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도비코의 시선, '미완성 그림'

by 루도비코 Ludovi 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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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저는 그림을 그리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 창피했습니다.

오랜 시간 동안 공을 들여 그리면 잘 그렸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데, 그려내는 동안 수많은 실수들을 만드는 저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려내는 과정 속의 그림은 'Ugly'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스케치를 하고 수없이 고치며 완성시키는 것이 시간도 오래 걸리고 너무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완벽함을 추구하던 저를 바꾸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종이와 펜 하나만 들고 저만의 '그림일기'라는 것을 만들었습니다. 거기에 일기 내용들과 함께 스케치 없이 펜으로 바로 그림을 그렸습니다. 완벽한 그림만을 추구하던 저는 스케치 없이 그리며 삐뚤어지는 선들로 인해 제가 원하지 않던 그림이 되어가는 모습을 보는 것이 너무 괴로웠습니다. 그래도 '나는 형태력을 키우기 위해 연습하는 것이야.'라고 생각하며 계속 그려나갔습니다. 어차피 일기여서 남들에게 보여 줄 생각이 없으니 창피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20권 넘게 그림일기를 만들고, 노트와 수성 사인펜만 들고 밖에서 라이프 드로잉도 그리면서 오랜 시간이 지났습니다. 바르셀로나 근처의 Mon Serrat로 여행 갔던 날, 내려가는 기차를 기다리며 멋있는 풍경을 그리고 있었습니다. 그때 어떤 분이 와서 내 그림을 보고 'Bien(Good).'이라고 말해주었습니다. 시간이 한참 지난 후 그때를 떠올리다가 문득 깨달았습니다. 이제 다른 사람들이 내가 그림을 그리고 있는 모습을 본다고 해도 창피하지 않구나.


내가 못났다고 생각하는 나의 모습을 자주 접하다 보니 그것이 오히려 저의 자존감을 키워줬습니다. 꾸미지 않은 '미완성 그림'인 나의 모습을 다르게 바라보고 사용하면 이것이 나를 더 좋게 만들어주는 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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