? 너는 건강관리를 할 수 있어야지. 네 몸은 네가 챙겨야지. 이렇게 몸을 아끼지 않아서 대체 앞으로 무슨 일을 하겠다고 하는 거니?"


아니 어리광 좀 부렸다고 해서, 내가 건강관리도 못하고, 거기서 공부 이야기는 또 왜 나오는걸까? 나를 몰아세우는 엄마는 대체 왜 이러는 걸까? 밥 먹는 내내, 엄마 눈치 살피며 엄마 마음에 드려고 노력했던 내가, 아이스크림 하나 먹자고 이런 소리까지 들어야 하는 게 못내 서글퍼졌다. 나는 정말 자제심도 없고 절제력도 없고 앞으로 하고자 하는 일을 제대로 못하는 그런 사람이 되어버리는 것만 같아서, 나 자신이 작아지고 한 없이 위축된다. 나는 엄마가 너무 좋은데, 엄마로부터 인정받고 사랑받고 싶은데, 나는 왜 항상 이렇게 핀잔만 듣고, 혼이 나는 걸까? 나는 뭔가 잘못됀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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