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델을 다루는 기술에서, 에이전트를 소유하는 능력으로
�에서만 SNS를 하고 있다가 간만에 스레드를 들어갔다. 역시 스레드는 '사기꾼'들이 너무 많이 판을 친다는 걸 다시 한번 느끼고 있다. 그 중에 알고리즘 덕분에 보게 된 글 "AI 잘 쓰는 법, 댓글 달아주면 보내줄게~", "나 이런 사람이야. 내 강의 들으면 너도 전문가가 될 수 있어!" 같은 전형적인 희망팔이 강의들이 넘쳐나고 거기에 희망을 쫒는 사람들이 있다. 이제 진짜와 가짜 구분을 하는 능력이 기본 소양이 되는 시기에 도래했다.
다시 본글로 돌아가.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GPT 활용법, 업무 자동화 10가지. 다 좋은 얘기다. 근데 솔직히, 그 시대가 이미 끝나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고 있다.
AI를 "잘 다루는 것"이 경쟁력이던 시기는 2년도 채 되지 않았다. 짧다. 그리고 그건 빠르게 기본값이 되고 있다.
2025년 초, 안드레이 카파시가 "바이브 코딩"이라는 단어를 꺼냈다. 코드를 한 줄도 안 쓰고, 자연어로 AI에게 지시만 해서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방식이다.
농담처럼 들렸다. 1년도 안 됐는데 현실이 됐다.
2026년 3월 기준, Claude Code, Cursor, Windsurf 같은 도구들이 코드베이스 전체를 읽고, 테스트를 돌리고, 파일을 관리하고, 자율적으로 반복 수정까지 한다. 개발자가 아닌 사람이 앱을 만든다. 개발자는 코드를 쓰는 대신 시스템을 설계한다.
핵심이 뭔지 보여야 한다. 코딩 능력의 민주화가 아니다. "AI를 잘 다루는 기술"의 유효기간이 짧다는 거다. 오늘 배운 프롬프트 기법은 내일 도구가 알아서 처리한다.
그러면 뭐가 남는가?
비슷한 전환이 역사에도 있었다.
이전에 작성한 글을 보면 도움이 되실 것이다.
짧게 설명하자면 1890년대, 전기 모터가 보급되기 시작했다. 초기에는 "전기를 잘 다루는 기술자"가 희소했다. 공장마다 전기 기술자를 데려오려 경쟁했다. 근데 10년이 지나자 전기는 기본 인프라가 됐다. 전기를 "잘 다루는 것"은 경쟁력이 아니었다. 경쟁력은 전기로 공장 구조 자체를 바꾼 사람에게 갔다.
증기기관 시절, 공장은 하나의 거대한 동력원에 벨트로 연결된 구조였다. 전기 모터를 도입한 초기 공장들은 그 구조를 그대로 유지한 채 동력원만 바꿨다. 생산성이 거의 안 올랐다. MIT 경제학자 연구에 따르면 전기 도입 후 생산성이 본격적으로 오르기까지 약 20~30년이 걸렸다. 공장 레이아웃 자체를 전기에 맞게 재설계한 이후에야 생산성이 폭발했다.
지금 AI도 같은 지점에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존 업무 프로세스에 AI를 "얹고" 있다. 이메일 쓸 때 GPT 돌리고, 보고서에 Claude 붙이고. 동력원만 바꾼 거다.
구조를 바꾸는 건 다른 문제다.
딜로이트가 2026년 테크 트렌드 보고서에서 흥미로운 표현을 썼다. AI 에이전트를 "실리콘 기반 노동력(silicon-based workforce)"이라고 불렀다. 도구가 아니라 인력이라는 거다. 채용하듯 온보딩하고, 성과를 추적하고, 비용을 관리해야 한다고 했다.
Gartner 데이터가 이걸 뒷받침한다. 멀티에이전트 시스템 관련 문의가 2024년 1분기에서 2025년 2분기 사이에 1,445% 급증했다. 단일 AI 모델을 쓰는 게 아니라, 특화된 에이전트 여러 개를 조합해서 일을 시키는 방향으로 급격히 움직이고 있다는 뜻이다.
이게 얼마나 빠르게 현실이 되고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 2026년 2월, OpenClaw가 이슈가 되어서 맥미니 사재기를 하기 시작한지 불과 7일이 안 되어서 이런 서비스가 등장했다. 'RentAHuman.ai'. AI 에이전트가 사람을 고용하는 마켓플레이스다. 말 그대로. AI가 업무를 기획하고, 플랫폼에서 적합한 사람을 찾고, 태스크를 할당하고, 완료 증빙을 받으면 결제를 실행한다.
Nature지가 이 현상을 다뤘다. "AI 에이전트가 인간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다." 런칭 48시간 만에 1만 명이 등록했고, 현재 60만 명 이상이 "미트워커(meatworker)"로 등록되어 있다. AI가 사람을 대체하는 게 아니라, AI가 사람을 부리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는 거다.
역전이다. 그리고 이건 시작일 뿐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쓰는 것"과 "소유하는 것"의 차이다.
ChatGPT에 프롬프트를 잘 넣는 건 "쓰는 것"이다. 자기 업무에 맞게 설계된 에이전트 시스템을 구축하고 운영하는 건 "소유하는 것"이다. 전자는 누구나 할 수 있다. 후자는 아직 소수만 하고 있다.
더 흥미로운 건 이 에이전트의 능력이 모듈화되고 있다는 거다.
GitHub에 이미 에이전트 스킬을 모아둔 오픈소스 리포지토리들이 올라오고 있다. 또 업그레이드 되고 있다. SKILL.md라는 형식으로, 에이전트에게 특정 능력을 끼워넣는 패키지가 만들어지고 있다. 마치 레고 블록처럼. 데이터 분석 스킬, 문서 작성 스킬, 코드 리뷰 스킬, 리서치 스킬, 코인 매매 스킬 등등
이게 뭘 의미하는가.
예전에는 좋은 도구를 "고르는" 능력이 중요했다. 이제는 여러 스킬을 "조합해서" 자기만의 에이전트를 구성하는 능력이 중요해진다. 같은 AI 모델을 쓰더라도, 어떤 스킬 세트를 장착했느냐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달라진다.
나는 이게 개인 경쟁력의 새로운 축이 된다고 본다. 이력서에 "Python 가능"이라고 쓰던 시대에서, "이런 에이전트 시스템을 가지고 있고 내가 설계했다. 그리고 나를 통해서만 운영이 된다."는 게 차별점이 되는 시대로.
골드만삭스가 2026년 AI 전망에서 "퍼스널 에이전트"를 핵심 키워드로 꼽았다. KPMG는 내부 조사에서 AI를 적극 활용하는 직원이 동료 대비 유의미하게 높은 성과를 낸다는 결과를 공개했다. 이건 기업 레벨이 아니라 개인 레벨의 데이터다.
개인이 AI를 적극적으로 실험하고, 자기 워크플로에 맞는 에이전트를 구성하고, 그걸 반복적으로 개선하는 과정 자체가 경쟁력이 되고 있다.
물론 Gartner는 2027년까지 에이전트 AI 프로젝트의 40%가 비용 초과와 불분명한 ROI로 취소될 거라고 경고했다. 모든 시도가 성공하진 않는다. 근데 시도 자체를 안 하는 건 더 위험하다.
어차피 AI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움직이지 못한다. 그건 인정해야 한다. 그러면 남는 선택지는 하나다. 그 빠르고 정확하게 움직이는 에이전트를 내가 소유하는 것.
전기가 보급됐을 때, 전기 기술자가 아니라 공장을 재설계한 사람이 이겼다.
AI가 보급되고 있는 지금, AI를 잘 다루는 사람이 아니라 AI 에이전트를 설계하고 소유하는 사람이 이길 거라고 본다. 프롬프트를 외우고 있을 시간에, 에이전트를 조립하고 있는 게 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