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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영처럼 Jul 08. 2022

어떻게 하면 갖고 싶게 만들까?

콘텐츠 수익화, 어떻게 팔까를 고민하기 전에 할 일 

얼마 전 동네에 야시장이 들어왔다. 1년에 2번 들어오는 야시장은 제법 큰 규모이다. 어릴 적 바닷가에 놀러 가면 있을 법한 풍선 터트리기부터 시골 5일장이나 가야 볼 수 있는 엿장수에 각설이까지 온다. 심지어 작은 놀이동산을 연상케 하는 어린이 바이킹과 동네 키즈카페를 옮겨 놓은 듯한 에어바운스, 5천 원에 10분 정도 물고기를 잡을 수 있는 작은 풀장도 들어온다. 갖가지 종류의 먹거리와 전국 특산품은 말할 것도 없다.


야시장이 들어선 날은 씀씀이가 조금은 헤퍼진다. 매일 오는 기회가 아니기 때문에 조금 비싸더라도 속는 샘 치고 지갑을 연다. 이 날은 아파트 주민들 말고도 주변 동네에서도 제법 모인다. 이 틈을 놓치지 않고 야시장 판매팀이 아닌 다른 업체에서도 슬며시 합류한다. 


아이와 손을 잡고 가는데 누군가 말을 걸어왔다. 체험기기를 홍보하는 분이었다. 양손에는 아이가 좋아할 만한 선물이 들려있었다. 무료로 준다고 하니 아이는 신이 나 그중 하나를 집어 들었다. 다시 돌려주고 싶었지만 이미 선물을 받은 아이는 신이 났다. 그리고는 신청서 한 장을 써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연락이 오는 게 영 번거로웠지만 이미 받았으니 안 적을 수도 없었다. 


며칠 뒤 한 두 번 부재중 전화가 왔다. 평소에도 모르는 번호는 거의 받지 않는 편이다. 여러 차례 전화가 온 후 문자가 왔다. 체험기기를 보내드려야 하니 주소 확인차 연락드렸다는 내용이었다. 체험기기는 원치 않으니 안보내주셔도 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극구 써보라는 말에 어쩔 수 없이 택배를 받았다. 


그리고 택배가 도착하고 하루가 지나 또 연락이 왔다. 주말에 도착했고, 여행중이었다. 전화를 받지 않으니 문자가 왔다. 택배 도착 후 하루 지났는데, 문자에는 "택배 도착 후 수일이 지났는데 연락이 안 된다"는 내용이 왔다. 택배를 받고 그대로 돌려주고 싶었으나 택배를 뜯고 통화하자고 했다. 결국 통화는 안 했다. 택배는 뜯고 로그인을 하니 연결된 상태는 확인된 듯싶었다. 며칠 정도 기기 체험 기간을 거친 후 결국 그대로 택배를 포장해 다시 보냈다.


끊임없이 연락이 오는 것과 팔고자 하는 넘치는 의욕이 나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우리 아이는 지금 한글을 떼야하는 시기다. 아이가 좋아하면 조금은 마음을 열고 기기 신청을 고려했을 수도 있다. 실제 나는 이 제품을 반납한 후 타사 광고가 자꾸 눈에 들어와 타사 제품을 시켜야 하나 고민하고 있는 중이다.





다른 일도 있었다. 당시는 임신했을 때의 일이다. 나는 오래전부터 G사의 보험에 가입되어 있다. 보험 설계사가 그 사이에도 몇 번이나 바뀌었다. 입덧이 심할 당시 G사에서 설계사분이 변경되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몸상태가 안좋아 통화도 원치 않았다. 그런데 굳이 집으로 방문을 하겠다며 연락을 해왔다. 필요 없다고 몇 차례 이야기를 했지만, 그래도 인사를 해야 한다며 끝내 집을 찾아왔다. 단, 5분이면 된다고 했지만 결국 1시간을 가까이 이어졌다. 


그 뒤로는 아예 전화도 안 받았다. 얼마 전 그 보험은 만기가 되었다. 만기가 되고 나니 새로운 보험을 가입하라고 다시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다른 분이었다. 기존에 방문하셨던 분이 퇴사하여 담당자가 변경되었다고 연락이 왔다. 모르는 번호는 전화를 잘 안 받는데, 한번 연결이 되고 나니 딱 1분만 들여서 답변 좀 부탁한다고 했다. 그리고 링크를 보내왔다. 담당자 변경 승인 관련 내용인듯했다. 이후에 계속 전화가 오고 있다. 새로운 상품이 있으니 5분만 만나자고 하면서 말이다. 차단하지는 않았지만 전혀 만나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 도대체 판매를 왜 이렇게 할까 안타까운 마음이 들 정도다.





누구에게나 이런 판매에 대한 불쾌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런 경험 탓에 누군가 판매를 할 작정으로 다가오면 거부감이 들게 된다. 나도 판매하는 입장이고, 사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것을 판다. 파는 방법이야 다양하지만 적어도 팔고자 하는 의도를 강하게 내비칠수록 구매자는 멀리 달아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건 변함없는 진리다.


파는 사람은 '어떻게 하면 잘 팔까'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갖고 싶게 만들까'를 고민해야 한다. 고객의 문제가 무엇인지, 욕구가 무엇인지를 파악하면서 말이다. 예를 들어 앞서 아이 교육 프로그램의 기기에 대한 불쾌한 경험이 있었다. 만약 판매자 입장에서 파는 것에 집중하지 않고 어떻게 하면 아이 엄마가 갖고 싶게 만들까에 집중했다면, 부담될 정도의 연락은 피했을 것이다. 기한 내 어떻게든 '계약하게 만들어야지'가 아니라 고객 입장을 고려했다면 조금 더 여유 있는 마음으로 실제 아이 엄마의 문제에 집중했을 것이다.


아이에 대한 간단한 정보는 이미 알고 있는 상태였다. 신청서를 작성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전화 연락이 어려운 고객에게 판매자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간단한 설문지를 만드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전화가 아닌 문자로 1분 정도로 답변을 유도할 수 있다. 


- 아이가 한글을 떼었는지, 혹은 어느 정도 알고 있는지?

- 아이가 알파벳을 알고 있는지

- 평소 아이가 책을 얼마나 읽는지, 관심은 있는지

- 이런 기기 체험을 해본 적이 있는지, 주변에 하는 사람이 있는지 등 


가볍지만 아이 엄마가 관심을 가질 만한, 심리를 자극할 만한 질문을 던지는 것이 방법이 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평소 자녀 교육에 별 관심이 없던 엄마라도, 6살 아이들이 어느 정도 한글을 읽고 쓸 수 있는지의 통계라든가, 이 프로그램을 진행할 경우 얼마간의 기간 동안 하루 어느 정도 양을 어떤 방법으로 할 경우 한글을 뗄 수 있다는 수치를 보여주면 마음이 움직일 수 있게 된다. 이런 내용들은 블로그 등의 SNS를 통해 링크를 만들어 전달할 수 있다. 


무작정 "아이가 좋아할 거예요. 일단 체험해보세요" 등이 아닌 좀 더 구체적인 문제를 파악하고, 이에 대한 해결책을 줄 수 있는 것이다. 단, 물론 대부분은 전화로 이런 절차를 시도할지도 모른다. 내 경우는 전화조차도 애초에 안 받을 작정을 한 어려운 고객일 수도 있다. 그럴 경우 문자에 대한 답을 요구할 수도 있는 것이다. 적어도 나 역시 문자에는 답을 했으니 말이다.





요지는 억지로의 느낌이 들지 않게 하는 것과 실제 고객이 갖고 있는 문제를 파악하는 것, 무엇보다 팔려고 하는 의지보다는 어떻게 하면 갖고 싶게 만들까에 대한 고민이다. 상품의 필요성을 못 느낀 고객의 DB를 받았다면 상품이 필요하다는 것에 대한 인지를 하게 만들어야 한다. 이 인지는 '사회적 증거'로 유인시킬 수 있다.


로버트 치알디니의 '설득의 심리학'에서 사회적 증거에 대한 언급이 나온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많은 사람들의 한 행동이 좋다고 믿고, 이를 따라가기 마련이다. 여기에서 좀 더 보태면 '휴리스틱'도 언급할 수 있다. 휴리스틱은 정확히 파악하기보다 감으로써 '이 정도면 되겠다'싶은 정도다.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좋은 후기를 남겼으니 이 상품은 사도 좋을 거 같아' 정도의 감을 말한다.


나 역시 양말이나 마스크 등의 생활필수품부터 시작해서 청소기, 냉장고, 에어컨을 구입하는 것까지 거의 모든 상품을 구매할 때 후기를 확인한다. 구매 전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구매했는지, 후기는 어떤지 등 사회적 증거를 꼼꼼히 파악한 후 휴리스틱을 통한 '감'으로 구매까지 이어지는 것이다.


앞서 이야기한 아이 교육 제품을 판매하는 경우 만약 상담해주신 분이 실제 상담 사례를 링크로 보내왔다면 엄마의 입장에서 좀 더 공감이 생겼을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실제 후기를 어떻게 받아야 할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무조건 우리 제품이 좋으니 알아서 사겠지 하는 마음과 우리 제품이 좋으니 한번 써보라는 억지는 통하지 않는다. 그러기에는 선택할 타사의 상품이 너무 많다. 


구매로 이어지는 경우는 사람과의 관계다. 파는 사람이 팔려는 의지를 갖고 달려들면 사고 싶은 마음도 달아나기 마련이다. 그러니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고, 갖고 싶도록 만드는 사회적 증거를 제시해야 한다. 결국 파는 것이 아니라 사고 싶게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잘 파는 방법이다. 





아래는 실제 아이 교구나 책, 기기등을 판매하는 분이 적용할 만한 아이디어를 떠올려 봤다. 내가 구매하는 입장이라면 판매하는 분이 이런 내용을 전달했을 때 움직일 것 같다. 


실제 관리하고 있는 엄마들의 리얼 후기를 공유한다. 그렇다면 SNS를 하고 있어야 한다. 블로그나 인스타 등 어디든 판매하는 사람이 관계를 맺고 있는 엄마들의 소통 창구를 보여준다. 그리고 이미 구매한 엄마들의 후기를 받는다. 받아야 신규 회원을 모집할 때 활용할 수 있다. 


그냥 써달라고 하면 대게는 써주지 않을 거다. 조금 비용은 부담되겠지만 실제 사용자 후기 이벤트를 한다. 도서상품권, 이마트 상품권 등 실질적인 상품을 제공한다. 그 중 후기를 압도적으로 잘 쓴 회원에게는 더 혜택을 제공한다. 그리고  아이 사진 활용 동의나 후기 동의등을 받는다. 물론 얼굴 모자이크를 해도 괜찮다. 중요한 것은 사이트 자체에서 올린 후기는 크게 신뢰가 가지 않는 다는 점이다. 직접 관련된 엄마들의 찐후기가 중요하다. 


그리고 한번 관계를 맺은 회원들과는 직접 소통을 한다. 불편한 점이 있는지, 개선점이 있는지, 아이가 어떤 콘텐츠를 좋아하는지 등 편안하게 접촉하고 문의하는게 포인트다. 팔려는 의도보다 팔고 나서의 관계를 유지하면 입소문이 이어질 것이다. 실제 파는 것은 신규 고객을 모으는 것보다 기존 고객에게 판매하는 것이 더 적은 비용과 노력이 들어간다. 거기에 신규 고객이 지인추천까지 이뤄진다면 더 효과는 더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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