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한국만 모르고 있을까?
전 세계가 AI로 들끓고 있는데, UN에는 아직 공식 AI 기관이 없다.
이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리고 그 공백을 한국이 채우려 하고 있다는 것도.
차지호 의원이 아이디어를 냈다.
국경없는의사회에서 10년, IOM 등 국제 인도주의 현장에서 20여 년을 보낸 그가 보기에, UN 산하 기구들은 기후위기·전염병·식량난·빈곤 같은 인류의 거대 난제를 각자 따로 싸우고 있었다. AI가 있으면 이 싸움을 함께 할 수 있는데, UN에 그 판을 짜줄 기관이 없었다.
그래서 그가 설계한 것이 'UN AI 허브' — 파편화된 UN 산하 기구들의 AI 기능을 한 곳에 모아, 전 세계 AI 정책을 통합하고 표준을 만드는 물리적 본부.
차지호 의원의 표현을 빌리면 "하버드나 옥스퍼드의 AI 관련 학과들을 한국으로 이전해 하나의 공동 캠퍼스를 만드는 것"이다.
이 아이디어는 정부 안에서 파급력을 인정받았고, 이재명 정부의 국정 최우선 과제 'AI 대전환' 전략의 핵심으로 공식 채택됐다.
이 프로젝트의 속도가 놀라웠다.
2026년 3월 10일 — 김민석 국무총리 주재 TF 회의. UN AI 허브 유치를 국가 과제로 공식 격상.
3월 16~17일 — 김 총리와 차지호 의원, 미국 뉴욕 UN 본부와 스위스 제네바 순방. UN 사무총장, 6개 전문기구 수장들과 릴레이 면담.
3월 17일 (제네바 현지) — UN 주요 6개 기구와 협력의향서(LOI) 서명식 개최.
3월 24일 — 정부서울청사에서 대국민 보고회. 비전 슬로건 공개: "AI for All — 모두를 위한 AI"
구상부터 공식 서명까지 채 6개월이 걸리지 않았다.
UN 기구들은 서로 경쟁 관계다. 2개 기구가 만나는 것도 드문 일이다.
그런데 이번에 6개가 한자리에 모였다.
ILO(국제노동기구), IOM(국제이주기구), WHO(세계보건기구), ITU(국제전기통신연합), WFP(세계식량계획), UNDP(유엔개발계획). 그리고 추가로 2개 기구가 서명 대기 중이다.
각 기구가 AI와 결합하면 어떤 일을 하게 되는지 보면, 왜 이들이 한자리에 모였는지 이해가 된다.
WHO → 글로벌 보건 데이터 기반 AI 진단, 디지털 헬스케어 국제 가이드라인
ILO → AI 도입으로 사라지는 일자리 전환 지원, 노동자 권리 규범
ITU → 글로벌 AI 기술 표준화 주도 (이 기구가 핵심이다)
UNDP → 개발도상국 공공 AI 서비스 보급
WFP → AI 기반 기상 예측·물류로 기아 종식
IOM → 기후 이주민 경로 예측 및 인도적 지원
특히 ITU가 참여한다는 건 중요하다. 통신과 ICT 분야의 글로벌 표준을 제정하는 기구다. AI 기술 표준이 이 허브에서 만들어진다면,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AI 표준 형성에 직접 영향력을 행사하는 구조가 된다.
이 기구가 제네바도 뉴욕도 아닌 한국에 생기려는 데는 구조적인 이유가 있다.
첫째, 미국의 공백.
트럼프 행정부는 UN 기구들을 잇달아 탈퇴하고, 예산도 끊겠다고 했다. 원래라면 뉴욕에 당연히 생겼을 기관이다. 지금의 미국은 그 자리를 원하지 않는다.
둘째, 지정학적 중립.
미중 AI 패권 전쟁 한가운데서, UN은 어느 쪽에도 기울지 않는 제3국이 필요했다. 기술력은 있되 강대국이 아닌 나라. 한국이 그 조건에 맞았다.
셋째, AI 풀스택 역량.
자체 LLM과 최첨단 AI 반도체 생산 능력을 동시에 갖춘 나라는 미국과 중국을 제외하면 한국이 유일하다. 젠슨 황이 블랙웰 칩 30만 장을 한국에 들고 온 건 그냥 된 일이 아니다.
넷째, 글로벌 자본과의 연동.
블랙록과의 AI 분야 MOU(2025년 9월), 뷔나 그룹의 20조 원 재생에너지 투자 유치(2025년 10월). 국가 정책과 글로벌 자본이 실제로 맞물려 움직이고 있다는 걸 세계가 봤다.
스위스 대통령이 김민석 총리에게 직접 전화를 했다.
"이게 어떻게 돌아가는 거냐."
UN 기구 대부분이 스위스 제네바에 있다. 그 중심이 흔들리고 있다는 걸 스위스가 먼저 알아챈 것이다.
미국도 움직였다. 트럼프 정부가 UN에서 손을 뗐지만, 백악관 과학수석 고위직이 한국 총리를 만나 역으로 물었다.
"미국이 참여할 방법이 있냐."
유럽 각국은 자국에 유치하겠다고 뒤늦게 나섰다. 이미 늦었다.
아직 공식 확정은 아니지만, 가장 유력한 후보는 광주다.
광주는 2018년부터 AI 집적단지를 조성해왔다. 국가AI데이터센터, AI 실증센터, AI 영재고까지 갖췄다. 7월 출범 예정인 '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광주군공항 이전 부지를 글로벌 AI 허브 캠퍼스로 활용하자는 계획을 내놓았다.
수도권에서는 고양시가 손을 들었다. 전국 여러 도시가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어디에 생기든, 한 가지는 확실하다.
이 일이 외신에서는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다.
한국 언론은 단신 처리다.
지금까지 유치해온 어떤 기관과도 비교할 수 없는 무게의 기구가 생기려 하는데, 정작 한국 사람들은 모른다.
250조 원. 5년간 경제 파급효과 추정치다. 그 숫자가 중요한 게 아니다.
UN에서 가장 중요한 신규 기구가 제네바도 뉴욕도 아닌 한국에 생긴다는 것.
AI 시대의 새로운 질서와 표준이 한국에서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
전 세계 역사에서 한 번도 없던 일이 지금 여기서 벌어지고 있다.
우리만 모르고 있다. 지금 거대한 움직임이 있다는 것을.
매일경제 (차지호 의원 인터뷰):https://www.mk.co.kr/news/politics/11993833
연합뉴스 (김민석 총리 유치 공식화):https://www.yna.co.kr/view/AKR20260310114351001
다음뉴스 (광주 유치 추진):https://v.daum.net/v/20260325075233385
Korea Times (영문):https://www.koreatimes.co.kr/southkorea/others/20260318/korea-wins-cooperation-of-6-un-agencies-for-global-ai-hub
정부 공식 발표 (국무총리실):https://www.opm.go.kr/opm/news/press-release.do?mode=download&articleNo=161419&attachNo=1525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