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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리누나 May 25. 2024

십이일. 언제 만날까

오이토스트


약간의 공복만 있어도 식은땀이 난다. 이때쯤이면 아기 성장은 거의 완성이라는데, 먹성이 좋은 걸까.

팬에 빵을 구우면서 채칼로 오이를 썰어 소금을 살짝 뿌려둔다. 삶아둔 달걀 껍데기도 까고 작은 화분에서 허브잎도 따 왔다.

플레인 요구르트 듬뿍 올린 식빵에 오이, 달걀을 얹어 민트와 딜로 싱그러운 여름 토스트. 두유를 곁들여 포만감 있는 식사를 한 뒤에야 병원에 갈 수 있다.


또 한 번의 내진 검사와 태동 검사, 아가는 잘 놀고 있지만 예정일이 열흘 가량 남은 이 시점 아직 밖으로 나올 생각은 크게 없나 보다.

지난주와 별반 다르지 않은 상태로 거의 열리지 않은 자궁문에 내진은 조금 더 아팠고, 그 사이 200g 아가 몸무게만 늘어났다. 아, 머리카락도 더 찰랑이게 길어졌다.

예정일까지 지켜봐야겠지만 산모 골반은 유한하게 늘어나는 반면 아가는 계속 클 수 있으니 41주 이상 기다리는 건 조금 무리, 양수가 줄어들 수도 있고 아가가 태변을 먹는 큰일이 날 수 있고. 하여 그 안에 아기가 내려올 수 있게 많이 움직여야 한다고 하신다. 그렇지 않으면 유도분만조차 어려울 수 있다.

보통 초산은 더디게 진행된다고 하니 너무 걱정은 말라고 주변에서 많이 들었지만 정말 분만을 목전에 앞두고 증상이 없으니 하루하루 불안해진다. 어떻게든 나오기는 하겠지만 말이다. 이런 불안함으로 선택제왕이 맘 편하다는 거구나, 또 마음이 흔들리기도 했다.


“애기가 엎드려 있어서 오늘 얼굴은 못 보겠네요, 얼굴은 직접 낳고 보는 걸로!”


하고 초음파 검사를 끝낸 선생님.

아, 낳고 얼굴을 본다니!

갑자기 너무 궁금해지는 아가 얼굴, 아가 손과 발, 아가 목소리.


엄마가 얼마나 기다리고 고대했는지 나중에도 알 수 있게 산모수첩에 잘 보이지도 않는 초음파 사진을 소중히 끼워 넣는다.


‘엄마 뱃속이 아직 편한가 보다 우리 아가. 엄마도 겁은 나지만 기대가 더 커, 우리 나와서 만나.’

한 줄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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