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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빡쌤 Jun 04. 2024

자전거 찌그러졌으니 50만 원 내놔!

경찰서 가고 법원 가자. 

선생님,  이 글 좀 읽어보세요.
컴퓨터를 켜고 비번을 막 입력 했을 때 옆반 선생님이 나에게 일기장을 건넨다. 


우리 반 정성일, 김도윤이 등장했다.(가명)

두 친구는 자전거를 타다가 4반 친구 김서빈 자전거와 부딪혔다. 

우리 반 아이 2명은 미리 계획이라도 한 것 마냥 

"자전거 고장 났으니 50만 원 입금해라.  안 하면 경찰서, 법원 가자"라고 협박을 했다. 


월요일 아침, 아이스아메리카노 보다 더 효과가 좋은 듯...

"사건이 안 터지면 내가 살아있는 것 같지가 않아."(형사 두 명이서 나누는 대사의 일부다)


형사 사건을 처리하듯 주저 없이 순서대로 일을 처리하기 시작했다. 

관련 아이 2명, 당했다고 주장하는 아이 1명의 이야기를 자세히 듣고 메모했다. 

사건의 퍼즐 맞추기가 시작되었다. 

하지만 아이들의 반응은 예상대로 흘러간다. 


그 애가 먼저.... 

그냥 장난이었어요


나: 그럴 줄 알았지
도윤이가 쓴 내용 

나는 '이야기 퍼즐'을 잘 맞춘다. 

행동과 장면을 쪼개고 나누어 질문과 대답하면 전체 그림이 완성된다. 안 맞는 상황은 다시 전으로 돌아가면 된다. 


끝내 두 친구는 자신들이 한 행동이 장난이 아니라 친구를 협박한 것이라고 했다.  후속조치로 50만 원 내놔라! 고 말했던 아이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어머니, 아이가 어제 놀이터에서 놀다가 일이 생겨서 전화를 드렸어요. 도윤이 자전거와 다른 친구 자전거 부딪혔는데 도윤이 자전거가 파손되지도 않았음에도 50만 원 내놓아라고 하고 안 주면 경찰서 가고 법원 가자고 했다고 합니다. 두 명이서 한 명에게 짧지 않은 시간 동안  큰소리로 얘기를 계속했나 봅니다. 상대 친구는 이를 협박처럼 느껴 두려워 울었다고 합니다. 어머니 시간 되시면 오후에 잠시 오셔서 이야기를 좀 나눴으면 합니다. "


일부러 오시라고 말했다. 가볍지 않은 일임을 인지시키기 위한 액션! 
하지만 도윤이 어머니는 아래와 같이 응답했다. 



선생님, 애가 그냥 장난으로 그렇게 말한 것일 수 있는데
선생님이 그렇게 얘기하시네요.
물론 협박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장난일 수 있잖아요.

'뭔 말이지?'  이때 내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화내지 말자'
"선생님 말씀하세요!" 
"어머니,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도윤이에게 이런 일이 있었으니 장난이든 그 무엇이 되었든 상대 아이는 힘들어하고 있어요. 잘잘못을 따지기보다 어머니와 제가 같이 지도를 한 번 더 잘하자는 취지로 전화를 드렸어요. 오후에 시간이 안 되시나 봐요. 어머니, 학교에서 피해받았다고 주장하는 아이가 있으면 기록으로 남겨야 합니다. 오늘 있었던 일을 기록하고 보관할 예정입니다. 이러한 일이 안 일어날 수 있도록 어머니와 저 지도 함께 잘해나갔으면 합니다."
잠시 말이 끊겼다가 언짢은 목소리로 "알겠습니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어머니에게 아이가 쓴 내용을 캡쳐하여 문자로 보내드렸다. 선생님이 백만 번 설명하는 것보다 아이가 직접 기록한 내용이 제일 설득력 있다. 그런데 여기서 주의할 사항은 집에 가서 아이의 말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장면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이가 반성했고 어머니에게도 알렸고. 끝! 

아니다. 사람은 아이든 어른이든 힘든 상황을 본능적으로 모면하고 싶어 한다.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받았다고 주장하면 위로와 큰 관심을 받게 되어 있다. 특히 그것이 부모와 자녀와의 관계라면 더더욱. 


도윤이에게 얘기했다. 

"도윤아, 네가 선생님이 쓴 글과 말을 보니 잘못을 뉘우치고 있는 것 같아. 

 집에 가서 엄마가 물으시면 갑자기 내가 한 건 장난이지 협박이 아니라고 얘기해 버리면 선생님은 다시 너와 이야기를 해야 해. 물론 부모님도 오해하시니 직접 학교로 오셔서 네가 쓴 것을 보여드리면서 얘기해야겠지. 진짜 반성하는 것은 야단을 맞아도 내 잘못을 깨끗하게 인정하고, 다시 안 하면 되는 거야  

그렇게 할 수 있겠니?. "


"네"


 이 일이 이럴 일인가? 

주말 동안 놀이터에서 있었던 다툼에 대해 피해가 심각하니 용서를 빌어라. 그래서 그것을 일기에 자세히 써서 월요일 학교에 오자마자 담임교사에게 일기장을 보내주었고 그 일기장은 들고 담임교사는 내게 온 일.


"의견차를 좁히고 해결해라."

 

일이 일어난 순서를 정리하고

 증명해 내고, 

잘못을 인지시키고

서로 화해하고 

부모님에게 알리는 것

자료(관련 아이들이 쓴 내용)를 남기는 것까지! 


도윤이 어머니의 답장

오전에 보내드린 문자에 답장이 도착했다. 

미션 완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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