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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낯선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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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카 Mar 28. 2022

지금 하늘을 한 번 보세요

바쁜 무기력. 아무것도 하지 않고 천장을 보는 시간.

번아웃의 시대에 살고 있다. 산업 사회가 되면 인간은 여가를 더 즐길 거라고 했는데 이는 실패했고 정보화 사회는 오히려 사람을 굴려먹지 못해서 안달이다. 심지어 쉬러 가서도 일을 해야 한다. 워케이션을 만든다는 얘기가 들려온다.     


워케이션. 낯선 단어였다. 일의 영어 표현인 워크와 휴가인 베케이션의 합성어라고 한다.   

   

이 단어만 들어도 진절머리가 났다. 휴가 가서도 일하라는 소리지 않은가. 이제는 시간을 쪼개고 쪼개 하는 야근에서 주말도 없이 업무 연락을 하는 것을 넘어 휴가까지 일을 하면서 보내야 된다니. 일을 하는데 휴가가 가능한가? 일을 해서 에너지를 쓰고 나면 휴가를 즐기기보다 지쳐서 잠들기 바쁠 거 같다. 그리고 다음날도 같은 상황. 그렇게 휴가를 보내다가 다시 회사로 복귀하는 것이다.      


제발 사람을 온전히 쉴 수 있게, 일을 잊은 채 몸과 마음을 식힐 수 있게 했으면 좋겠다.   

  

인간은 기계가 아니다. 아니, 기계조차 점검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렇게까지 일을 하면서 살다 보니 바쁘고 무기력해진다. 무기력이라고 해서 그냥 가만히 있는 것만을 뜻하지는 않는다. 삶에 감상이 없어지는 것이다. 무감각해지는 것이다. 즐거움도 슬픔도 그곳에는 없다.     


그렇게 회의적인 삶을 계속 굴리는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는 과연 누가 종용한 것일까?     


그리고 일이 아니면 자기 계발에 힘을 쏟아서 더 부지런해져야 된다고, 발전을 해야 된다고 말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성공하지 못한다고.      


성공이란 무엇일까?     


내가 바라는 성공이 무엇인지부터 짚어볼 필요가 있다. 돈을 많이 벌어서 쉬는 것? 무기력에 빠져서 쉬는데도 아무런 감정도 들지 않는 상태로 쉬면 뭐할 것인가? 쉬는 시간이 생겨도 아파서 병원에 가야 할지도 모른다.

     

바쁘게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들을 지적하는 것이 아니라 무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가끔은 천장을 보고 멍하게 있는 시간이 사람에게는 필요하다.      


물론 멍하게 있는 시간에는 핸드폰 금지다.      


핸드폰이 주는 정보들이 뇌를 쉬지 못하게 방해한다. 그저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가만히 차를 마시는 것이다. 처음에는 손이 근질근질하고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을 것이다. 시간 낭비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삶을 얼마나 윤택하게 하는지 깨닫는 순간 없어서는 안 되는 귀한 시간이 된다. 기름칠하는 시간인 것이다.      


기계도 기름칠하고 나면 더 잘 돌아가는데 사람이라고 다르겠는가. 작동을 멈추고 기름칠하는 시간은 반드시 필요하다.     


요즘 명상이 유행이라고 한다.      


기름칠의 시간을 깨달은 사람들이 명상을 전파하고 있는 모양이다. 명상이라고 해도 별거 없다. 호흡을 정돈하고 내가 숨 쉬고 있다는 것을 느끼며 멍하게 있는 시간을 말한다. 멍하게 창밖을 보면서 따뜻한 차를 마시며 내 속에 뛰는 심장을 느껴보는 것이다.      


멍 때린다는 것에 대한 약간의 부정적인 뉘앙스는 지워버리자. 그것은 바보처럼 시간 낭비를 하는 것이 아니다. 내 삶을 윤택하게 가꾸는 시간이다.     


조급한 마음이 들어서 무리가 될 정도로 나를 괴롭히고 있을 때 나는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지구 반대쪽을 생각한다. 남미 어느 나라에서는 하루 먹고 살 정도의 돈만 벌고 나머지 시간에는 놀면서 보낸다고 한다. 미래를 위한 투자가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도 삶을 이어갈 수 있다니 너무 놀랍지 않은가. 그래, 내가 미래를 불안해하며 이렇게 몸과 마음을 괴롭히고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 현재를 갈아 넣을 필요는 없다.     


단명할 것도 아니고 미래까지 대비하는 사람이 현재를 혹사시켜서 병을 얻는 것은 아이러니하다. 그러니 잠시 여유를 갖자. 적당한 쉼을 갖자.      


멍하니 천장을 한 번, 창밖을 한 번 바라보자. 나갈 수 있다면 천천히 5분이라도 길을 걷자. 음악을 들으며 걸어도 좋다.      


우리는 분명 멍한 시간들이 사이사이 존재하는 일상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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