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엄마 또 가고 싶어.”
“어딜?”
“지난번에 같이 갔던 곳.”
그렇게 말하는 딸의 얼굴에서 목포를 읽어냈다. 우리가 둘이 길게 여행한 곳은 그곳뿐이었기 때문이다. 거기 말고는 어디서 자면서 여행을 해서 기억에 남을만한 곳이 없었다.
“목포?”
“응. 이번에는 엄마랑 둘이만 가고 싶어.”
*
아이와 목포행을 결심한 것은 8월의 무더운 더위와 함께였다. 사람은 사람을 고통으로 몰아넣는 것이 즐거운 모양인지 그 폭염주의보 속에 ‘목포 일주일 살기’라는 지원 프로그램을 소개받고는 너무도 간단하게 결정하고 말았다. 그리고 그렇게 난관이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혼자 가려고 했었다. 가서 좀 쉬다 와야지 하는 생각을 했는데, 아이를 일주일이나 맡아줄 곳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6살 아이를 봐줄 사람이, 누가 있을까? 나부터도 놓고 가려고 하는데.
결국 나는 고심 끝에 동생을 결정했다. 같이 가기로 한 언니는 아이 둘을 데리고 간다는 이야기에 용기백배한 것이다. 그 집에는 우리 예서보다 한 살 많은 아이가 있었으니 둘이 어울리면 조금 낫겠다, 싶은 마음도 있었다. 게다가 언니는 이제 6개월 된 아이도 있었느니 6살 딸을 데리고 가는 것은 거기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일이었다.
그렇게 추석을 보내고 떠나기로 결정된 여행에 나는 결정 말고는 아무것도 준비를 하지 않았다. 시기적으로 안 좋아서였는지 무더위에 지친 건지 도통 의욕이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 언제 가?”
아이는 하루가 멀다 하고 그렇게 물었고,
“열 밤 자면 갈 거야.”
“아홉 밤 자면 가.”
그렇게 날을 자는 날로 세어주며 하루하루를 버텼다.
나는 의욕적인 사람은 아니다. 매사에 무기력하고 시큰둥하고 냉소적인 사람인데 어쩌자고 목포행을 그렇게 쉽게 결정했는지 스스로가 바보 같기도 하고 생각은 하고 사는지 의심스러운 지경에 이를 정도로 기대가 낮았다.
그나마도 출발 일자가 다가오니 약간 실감이 나기는 했지만 그래도 늘 누워서 준비라고는 하나도 하지 않고 있었다. 오히려 나를 채근하는 것은 아이였다.
“엄마 이제 우리 준비 안 해?”
그런 말들이 나를 억지로라도 움직이게 만들어서 나는 전날 커다랗고 새하얀 캐리어를 꺼내서 물티슈로 쓱쓱 닦았다. 아이는 신이 났다.
“엄마 장난감 가져가도 돼?”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신비 아파트 피겨와 스마트폰이었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살아가는 아이 다운 물건이었다. 아니 좀 아이러니 하기는 했다. 귀신과 스마트폰. 마치 무당이 점을 치면서 스마트폰으로 지식인에 접속하는 것 같은 느낌.
“그래 다 챙겨.”
가서 나를 귀찮게 하지 않을 모든 물품과 옷을 챙겼지만 우리의 옷이 턱없이 부족했다. 집에서야 빨아서 입으면 되는데 일주일이나 세탁기를 못 쓴다고 생각하니 생각보다 옷이 많이 필요했다. 여기부터 난관이었다.
“옷 사러 가기 귀찮은데.”
귀찮음이라는 난관.
“가서 사지 뭐.”
나의 결론은 그것이었다. 목포도 도시인데 옷가게는 있겠지, 하는 막연함으로 대충 하루 이틀 입을 옷을 정리해 넣었다. 정말 옷이 없었다. 워낙에 패션이라든지 그쪽에는 관심도 없고 돈도 안 쓰는 사람이어서 더욱 그랬다.
그러면서도 노트북과 핸드폰은 챙기는 팬티엄 시대의 사람.
나는 기기가 없으면 좀 불안하기까지 한 사람이다. 인터넷이 안되면 답답하고 문서 작업을 할 수 없으면 초조한 사람이다. 정말 딱, 요즘 사람이다.
“패드는 챙겼어?”
그래서 결국은 옷가지 조금에 노트북, 패드, 핸드폰, 이어폰, 충전기까지 골고루 챙기고서야 아직도 좀 비어있는 캐리어가 너무 큰 건 아닌지 생각했다.
“그래도 여유 있으면 좋지 뭐.”
간단히 생각을 정리하고 가방을 닫았다. 나와 예서의 목포는 그렇게 허술하고 빈틈 많은 짐 챙기기와 함께 시작되었다. 다른 사람들은 분명히 이박삼일을 가더라도 캐리어에 그득하니 뭘 채웠을 거 같지만, 나는...
‘대충 씻고, 자고, 스마트폰 하고.... 약은 필요하면 거기서 사고.’
이런 생각을 했다. 아이를 데리고 가는 엄마로는 준비성이 빵점이라는 건 인정하는 바이다.
이렇게 귀찮아하고 기대감 없이 준비를 하면서도 아이가 들떠있는 모습은 보기 좋았다. 조금 다른 엄마를 이해해주는 기특하고 고마운 딸과의 여행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