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다 사라진 이들에게 부치는 편지
오시야 마 키요타카 감독의 애니메이션 <룩백>을 보았다. 만화 그리기에 빠져지 내던 두 소녀의 우정과 꿈을 그린 이야기이자 사랑이 끝난 자리를 바라보는 자의 마음에 관한 이야기다.
만화천재 '후지노'는 학교 신문에 네 컷 만화를 연재하며 큰 인기를 누린다. 네 컷 만화는 후지노에게 삶의 희열과 자부심을 느끼게 해주는 원천이다. 반면 '코모코'는 등교거부를 하며 방 안에 틀어박혀 만화만 그리는 '히키코모리'. 후지노가 잠시 만화를 쉬는 사이 '쿄모코'의 만화가 그 자리를 메우게 되는데 '후자노'는 '코모코'의 뛰어난 실력에 충격을 받는다.
두 사람은 이후 고등학생이 되어서까지 함께 작업을 하며 여러 편의 만화를 펴내고 촉망받는 작가로 떠오른다. 그리고 후지노는 전업작가로, '코모코'는 미대로 진학하며 각자의 길을 떠나게 되는데,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만다. 혼자 학교의 작업실에서 그림을 그리던 '코모코'가 괴한의 습격으로 세상을 떠나게 되고 '후지노'는 자신이 '쿄모코'를 지킬 수 있었던 여러 가지 상상을 하며 ㄱ로워한다.
나는 <Look Back>을 보고 나서 내가 거쳐온 수많은 해어짐들을 떠올렸다. "쿄모코'처럼 세상을 떠난 이별도 있었고, 시절이 다한 인연도 있었으며, 사람이 아닌 동물과의 이별도 있었다.
어쨌든 모든 이별은 다 뒤를 돌아보게 만들었다.
모든 사랑은 어떤 형태로든 끝이 나게 되어있고, 사랑했던 이들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이별을 치러야 한다. '만약에, ~했더라면', 이별은 조금 더 늦춰질 수 있었고, 또 다른 경험을 함께할 수 있었을 거라는 가정 앞에서는 늘 마음이 아프다.
미대에 가려던 '쿄모코'를 끝까지 설득해 같이 작업했더라면, 그녀가 학교 작업실에 혼자 있게 하지 않았더라면, 괴한이 '쿄모코'에게 다가갈 때 뒤에서 공격해 그의 손에 쥐어있던 도끼를 떨어뜨릴 수 있었다면. 두 사람은 함께 세상을 놀라게 할 만화를 만들어낼 수 있었을지도 모르고, 오랫동안 함께 나이 들어갈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이별로 끝나게 되어있는 사랑을 선택하는 마음에 대해 생각해 본다. 이별이 어떤 아픔을 남길지 모르기 때문에 사랑하게 되기도 하지만 어떤 사랑은 그것 외엔 할 수 있는 것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과 어린 강아지나 고양이를 사랑하는 마음, 반드시 '당신'이어야만 했던 마음, '후지노'와 '코모코'가 책상에 코를 박고 만화를 그리던 마음. 결국 세상은 이 모든 사랑으로 이어져간다.
언젠가는 그 가운데 어떤 것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때가 온다 해도 그 사랑이 끝났다고 말할 수는 없다.
보이지 않는 것을 그리워함으로, 그리워하며 밥을 먹고 사진을 뒤적이며 낯선 시간을 보내는 방식으로 사랑은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젠 더 이상 만질 수도 볼 수도 없다는 생각과 함께 밀려오는 슬픔 앞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나를 지나간 수많은 사랑 역시 사랑 앞에서 의연하지 못했던 사람들에게서 받은 것임을 기억하는 것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