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낯선 행복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루카 Mar 27. 2022

나하고 그만 싸우자

결핍은 반드시 극복해야 하는 대상이 아니다

결핍에서 성공을 이루는 많은 사례들을 접한다. 결핍의 괴로움을 견디고 더 노력을 해서 성공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결핍을 극복하고 더 나아갔다고 말한다.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겼다고 말한다. 대단한 일임에는 분명하다.     


그런데 결핍은 과연 극복의 대상인가?     


우리는 의문을 가져볼 필요가 있다. 사람은 애초에 완벽할 수가 없다. 자기만의 결핍을 가지고 있는 것이 인간이다. 모든 것이 부족하지 않게 완벽히 자란 사람은 없다는 뜻이다. 그것이 경제적인 면이든 정서적인 면이든 재능이든 무엇이든 말이다.      


그 부족함이 힘이 될 수는 있다. 그것을 지우고자 노력하려는 원동력 말이다. 출발은 그렇게 할 수 있으나 과연 그 에너지가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까? 지긋지긋해지지 않을까? 그것을 이겨내고 극복한 사람이 대단하게 여겨지는 것도 그런 이유일 것이다. 결핍을 극복한 사람이 얼마 되지 않으니까.  

   

나의 결핍을 안고 그냥 나로 바라봐주면 안 되는 것일까?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잘하는 것을 더 해가는 것이다. 내 부족함을 그대로 안고 사랑하고 아끼면서 살 수도 있는 것이다.      


나에게 결핍이라 하면 학창 시절에 아빠가 계시지 않았다는 것이다. 물론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나는 남은 내 가족들을 더 사랑하는 법을 배웠다. 아빠의 빈자리는 그대로 두고 그것을 애써 아비 없는 자식이라는 소리 듣기 싫어하며 빈자리 없어 보이는 사람처럼 보이려고 하지 않았다. 그렇게 말하는 사람도 없었지만 그런 소리 듣지 않으려고 애쓴 적도 없다. 그냥 아빠가 없을 뿐이다. 그게 나라는 사람이다. 그걸 나의 약점으로 생각하는 사람을 배제했을 뿐이다. 그것은 내가 가진 것이지 약점이 되지 않는다.      


그것 말고도 나는 결핍이 많다. 멋진 몸매도 없고 빠릿빠릿하지도 않고 일머리도 없다. 하지만 그것을 괴로워하지는 않는다. 때로는 내가 가지지 않은 것들을 가진 사람이 부러울 때도 있다. 부럽다. 물론이다. 나도 사람인데 당연히 그 모든 걸 완벽하게 갖추고 싶다. 그것만 있으면 성공할 것 같다. 하지만 이내 생각을 고친다. 그게 아니어도 내가 가진 것은 많다고.     


내가 가진 것들을 돌아보자. 나의 모자란 부분도 나이다. 그것도 사랑하자.    

 

애초에 모자라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은 어떤가? 나와 싸울 필요가 없어지게 말이다. 혹자는 바라보는 시선에 따라 장점과 단점이 나뉜다고 한다. 그 말에 동의한다. 내가 단점이라고 여기는 것들이 과연 단점일까? 내가 단점이라고 단정한 것은 아닐까? 내가 결핍이라고 부족하다고 단정한 것은 아닐까? 

     

나는 내성적이다. 그런데 그것이 과연 단점일까? 외향적인 것은 장점일까? 때로는 그 반대의 상황이 오기도 한다. 그것은 장단점이 아니라 그냥 각자 다름의 영역이다. 그러니 내가 단점이라 여기는 것을 극복하려고 하지 않아도 된다. 내성적인 내가 외향인이 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있는 나의 내성적인 면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을 갖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힘을 발휘하는 상황은 분명히 존재한다. 그것을 단점으로 낙인찍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정말 단점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결핍은 반드시 극복해야 되는 대상이 아니다. 그냥 그런 내가 있을 뿐이다. 나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태도가 필요하다.     


태도의 차이가 있을 뿐 실상 결핍이란 존재하지 않는 것 아닐까?   

  

가난이 결핍이라고 여길 수도 있다. 나도 그랬다. 지금도 빚이라면 지긋지긋하다. 하지만 그로 인해 겪었던 수많은 아르바이트와 일, 그리고 대출을 하고 갚는 방법이 경험으로 쌓여 있다. 여전히 부자는 아니지만 그냥 나는 내 인생을 그렇게 꾸려가는 것이다. 남이 가진 것이 부러울 것도 없다. 내가 여전히 일을 할 수 있고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사는 것이란 결핍을 느끼며 극복해야 되는 어떤 것으로 치부하기보다 그런 나도 끌어안고 가는 것이 아닐까? 나하고까지 싸울 필요가 있을까? 

매거진의 이전글 적당한 불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