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X 디자인에 적용할 수 있는 인간의 사고와 행동 원리
100 More Things Every Designer Needs
to Know About People
지은이 | 수잔 웨인쉔크
펴낸곳 | 위키북스
2017년 1월 24일 초판 발행
'모든 기획자와 디자이너가 알아야할 사람에 대한 <또다른> 100가지 사실'이라는 세상 긴 제목을 가진 이 책은 30년 이상 행동과학자로 활동해 온 심리학 박사, '브레인 레이디(Brain Lady)'로 알려진 수잔 웨인쉔크(Susan Weinschenk)의 저서이다. 이 책의 제목에 <또다른>이 붙은 이유는 저자가 2011년 이 책의 Ver.1격인 '모든 기획자와 디자이너가 알아야할 사람에 대한 100가지 사실'이라는 책을 출간했었기 때문이다.
이전에 출간한 책에 담긴 100가지 사실은 제품 기획자나 디자이너에게 많은 인사이트를 주며 큰 호응을 얻었는데, 심리학에 기반해 밝혀진 사람에 대한 여러 사실 중 실질적인 내용들을 알차게 선별하여 요약했기 때문이다. 당시 저자는 누군가 또 다른 100가지 사실이 있냐고 물었다면 '절대 없음!'이라고 웃어넘겼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기술 발전으로 인해 디자인해야 할 제품의 형태나 기능이 다양해졌고, 사람에 대한 새로운 사실들도 그동안 더많이 밝혀졌기에 저자는 또다른 새로운 100가지 사실을 우리에게 소개하게 되었다.
그러니까 100 + 100.. 총 200가지의 사실인데.. 하나하나 엄밀한 심사를 통과한 여러편의 심리학 및 신경과학 논문을 토대로 정리한 내용이기에 얼마나 많은 노력이 들어갔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다양한 주제를 상당히 폭넓게 다루고 있기에, 디자이너뿐 아니라 제품 개발자, 마케터, 광고 기획자, 컨텐츠 제작자 등 인간의 사고와 행동 양식을 이해하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유용하게 읽힐 수 있을 것 같다.
이 글에서는 책에서 다루어진 100가지 사실 중에서 UX 기획/디자인에 적용해볼 수 있는 인지과학적 원리에 조금더 초점을 맞춰서 크게 다섯가지(1. 시각 2. 사고 3. 기억 4. 의사결정 5. 정보처리) 주제로 정리해보고자 한다.
사람의 시각 체계로 정보처리를 할 때, 중앙시와 주변시 두 가지 시각 기제가 동시에 작동한다. 중앙시는 중심와(fovea)에 맺힌 매우 선명하고 세밀한 지각을 담당하며, 이 외의 영역이 주변시다. 중앙시가 핵심적인 시각 정보를 받아들이는 역할을 하지만, 주변시의 경우 중앙시가 향할 방향을 설정하기에 중요하다. 웹페이지를 볼 때 컨텐츠를 읽는 역할은 중앙시가, 컨텐츠 주변 헤드라인 등은 주변시가 처리하는 것이다. 주변시의 주의를 끌면 중앙시가 해당 방향으로 따라서 이동하기 때문에, 주변시의 영역인 사이드 부분도 최대한 활용해 디자인할 필요가 있다.
Related Facts
주변시는 중앙시보다 빠르게 위험을 감지하고 정서를 인식한다. p34
주변시를 통해 들어오는 정보는 낮은 해상도를 가지고 있다. p37
'생각에 관한 생각'을 저술한 카네만에 따르면 사람은 두가지(시스템 1, 시스템 2) 사고 모드를 통해 사고한다. 시스템 1 사고는 빠르고, 직관적이고, 쉽고 노력이 필요 없는 사고이고, 시스템 2 사고는 어렵고 노력이 필요한 사고이다. 시스템 1이 기본 모드이고, 어렵고 복잡한 과제를 마주했을 때 시스템 2가 작동한다. 따라서 대다수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시스템 1을 사용하고, 이 때문에 실수가 발생할 수 있다. 디자이너들은 이 점을 고려해서 행동을 하기 전 신중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시스템 1 모드에서 벗어나 시스템 2로 들어갈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두어야 한다.
Related Facts
글자가 읽기 어려울수록 내용은 배우기 쉬워진다. p112
사람은 의미 없는 숫자의 영향을 받는다. p256
기억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특정 사실에 대한 의미 기억 외에도 자전거 타는 법과 같은 운동 기억, 그리고 시각, 청각, 촉각, 후각 그리고 미각과 같은 감각 기억도 있다. 사람은 소프트웨어 시스템을 사용할 때 이러한 여러 종류의 기억을 종합적으로 형성하고 인출한다. 메뉴 아이콘이 어떤 의미였는지, 스크롤을 했을 때 어떤 화면이 나타날지, 단순한 터치에도 운동, 감각, 의미 기억이 종합적으로 작용하게 된다. 이러한 기억은 반복될 수록 강화되므로 중요한 기능의 경우 아이콘, 버튼, 위치 등이 쉽게 기억으로 부호화되고 인출될 수 있도록 디자인해야 한다.
Related Facts
어떤 기억들은 쉽게 변형된다. p59
음악은 기억과 감정을 촉발한다. p68
사람들은 복잡한 결정에 있어 감성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그리고 감성에 따른 의사결정이 무조건 틀렸다고 할 수 없다. 자동차 구매 상황을 가정한 실험에서, 세부 속성을 자세히 제시받은 그룹과 최소한의 정보와 느낌에 의존하여 선택한 그룹 모두 비슷하게 최고의 차를 선택했으며, 오히려 감성에 따른 그룹의 자신감이 더 높았다. 또한 감성을 토대로 결정할 것으로 생각된다면, 느낌을 갖는 시간과 의사결정을 내리는 시점 사이 간격을 최소화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렇듯 특히 구매와 관련된 정보를 디자인할 때 어떤 시점에 얼마만큼의 정보를 제공해야 할지 고민된다면, 감성과 관련된 사람이 의사결정 방식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Related Facts
사람은 시스템1(트루시니스) 사고를 통해 결정을 내린다. p72
자신감이 결정을 내리도록 하는 도화선이 된다. p92
집중하며 글을 읽을 때와 온라인에서 정보를 검색할 때의 읽기는 다르다. 집중하며 글을 읽을 때는 읽는 것과 자신의 경험을 연관지으며 새로운 생각을 떠올린다. '깊이 있는 읽기'를 통해 내적 경험을 하는 것이다. 반면 통독을 하거나 골라읽기를 할 때 시각적 주의가 많이 사용되며 이는 외적 경험이라 할 수 있다. 온라인 상의 컨텐츠 구조를 디자인할 때 사람들이 글을 '읽을' 것이라 가정해서는 안된다. 사람들은 많은 부분 그냥 넘어가고 이해하거나 기억하지 않기 때문에 통독/골라읽기에 적합하도록 내용을 작은 단위로 나누고 소제목을 사용하는 등의 방식을 이용해야 한다.
Related Facts
사람들은 온라인 기사의 60%만 읽는다. p130
사람들은 낡은 미디어를 떠날 준비가 되어 있다. p141
지금 내가 하고자 하는 연구의 목적은 바로 이 책에서 제시하는 것처럼 인지과학적 원리를 UX 디자인에 적용해보는 것이다. 그런데 사실 인지과학, 심리학 관련 내용들을 시스템 디자인에 바로 적용하기에는 내용이 다소 동떨어져있다는 느낌이 많이 들 때가 많다. 적용을 하더라도 굳이 많은 논문을 베이스로 하지 않아도 너무 당연하다고 (인지 로드를 최소화해야 한다거나..) 느껴질 때도 있다.
이 책의 저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경과학, 인지과학, 심리학적 원리를 구석구석 뒤져 그 중 디자인에 적용할 수 있을 만한 내용을 정말 잘 찾는 것 같다.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 만큼 직관적인 감으로 디자인되는 새로운 인터페이스나 제품이 많은데, 저자가 찾은 내용처럼 사람의 사고방식, 행동패턴에 대한 많은 원리들이 뒷받침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