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벨 소리가 연신 울린다. 겨울방학 특강 준비한다고 김밥 한 줄로 허기진 배를 채웠다. 바빠 죽겠는데 폰화면에 보이는 글자는 아들 이름이다. 무시하고 전화를 안 받았다. 한동안 울리더니 소리가 끊어졌다. 문자 알림 소리가 난다.
"엄마, 헬스장에 왔는데 머리가 너무 아파요."
"동네 oo내과 가봐. 감기인가 보다."
"...... 네~"
정신없이 특강 수업을 마치고 의자에 앉으며 "휴~~"하고 숨을 몰아쉬었다. 그리고는 휴대폰에 온 문자를 확인하니 아들한테 온 게 있다.
"엄마, 병원에서 감기약 처방받아서 약 먹고 집에 가는 중."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았고 쏟아지는 일 처리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모든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퇴근 준비를 하는데 전화가 울린다.
"수업 다 끝났어?"
남편이다.
"응. 우리 저녁 뭐 먹을까?"
"자기야, 호흡 한번 크게 쉬고 놀라지 마."
"...... 무슨 일이야?"
"oo이가 쓰러졌어. 뇌출혈이래. oo대학병원 중환자실에 있으니까 병원으로 와서 전화해."
이게 웬 날벼락같은 소리인지. 온몸이 부들부들 떨리고 눈에서는 눈물이 하염없이 흘렀다. 부랴부랴 외투를 입고 택시를 탔는데 눈물은 그치지 않았다.
왜 나는 아들의 전화를 안 받았는지. 뭐가 그리 바쁘고 중하다고 아들한테 신경을 못썼는지...... 죄책감과 미안함으로 꺼이꺼이 울면서 병원으로 향했다.
아들은 20살 대학교 1학년을 보내고 겨울방학 집에 와 있었다. 학창 시절 우수한 성적은 아니었고 학원을 운영하는 엄마의 등살에 떠밀려 지방대에 갔다. 어차피 군대에는 가야 할 몸이니 2학년 때 ROTC 지원하라고 부추기며 헬스장에 등록시켰다.
쓰러진 그날, 아들은 운동 중에 푸시업 하면서 얼굴에 피 몰리는 느낌이 들었다고 한다. 계속했고 그러다가 갑자기 핑 돌면서 극심한 두통과 얼굴이 저려왔다고. 그리고는 바로 엄마한테 전화를 했는데... 내가 받지 않은 그 전화였다.
시간이 흘러 결국 병원에 데리고 온 것은 남편이었고 아들은 중환자실로 이동했다고 한다.
다음 날 중환자실 면회시간에 맞추어 아들 얼굴을 보니 퉁퉁 부은 얼굴에 주렁주렁 매달린 줄들, 아들은 말을 하지 못했다. 안 울려고 아무리 몸부림쳐도 눈에서는 눈물이 그치지를 않고 손만 어루만지다가 나왔다.
담당 의사를 만나 이런저런 얘기를 듣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추운 날 눈이 많이 오는 날에도 운동하라고 내보냈는데 그 영향이 있나요?"
"아이고, 어머니. 아니에요. 그러면 특전사는 다 머리 터지게요. 기형혈관이 있었어요. 아직 나이가 어리니 기다려 봅시다."
의사의 저 말이 얼마나 나의 죄책감을 씻겨줬는지 모른다. 아들이 쓰러진 후 나는 잠을 잘 수가 없었다.
극성맞은 엄마 때문에 반항 한번 하지 않고 자란 아들이었다. 급기야 엄마 성화에 못 이겨서 하기 싫은 운동 하다가 쓰러진 것이 오직 내 탓으로만 생각되었기에 밥도 들어가지 않았다.
일주일이 지난 후 아들은 일반실로 옮겨졌다. 나이가 어려서 그런지 회복은 빨랐다. 밥도 혼자 먹을 수 있게 되었고 걸음도 걸을 수 있었다.
뇌출혈은 뇌혈관이 막혀서 발생하는 뇌경색과는 다르다. 뇌경색은 전조증상으로 언어장애, 어지럼증 등이 나타나지만 뇌출혈은 그렇지 않다. 아들은 전혀 전조증상이 없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서 후유증도 없어졌다.
뇌출혈은 어느 부위에서 출혈이 됐는지와 출혈량이 중요하다고 한다. 다행히 아들의 뇌출혈 부위는 몸을 움직이게 하는데 지장을 주는 부위가 아니었다.
2주가 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