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동순 Apr 21. 2023

현실이 고약할수록 추억은 향기롭다

[수줍은 표지 산책] 박학기 1집 '향기로운 추억'

창문은 열려 있고 커튼은 바람에 펄럭인다.

늦은 오후인 듯 창밖은 밝지만 방안은 어둑하다.

창가에 놓인 머그컵으로 미루어 보아

남자는 바깥바람을 쐬며 커피 한 잔 하기 위해 창문을 연 듯 보이나

어째서인지 창밖을 외면하고 턱을 괸 채로 생각에 잠겨 있다.

무엇을 봤길래

무슨 생각이 났길래


앨범 타이틀 곡인 '향기로운 추억'의 가사를

가만히 들여다보고 나서야

그 의미를 어렴풋이나마 알 듯했다.


‘한 줌 젖은 바람은 이젠 희미해진 옛 추억 어느 거리로 날 데리고 가네’

'가끔 떠올려 보지만 입가에 쓴웃음 남기고 가네'

'이렇게 홀로 꿈꾸는 세상은 아름답지만 가끔 밀려드는 커다란 외로움'


아트 디렉터는

이 노래를 수없이 들었을 게다.

그림으로 온전히 전하고 싶은 이유로.


그리고 두 가지 선택지를 가졌을 것이다

'향기로운 추억'을 그릴 것인가

'떠올리는 현실'을 그릴 것인가


광고쟁이인 나였다면 가장 향기로웠던 '추억'을 보여주려 했겠지만

아트디렉터는 오히려 가장 쓸쓸하고 씁쓸한 '현실'을 그려냈다


꿈꾸게 하는 노래와

꿈깨게 하는 앨범디자인

묘하게 어울린다


뱀발)

노래가사와 가사지에 수록된 가사가 다르다

녹음하면서 뒷부분을 들어냈을 듯하다

원곡은 어땠을까, 궁금타

특히나, 삭제된 마지막 가사는 의미심장하다

'이렇게 홀로 꿈꾸는 세상은 외로움있지만 내겐 아름다운 비밀'

응? 비밀...? 향기가 아니라 냄새가 나는데...


뱀발2)

가사의 '외로움있지만'은 '외로움이지만'의 오타인 듯하다

하지만, 노래에도 나오지 않으니 확인할 길은 없다


뱀발3)

리마스터링 앨범이 나온다면 쟈켓 디자인도 살짝 바꾸면 재밌겠다

아저씨는 저 포즈 그대로 할아버지가 되어 있고

머그컵 옆에는 스마트폰이 놓여 있고

창밖 빌딩 위에는 LED 옥외광고와 드론이...

작가의 이전글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