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빛별 Jan 21. 2024

그거 어떻게 하는 건데?

실천20. AI 챗봇과 친해지기

나를 유혹하는 수많은 유튜브 채널과 알고리즘 추천 영상 속에서 유독 자주 들어가 보는 채널이 있다. 'AI로 무엇이 가능한지 보여주고 싶다'는 demonflyingfox 채널이다.


이 유튜버는 주로 chat GPT, Midjourney, D-ID 등 다양한  AI 기술을 활용하여 '발렌시아가 모델'버전 해리포터, '독일' 버전 나 홀로 집에,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브레이킹 배드 등을 업로드한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다시 확인해 보니, 약 10시간 전에 '한국판' 해리포터도 업로드 되었다!)

demonflyingfox 동영상 목록 중 일부

1분 남짓한 짧은 영상들인데 각 캐릭터의 특징과 나라별 이미지가 잘 어우러진 새로운 해석에 감탄하며 자꾸만 보게 되는 중독성이 있다. 기술이 이렇게까지 발전하는구나 감탄만 하다가, 우연한 기회를 통해 전문가와 함께 직접 AI 이미지를 생성해 보게 되었다.


첫 작업은 책 속 주인공 이미지를 AI로 구현해 보는 작업이었는데, <폭풍의 언덕>의 히스클리프를 떠올리며 만든 작업 결과가 표지 사진과 아래의 사진이다.


여기에 D-ID를 활용하면 이미지에 목소리를 씌워 입모양이 움직이는 영상도 만들 수 있다.

내가 만든 히스클리프 동영상 :)

어설프지만 demonflyingfox의 작업과 비슷한 결과물을 만드는 과정에 흠뻑 빠져서 수업이 끝나는 것이 아쉽게 느껴질 정도였다.


두 번째로, 내 사진을 특정 화가의 화풍으로 변형시키는 작업도 해보았다. 아래는 캠핑장에서 찍은 우리 집 세 남자의 사진을 반 고흐 느낌이 나게 바꿔달라고 요청한 결과이다.

위가 원본 사진, 아래가 AI작업 결과물

첫 결과물에서는  해바라기 외에는 고흐의 느낌을 그다지 느낄 수 없어서 프롬프트를 바꿔가며 몇 번 더 작업해서 아래와 같은 이미지를 얻었다.

이미지생성 AI 사용법에 조금 익숙해진 뒤에는 재미 삼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싸이와 함께 춤을 추는 이미지도 만들어 보았다. 초보자가 몇 시간 만에 만든 것 치고는 나름 그럴싸해 보였는데, 전문가가 정교한 AI툴로 작업한 이미지는 얼마나 사실적 일지 느낄 수 있었다. 얼마 전 인터넷에 떠돌던 하얀 롱패딩의 교황님 사진이 가짜로 밝혀지기 전까지 많은 사람이 진짜라고 믿었던 것이 놀랍지 않다.


초등학생 때, 첫 수영 강습 시간이었다. 앉아서 발장구를 칠 때는 마냥 좋았는데 온몸을 물속에 내던지려니 두려움이 밀려왔다. 잔뜩 굳은 몸으로 물을 잔뜩 마시며 허우적거리는데, 노련한 수영강사님이 다가와 내 발을 밟아 수영장 바닥에 닿게 했다. "여기 네 키보다 낮은 곳이야. 걱정하지 말고 다리 펴고 똑바로 서 봐." 강사님 손을 부여잡고 몸을 쭉 펴니 수면이 아랫입술 언저리에 느껴졌다. 초보 수영강습자가 편안함을 느낄 높이는 아니지만 푹 잠겨버릴 정도로 깊은 것도 아니었다.


AI 챗봇도 그렇다. 지금까지 '나와는 상관없는 분야'라는 마음으로, 멋지게 수영하는 사람들을 그저 바라만 보고 있었다. 원데이 클래스를 통해 -비록 발을 물에 담그는 수준이었지만- 조금의 관심과 시간을 투자하니 새로운 세상이 열렸다. 내가 프로그램 개발을 할 수는 없겠지만, AI를 좀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일이 손도 못 댈 정도로 어렵거나 두려운 일은 아니었다.


6~7년 전 정재승교수님 강연을 들으러 갔다가 "대학전공 상관없으니 내일부터 인공지능 공부를 해보기를 권한다."는 말씀을 그저 웃어넘겼던 순간을 씁쓸한 마음으로 되짚어본다. 그 조언을 바로 실행에 옮겨 진지하게 공부했다면 저 강사님 자리에 내가 서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신대륙을 찾아 나서는 콜럼버스 같은 사람은 아니더라도, 세상이 던져주는 새로운 변화를 한 조각씩이라도 받아들여 나도 몰랐던 새로운 내 모습들을 발견하며 살고 싶다. 내가  할머니가 되었을 때 어떤 테크놀로지가 등장할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급변하는 세상에 살고 있으니 2024년 버전으로 다짐해 본다. 식당이나 영화관 키오스크 주문을 어려워하지 않는, 아이패드로 드로잉을 할 줄 아는, 손자손녀들 사진을 미국 하이틴 졸업사진(요즘 유행하는 AI필터)으로 바꾸어 전송할 줄 아는 할머니가 되고 싶다고. 무엇보다도 '네가 그냥 해줘'가 아니라 '그거 어떻게 하는 건데? 나도 알려줘'라고 말하는 할머니가 되고 싶다고.

작가의 이전글 말로 주고 되로 받는 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