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10년만요.

아홉수에 생긴 일

by 안성미

"자기야. 이거 뭐지? 한번 만져봐."

보통의 부부가 그렇듯이 가끔 남편은 나의 젖가슴을 만지며 장난을 친다.


"어? 진짜 그러네. 딱딱하다."

"바로 병원 가봐."

"응......."


며칠 뒤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고 액스레이를 찍었다. 의사는 더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 조직검사를 하자고 한다. 살짝 두려운 마음이 들었지만 '뭐 큰일이야 있겠어?'하고 바로 응했다. 아무에게 얘기하지 않았다.


며칠 지나 다시 병원을 찾은 나는 충격적인 말을 듣는다.

"조직 검사 결과 나왔습니다. 유방암입니다. 가족과 상의하시고 수술 날자 잡으세요."

"......."


중학생, 초등학생 아들, 철부지 같은 또 한 명의 아들을 남편으로 둔 39살의 건강한 주부였던 나는 졸지에 암환자가 되어버렸다. 의사가 주절주절 얘기를 하는데 귀에 들리지 않았다.


바로 얼마 전 나와 친하게 지낸 학원선생님이 유방암으로 투병하다 하늘나라 간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자기야. 나 병원에서 유방암 이래."

"........"

직장에 있는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고 하염없이 울먹였다.


암은 오른쪽 가슴 젖꼭지 아래에 있었다. 의사는 다행히도 부위가 좋은데 있다면서 부분 절제수술을 권했다. 한쪽 유방을 완전히 제거하면 다시 성형도 해야 한다고.

수술 날짜를 잡고 날마다 기도했다.

"하느님. 저 돈 욕심 안 부릴게요. 우리 아이들 성장할 때 까지만요. 네? 제발 10년만요."


수술하고 방사선 치료 한 달 받고 항암치료 4회. 항암 주사 2회 맞았을 때는 머리가 빠지기 시작했고 온몸에 털이란 털은 다 빠졌다. 자고 나면 머리 베갯잇에 수북이 빠져있는 머리카락을 보고는 급기야 남편이 내 머리에 손을 댔다.

미용 비용 아낀다고 아이들 머리카락을 밀었던 일명 '바리깡'으로.

윙~ 하는 소리와 함께 머리카락이 스륵스륵 욕실 바닥에 떨어졌다.


남편은 처음으로 나의 머리카락을 밀면서 꺼이꺼이 울었다. 그 이후엔 하지 않았다. 머리카락이 한동안 나지 않았기에.


항암주사 3회부터는 병원 앞만 지나가도 구역질을 했으며 모든 면역기관이 약화가 되면서 안 가던 산부인과도 가게 되었다. 겨드랑이, 사타구니 할 것 없이 살이 부딪히는 곳엔 염증이 생겼기 때문이다.


항암 치료 후유증은 각기 다르게 나타났고 강도의 차이도 천차만별이다. 난 극도로 힘들어할 때 4회로 끝났다.


내 나이 50대 중반.

"제발 10년만요."

울부짖었던 나의 기도는 훨씬 전에 이루어졌고 아들 한 명은 성장하여 장가갔다. 보통 아홉수라고 하면 그 해에 안 좋은 일이 생긴다 하여 사람들이 꺼리는 경우가 많다. 나도 그랳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니 아홉수는 좋은 해였다. 어느 해보다도 가족의 사랑을 듬뿍 받은 해였고 감사로 살았던 해였다.


3은 좋은 기운에 수라고 사람들이 좋아한다. 그 좋은 기운에 수 3이 3배나 있는 아홉수는 복도 3배나 많이 받는 해다. 믿거나 말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