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일기 5일차 2020.8.28 금
교수님이 새벽4시에 콜을 받고 깼다는 이야기로 하루를 시작했다.
아무도 없는 수술방엔 교수들만이 수술에 참여하고 있었다. 그럭저럭 어떻게 돌아가긴 하는데, 바깥의 상황을 알 수 없으니, 안좋은 환자가 있다면 큰일이 날 수도 있겠다 싶은 상황이었다.
그리고 전공의에 대한 고발이 이루어진 후에,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각 병원 교수들도 성명서를 내기 시작했다. 어제까지 일한 우리 신경외과 치프를 고발하더니, 분노하는 교수들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서울대도 의대교수들의 성명서 발표가 있었고 우리도 임상교수협의회를 통해 성명서를 냈다. 각 병원의 성명서를 보면, 우리 후배들, 우리 제자들을 고발했다는 데 분노하는 교수들의 항변이 가득차있다.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SNS에 올라오는 글도 조금 더 격앙되었다. 이게 우리의 힘이 될 수 있을지...그래도 단합되어 가는 느낌도 들고 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그 와중에 지난주에 간이식한 환자의 상태가 더 악화되는 바람에 재이식을 하기로 결정하였다. 뇌사자 간이식을 기대했는데, 도저히 기다릴 수 없고 위에 대기자가 더 쌓여있는 통에 못버틸것 같다는 판단에 결정하였다.
토요일 오전에 하는것으로 예상했으나, 토요일에 간이식을 해줄 마취의들도 부족한 상황이라, 늦었지만 금요일 저녁에 응급으로 진행하기로 어레인지가 되었다.
전문의들로만 구성된 간이식팀이기에 수술은 어떻게 꾸역꾸역 돌아가긴 했지만, 실무에 익숙하지 않은터라, 잘못된 오더를 수정하거나, 어레인지에 애로사항이 있었지만, 다같이 힘을 모아 이식을 성공리에 마쳤다.
새벽 1시가 조금 넘어서 끝났는데, 다행히도 바깥의 환자들이 스테이블한 덕에 수술 동안 큰일은 없었다. 의식이 좋지 않던 수혜자도, 재이식 후 의식이 돌아온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마음을 놓았다.
시간이 우리편이 아님을 알기에, 이 파업의 끝이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많은 우리 후배들이 실질적인 피해를 받지 않았으면 한다.
매일매일 시시각각 바뀌는 상황이라 혼란스럽지만, 다음주 정도엔 오늘보다는 조금 나아지길...
-파업 5일차 진료교수 나부랭이 J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