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유혹하는 수많은 유튜브 채널과 알고리즘 추천 영상 속에서유독 자주 들어가 보는 채널이 있다. 'AI로 무엇이 가능한지 보여주고 싶다'는 demonflyingfox 채널이다.
이 유튜버는 주로 chat GPT, Midjourney, D-ID 등 다양한 AI 기술을 활용하여 '발렌시아가 모델'버전해리포터, '독일' 버전나 홀로 집에,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브레이킹 배드등을 업로드한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다시 확인해 보니, 약 10시간 전에 '한국판' 해리포터도 업로드되었다!)
demonflyingfox 동영상 목록 중 일부
1분 남짓한 짧은 영상들인데 각 캐릭터의 특징과 나라별 이미지가 잘 어우러진 새로운 해석에 감탄하며 자꾸만 보게 되는 중독성이 있다. 기술이 이렇게까지 발전하는구나 감탄만 하다가, 우연한 기회를 통해 전문가와 함께 직접 AI 이미지를 생성해 보게 되었다.
첫 작업은 책 속 주인공 이미지를 AI로 구현해 보는 작업이었는데, <폭풍의 언덕>의 히스클리프를 떠올리며 만든 작업 결과가 표지 사진과 아래의 사진이다.
여기에 D-ID를 활용하면 이미지에 목소리를 씌워 입모양이 움직이는 영상도 만들 수 있다.
내가 만든 히스클리프 동영상 :)
어설프지만 demonflyingfox의 작업과 비슷한 결과물을 만드는 과정에 흠뻑 빠져서 수업이 끝나는 것이 아쉽게 느껴질 정도였다.
두 번째로, 내 사진을 특정 화가의 화풍으로 변형시키는 작업도 해보았다. 아래는 캠핑장에서 찍은 우리 집 세 남자의 사진을 반 고흐 느낌이 나게 바꿔달라고 요청한 결과이다.
위가 원본 사진, 아래가 AI작업 결과물
첫 결과물에서는 해바라기 외에는 고흐의 느낌을 그다지 느낄 수 없어서 프롬프트를 바꿔가며 몇 번 더 작업해서 아래와 같은 이미지를 얻었다.
이미지생성 AI 사용법에 조금 익숙해진 뒤에는 재미 삼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싸이와 함께 춤을 추는 이미지도 만들어 보았다. 초보자가 몇 시간 만에 만든 것 치고는 나름 그럴싸해 보였는데, 전문가가 정교한 AI툴로 작업한 이미지는 얼마나 사실적 일지 느낄 수 있었다. 얼마 전 인터넷에 떠돌던 하얀 롱패딩의 교황님 사진이 가짜로 밝혀지기 전까지 많은 사람이 진짜라고 믿었던 것이 놀랍지 않다.
초등학생 때, 첫 수영 강습 시간이었다. 앉아서 발장구를 칠 때는 마냥 좋았는데 온몸을 물속에 내던지려니 두려움이 밀려왔다. 잔뜩 굳은 몸으로 물을 잔뜩 마시며 허우적거리는데, 노련한 수영강사님이 다가와 내 발을 밟아 수영장 바닥에 닿게 했다. "여기 네 키보다 낮은 곳이야. 걱정하지 말고 다리 펴고 똑바로 서 봐." 강사님 손을 부여잡고 몸을 쭉 펴니 수면이 아랫입술 언저리에 느껴졌다. 초보 수영강습자가 편안함을 느낄 높이는 아니지만 푹 잠겨버릴 정도로 깊은 것도 아니었다.
AI 챗봇도 그렇다. 지금까지 '나와는 상관없는 분야'라는 마음으로, 멋지게 수영하는 사람들을 그저 바라만 보고 있었다. 원데이 클래스를 통해 -비록 발을 물에 담그는 수준이었지만- 조금의 관심과 시간을 투자하니 새로운 세상이 열렸다.내가 프로그램 개발을 할 수는 없겠지만, AI를 좀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일이 손도 못 댈 정도로 어렵거나 두려운 일은 아니었다.
6~7년 전 정재승교수님 강연을 들으러 갔다가 "대학전공 상관없으니 내일부터 인공지능 공부를 해보기를 권한다."는 말씀을 그저 웃어넘겼던 순간을 씁쓸한 마음으로 되짚어본다. 그 조언을 바로 실행에 옮겨 진지하게 공부했다면 저 강사님 자리에 내가 서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신대륙을 찾아 나서는 콜럼버스 같은 사람은 아니더라도, 세상이 던져주는 새로운 변화를 한 조각씩이라도 받아들여 나도 몰랐던 새로운 내 모습들을 발견하며 살고 싶다. 내가 할머니가 되었을 때 어떤 테크놀로지가 등장할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급변하는 세상에 살고 있으니 2024년 버전으로 다짐해 본다. 식당이나 영화관 키오스크 주문을 어려워하지 않는, 아이패드로 드로잉을 할 줄 아는, 손자손녀들 사진을 미국 하이틴 졸업사진(요즘 유행하는 AI필터)으로 바꾸어 전송할 줄 아는 할머니가 되고 싶다고.무엇보다도 '네가 그냥 해줘'가 아니라 '그거 어떻게 하는 건데? 나도 알려줘'라고 말하는 할머니가 되고 싶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