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의 끝에서

by 루카

한 작은 우물 안에 개구리 마을이 있었다. 이제는 아무도 쓰지 않아 바닥이 반 정도 드러난 우물 안에 만들어진 마을이었다. 그 마을은 먹을 것이 풍족해서 모두가 걱정 없이 살았다. 마을 개구리들은 낮에는 수영을 하고, 파리 잡기를 하고, 밤에는 노래 합창을 하고, 축제를 열었다.

하지만 밤마다 축제에서 벗어나, 마을에서 조금 멀리 떨어진 조용한 바위 위에 앉아 있는 한 개구리가 있었다. 그는 노래하고 노는 다른 개구리들과는 달리 우물 위만을 쳐다보았다. 그가 바라보고 있는 것은 저 위 우물 테두리 안에 들어온 달이었다.

그 개구리는 밤마다 뜨는 달을 아주 좋아했다. 마을 친구들은 그런 그 개구리에게 '달쟁이'라는 별명을 붙여 주었다. 처음에는 저 하늘 위에 떠 있는 달만을 바라보는 그 개구리를 놀리기 위해 만들어진 별명이었지만 이제는 마치 그의 이름처럼 불리게 되었다.

매일 밤같이 달쟁이는 달을 보고 있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초승달이었던 달이 이제는 반달이 되어 있었다.

'저 반달은 또 며칠만 지나면 보름달이 되겠지.' 그는 생각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뒤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한쪽 다리를 절뚝거리는 개구리가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마을에서부터 멀리 떨어져 혼자 사는 늙은 개구리였다.

"달이 아름답구먼." 절름발이가 말했다.

"그렇습니다." 달쟁이가 대답했다.

"마치 닿을 것만 같구먼." 늙은 개구리가 말했다.

"하지만 닿을 수 없지요." 젊은 개구리가 대답했다.

늙은 개구리는 절뚝거리며 젊은 개구리에게 가까이 다가와 말했다. "만약 닿을 수 있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절름발이는 젊었을 때는 마을에서 가장 높이 뛸 수 있는 개구리였다. 그의 다리는 절뚝거리는 지금과는 달리 다른 어떤 개구리의 다리보다 튼튼했다. 마을 높이뛰기 대회에서 상은 항상 그의 것이었다.

그는 처음에는 자기의 키만큼 뛸 수 있었다. 그러다 바위 높이만큼 뛸 수 있게 되었고, 나중에는 지붕을 뛰어넘을 수 있게 되었다.

'더 높이 뛰어넘을 수 있을 건 없을까.' 하고 생각하던 그의 눈에 들어온 건 저 하늘 위에 떠 있는 달이었다.

그는 그날부터 뛰는 연습을 그전 어느 날보다 열심히 하게 되었다.

"지붕도 뛰어넘을 수 있는데 무슨 연습을 더 하니?" 마을 개구리들은 의아해했다. 그럴 때마다 그는 옅은 미소를 짓고 아무 말 없이 다시 연습에 임했다.

그의 연습은 날이 갈수록 길어지고, 마을 개구리들은 그를 걱정하기 시작했다. 이미 마을에서 가장 높이 뛸 수 있는데 무엇을 위하여 긴 연습을 계속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던 거다. 몇몇 개구리들은 그가 미쳐버린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하기도 했다.

여느 날처럼 뛰는 연습을 하고 있던 어느 날, 그는 무엇인가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때가 왔구나.' 하고 그는 하늘을 쳐다봤다.

보름달이 그 어느 때보다도 밝게 뜬 어느 날, 그는 우물 벽을 타고 올라갔다. 그는 벽을 타고 올라갈 수 있을 만큼 올라갔다. 그 위로부터는 더 올라가려면 반대쪽의 우물 테두리를 향해 뛰어야만 했다. 그가 지금까지 뜀 연습을 해왔던 이유였다. 그는 자신이 손으로 붙잡고 있는 우물 벽으로부터 저 반대쪽의 우물 테두리까지를 바라보았다.

'이 거리를 뛰어 저 우물 테두리에 닿는다면.'

그는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다리를 최대한 웅크렸다. 그리고는 가진 모든 힘을 다해 다리를 펴 우물의 끝을 향해 뛰었다.

절름발이는 여기서 이야기를 마쳤다. 그는 그의 절뚝거리는 다리에 눈을 돌렸다. 그는 한참을 말없이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는 고개를 들어 달쟁이를 쳐다봤다. 젊은 개구리의 눈은 빛나고 있었다. 그의 눈은 달보다 빛나고 있었다.


달쟁이는 그날 이후로 절름발이를 선생님으로 삼아, 그와 함께 생활하며 뛰는 방법을 배웠다.

처음에는 쉽지 않았다. 그가 위에 앉아 달을 바라보던 바위에 한 뜀에 올라가는 것도 쉽지 않았다. 어느 날은 미끄러지기도 하고, 어느 날은 다리에 쥐가 나기도 했다. 어느 날은 뛰기는 잘 뛰었는데 착지를 하다가 넘어졌다. 그는 바닥에서 선생님을 올려다보며 물었다.

"선생님께서도 이렇게 넘어지시기도 하셨나요?"

"당연하네." 선생 개구리는 그를 내려다보고 웃으며 대답했다.

"그럴 때마다 어떻게 포기를 하지 않으셨나요?"

"포기를 하는 이유는 자신이 하는 일에 의미를 찾지 못하기 때문이라네." 선생 개구리가 말했다. "애초에 찾을 의미가 없었기 때문이었을 수도 있고, 또는 자신이 의미를 찾지 못했기 때문일 수도 있지. 포기는 언제나 해도 좋네. 포기를 인정하는 것은 부끄러운 것이 아닐세. 하지만 자신이 의미를 찾은 경우, 의미가 손을 조금만 뻗으면 닿을 것같이 가까이 있을 때, 끝장을 보지 않고는 다른 방법이 없는 것일세."

제자 개구리는 누워있던 바닥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아무 말 없이 다시 연습에 임했다.

연습을 하는 날들이 가면 갈수록 그는 높이 뛸 수 있게 되었다. 어느 날, 그는 바위 높이만큼 뛸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는 지붕을 뛰어넘을 수 있게 되었고, 마침내 그는 그의 선생님이 젊었을 때 뛸 수 있었던 높이보다 더 높이 뛸 수 있게 되었다.

그는 하늘을 바라보고 선생님을 바라봤다. 그의 선생님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벽으로 떠나기로 한 날, 그 소식을 듣고 마을 개구리들이 그를 찾아왔다. 그가 지금까지 뜀 연습을 해왔던 것이 우물 밖으로 나가기 위해서였다는 것을 듣고 몰려온 것이었다. 그들은 그가 우물 안을 떠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달쟁아, 우리와 같이 살자."

"달쟁아, 아침에는 수영하고 밤에는 같이 축제 하자."

"달쟁아, 저 미치광이 개구리의 이야기를 듣지 마렴."

"달쟁아, 왜 이걸 하려는 거니."

"달쟁아, 저 위에는 아무것도 없어."

하지만 달쟁이는 마을 개구리들에게 작별을 고했다.

"그대들과 이 우물 안에서 함께할 수 있어서 행복했어요. 그대들과 함께 헤엄친 우물 연못을 잊을 수 없을 거예요. 그대들의 축제 노랫소리는 영원히 귀에 울릴 거예요. 하지만 저는 가야만 합니다. 저는 가야만 해요."

그를 붙잡는 마을 개구리들을 뒤로한 채 그는 그가 타고 올라가야 할 우물 벽을 향해 걸었다. 그는 벽으로 걸어가는 동안 그가 가야만 하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마을 개구리들이 말한 대로 저 위에는 아무것도 없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아무것도 없는지, 무엇이라도 있는지 알기 위해서는 그는 적어도 우물 안과 밖의 경계인 이 우물의 끝에 닿아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하니 그는 저 위에 아무것도 없어도 마냥 좋다고 생각했다. 그는 적어도 저 하늘 위의 달에 한 치 가까이 가봤을 수 있을 테니까.


그는 벽을 기어 올라갔다. 조금은 밑에서 선생님이 따라 올라갔다. 달쟁이는 선생님이 알려준 대로 벽을 한 벽돌 한 벽돌씩 올라갔다.

마침내 우물 테두리가 그의 눈에 들어왔다. 오래전 절름발이가 매달려 있던 벽에 이제는 달쟁이가 매달리게 된 거다. 그는 우물의 안과 밖의 경계로부터 눈을 뗄 수 없었다.

그는 웅크렸다. 웅크린 상태에서 그는 하늘을 올려다봤다. 달은 그 어느 때보다 밝게 빛나고 있었다.

그는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그리고는 모든 힘을 다해 다리를 폈다.

'닿을 수 있을 것 같다. 닿을 것이다.' 그는 공중에서도 눈을 감지 않고 그의 목표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그는 앞다리를 폈다. 그리고는 손을 우물의 끝을 향해 뻗었다.

폴짝!

그는 우물 테두리를 잡아 몸을 일으켰다. 우물의 끝에 마침내 올라가게 된 거다. 그는 고개를 들었다. 우물 안에서 보았던 달이 더 가까이 보였다. 그는 한참을 아무 말 없이 달을 쳐다보았다.

"아름답지 않은가." 밑에서 절름발이가 말했다. "우물 안에서 보는 것과는 사뭇 다르지."

달쟁이는 절름발이에게 고개를 돌렸다.

"나 또한 자네가 선 곳에 선 적이 있다네." 늙은 개구리가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이 사실을 아무에게도 말한 적이 없었다.

"아니, 선생님 무슨 말씀이십니까." 놀란 젊은 개구리는 물었다. "여기에 닿지 못하셔서 다리를 절게 되신 것 아니십니까."

늙은 개구리는 웃음을 지어 보였다.

"내 절뚝거리는 다리는 거기에 오르려 할 때 생긴 것이 아니라, 거기서부터 내려오려 할 때 생긴 것이라네."

"지금 이 이야기를 해주시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젊은 개구리는 물었다. "이곳에 올라오셨는데 어째서 다시 내려가셨다는 것입니까."

"두려웠다네." 늙은 개구리는 입을 열었다. "내가 원하는 것을 향해 팔은 뻗었지만 마음은 뻗지 못했다는 것을 인정하기가. 내가 그 테두리에 닿을 정도로 높이 뛰어서 그곳에 섰지만, 다른 하나를 못 했다는 것을. 그 경계에서 바깥으로 가기 위해 필요한 작은 뜀을 못 했다는 사실을."


달쟁이는 우물 안을 내려다보았다. 그가 지금까지 평생을 살았던 우물이 한눈에 들어왔다. 그가 살았던 집, 친구들과 함께 수영하곤 했던 연못, 축제가 열리던 공터 모두 저 멀리 내려다보였다. 마을을 내려보고 있노라면 마을에서 배우고 불렀던 노랫소리가 귀에 들리는 듯했다. 그리고 그가 매일 밤 앉아 하늘을 올려다보던 바위도 자그마하게 보였다.

그는 고개를 돌려 우물 밖으로 펼쳐진 어둠을 보았다. 그 어둠은 그가 지금까지는 보지 못했던 어둠이었다. 그 뒤에 무엇이 있는지 알고 있었던 우물 안에서의 어둠과는 달리, 우물 밖의 어둠은 그 뒤에 무엇이 있는지 짐작조차 가지 않았다. 그 어둠 속에서 들리는 작은 소리들은 그의 마음속에선 몇 배나 크게 들렸다. 하지만 그가 그 어둠 뒤에 있는 것이 두려운 만큼이나, 그 어둠 뒤에 무엇이 있을 것인지 궁금했다.

그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달은 여전히 하늘 위 저 멀리서 밝게 빛나고 있었다.

'달은 저 어둠 어딘가에서부터 떠서 밤하늘을 밝게 비추다 어둠을 가로질러 저 어둠 어딘가로 사라지겠지.'

그는 우물 안쪽을 향해 몸을 돌렸다. 그러다가 다시 우물 바깥쪽을 향해 몸을 돌렸다.

그는 다시 안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는 다시 바깥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는 고개를 들어 하늘에 뜬 달을 한번 더 바라봤다.

어둠 속에서 그가 어디를 향했는지 보이지 않았다. 그는 다시 한번 웅크렸다.

폴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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