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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카 Mar 17. 2022

나는 오늘도 무사한 하루를 바란다

무사안일주의

나는 에너지 효율이 낮은 사람이다. 그래서 하루에 사건 없이 무사히 보내는 것을 좋아한다. 특별한 사건이 없는 그런 하루. 그렇게 크게 기뻐할 일도 슬퍼할 일도 없는 하루가 좋다.

     

덕분에 삶이 좀 심심하기도 하다. 때로는 사건사고들로 흥분하고 즐거워하고 행복해하고 화를 내는 삶을 살고 싶기도 하다. 드라마와 같이 흥미진진한 일들이 내 삶에 끼어들기를 바란다. 하지만 만일 그렇게 된다면 심장이 남아나질 않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무사한 시간들에 안정감을 느끼고 만족한다. 그것이 나에겐 좋은 하루이다.      


거기에 약간의 변주로 살짝 감정들이 섞이는 하루. 예를 들어 내가 좋아하는 책을 읽는 시간이 있다거나 좋아하는 프로그램을 보는 것들이 모인 하루가 좋다. 심심한 삶에 소금 좀 뿌린 느낌으로. 거기서 내 삶은 간이 적당히 된 맛있는 인생이 된다. 그렇다. 나는 애초에 크게 좋은 일만 일어나는 하루를 기대하지 않는다. 나쁜 일도 조금은 있을 수 있지만 굴곡이 없고 큰 사건이 없는 하루를 선호한다. 

     

엄청나게 기쁜 일이 일어나면 좋지만 인생에 크게 기쁠 일은 많지 않다. 그리고 크게 나쁠 일도 많지 않다. 매일 상을 받을 일이 생기거나 매일 큰 사고가 나지는 않는다. 나는 그런 내 삶에 만족한다. 오늘 하루 무사했으면 그걸로 다행이다.     


무사안일주의. 나는 그 말이 좋다. 이 단어를 접한 것은 중학교 도덕 시간이었다. 책에서는 그렇게 살면 안 된다는 뉘앙스로 소개되었다. 무사안일주의는 게으르고 허비하며 보내는 삶이라며 무시하는 어투였다. 무사하기를 바라고 거기에 안주하는 것이 발전을 저해한다는 의미인 듯했다. 하지만 나는 이것을 보고 하루가 무사하길 바라는 것이 왜 나쁜지 이해할 수 없었다.     


인생은 가끔의 사건과 무사한 하루하루가 모여서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무사한 하루가 없다면 사건들도 무의미한 것이 된다. 매일같이 일하다가 쉬는 주말이 달콤한 것처럼 무사한 하루하루 속에 일어나는 가끔의 기쁜 일이 행복한 것이다. 기쁨으로 충만한 하루를 바라긴 하지만 그건 이루기 어렵기도 하다. 그리고 크게 기쁠 일만 있다면 그것이 당연해지면서 특별하긴 어렵게 된다.  

    

우리가 무사한 하루하루도 어찌 보면 당연해져서 감사하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나는 안정감을 느끼는 하루가 이어지길 바라는 것이 거기에 안주하는 것이 나를 저해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게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삶을 이어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큰 사건은 가끔이면 된다. 인생이 드라마틱할 필요는 없다.     


나는 오늘도 무사한 하루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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