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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리누나 May 24. 2024

십사일. 타인의 손길

순두부찌개


 마사지도 ‘신부관리’처럼 ‘산전’과 ‘산후’가 붙으면 두 배 가격이 되는 법이다. 물론 산전은 태아를 고려한 마사지, 산후에는 젖몸살 등 바뀐 몸을 고려한 마사지라 이를 이해하고 적합한 마사지를 제공한다면 프리미엄이 붙어야 맞다. 하지만 마사지의 경우 대부분 개인의 역량, 고객의 입장에서는 마사지사의 능력을 평가할 잣대가 경험과 후기 정도뿐이다. 이런 이유로 나는 마사지받는 걸 무척이나 좋아하지만 특별히 힘든 점이 없는 한 비싼 돈 내고 산전마사지는 굳이 받아보려는 생각은 없었다. 안 그래도 출산, 육아 용품에 조리원비 등 들어갈 비용이 한두 푼이 아닌데, 외벌이인 남편한테 미안한 마음도 들어서 출산 후 컨디션에 따라 몇 번 받아볼까 했다. 자연분만으로 둘을 낳은 친언니가 산후 마사지는 필요하다고 비싼 조리원에서는 따로 추가하지 않아도(조리원에서 마사지 추가는 보통 일반 마사지숍의 최소 1.5배에서 2배 가격이다) 꼭 받으란다.

 그런데 출산 전에도 미리 가슴 마사지를 해두면 젖몸살이 덜 올 수 있고, 임신 후기가 될수록 아침저녁 퉁퉁 붓는 팔다리 혈액순환을 도와 붓기 완화도 되며 무거워진 배를 이고(?) 다니며 뭉친 허리 근육도 풀려 산전마사지도 좋다고? 최근에 출산한 친구가 산전마사지도 출산 후 회복에 좋았다고. 남편이 종종 다리를 주물러주고 족욕도 해주지만 잠깐의 손길은 애정표현에 더 가깝다고 본다.

 임신 관련해서는 다 ‘아기를 위해서’라는 좋은 명목으로 물건과 서비스를 구매해 왔기에 오로지 나를 위한 마사지에 돈 들이기가 끝까지 망설여졌다. 임신 기간 동안 일을 한 것도 아닌데 몸이 그렇게 힘들 게 있나 싶은 괜한 피해의식 같은 것도 생겨(비행할 때 동남아 국가에서 비행 후 보상으로 느끼며 만끽해 왔기에) 오히려, 이 감정을 지우기 위해, 산후 관리받을 곳을 미리 체험해 보자 핑계도 삼아 예약을 했다.


결혼 준비하면서 몇 번 피부관리를 받은 이후로 처음 받은 마사지라 오랜만의 적당한 압력의 손길에 몸이 사르르 풀리는 기분이다. 마사지사분이 나와 같은 산부인과에서 아이 둘을 낳았다고 하셔서 이런저런 이야기도 두런두런 나눈다. 풀어둔 목걸이도 놓고 왔을 만큼 말이다. 그리고 생각지도 못하게, 순산하시길 바란다며 내가 입덧 때 귤을 그렇게 먹었다는 말을 기억하시고는 천혜향 한 박스를 배송해 주신 마사지숍 사장님. 영업의 일부이겠지만 커피 기프티콘 같은 게 아니라 배려한 티가 나는 영업에 마사지받은 곳이 더 시원해지는 기분 드는 마법. 감사하다는 말과 산후에 찾아가 서비스받겠다고 연락을 드렸다.


 이리 누워도 저리 돌아 누워도 똑바로 누워도 불편한 만삭의 요즘, 오래간만에 깊은 잠을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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