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트리올에서 동양인으로 살아간다는 것
캐나다 몬트리올에 와서 제일 놀랐던 것은 생각보다 동양인이 많이 안 보인다는 것이다. 이민자의 나라인 캐나다에 이렇게 동양인이 안 보인다는 것이 굉장히 의외인 포인트다. 간혹 보이는 동양인들도 기껏해야 중국인들 몇몇이었고 다운타운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인을 찾아보기 굉장히 힘들다. 다른 지역보다 한국인들이 많이 보이지 않는 이곳은 어떤 이유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무언가의 장벽으로 인해 쉽게 정착하지 못하는 지역인 것만은 확실하다 생각했다.
퀘벡주 자체가 불어를 사용하는 비중이 높고, 불어를 사용하지 않을 시 온전히 그 사회에 녹아들기 쉽지 않기 때문에 그런 게 아닐까 생각된다. 다운타운을 제외하고 북쪽으로 갈수록 동네에서 사용되는 언어 1순위가 불어다. 내가 처음 에어비앤비로 살았던 숙소는 다운타운이랑 가깝지만 조금 북쪽에 위치해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주변 상점을 가면 대부분 불어가 먼저 들렸고, 영어로 물어보면 불어로 대답해 주는 신기한 체험을 하기도 했다. 아직은 영어 쓰는 게 편한 나는 결국 장기로 체류할 거처는 다운타운 쪽으로 결정했다.
해외에서 살다 보면 당연히 모든 게 한국처럼 편하지는 않지만 사람들이 내게 관심이 없기 때문에 정신적으로 편안함을 느꼈었다. 캐나다 몬트리올에 오기 전에는 굉장히 평안하고 사람들도 다 나이스 할 거라는 이상적인 생각을 했었는데 막상 와서 살아보니 이상과 다른 현실에 약간의 현타가 왔다.
우선 행정처리들이 정말 아날로그적이고 굉장히 오래 걸린다. 집 계약을 하고 들어오게 되면 하이드로 퀘벡이라는 전기와 수도세를 캐나다 퀘벡주의 전기의 발전, 송전, 배전을 관리하고 그 일부를 미국 북동부로 수출하는 공익사업체에 직접 등록을 해야 한다. 인터넷 웹사이트로 등록하는 것은 정말 간단하다. 개인정보와 주소를 등록하면 되는데 문제는 등록하고 에이전트 쪽에서 승인 및 이전 세입자의 기록을 지워줘야만 내가 전기 수도세를 얼마나 내야 하는지 알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나도 등록하고 기다리다 아무런 정보가 안 떠서 결국 실시간 채팅으로 도움받아 프로세스가 어떻게 되는지 자세히 알 수 있었다. 고객센터에서는 "나도 너의 계정이 언제 업데이트가 될지 모르겠어. 에이전트가 하는 일이라 그냥 기다리고 있으면 돼."라는 시시한 대답만 들을 수 있었다. 이 외에도 이사한 지 한 달이 지났는데 건물 관리자는 아직도 나의 메일함 열쇠를 주지 않았다는 것. 온라인으로 물건을 시키면 연락도 없이 그냥 방문했다가 도로 물건 가지고 리턴 시키는 배달업체 등 다양한 방면으로 생활하면서 불편한 게 이만저만이 아니다.
몬트리올만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사람들이 나이스하지 않다. 어떤 건물의 문을 열 때 매너 있게 열고 기다려주거나 하는 생활의 매너는 다들 장착이 되어 있지만 우선적으로 도심에 살면 마약을 하는 노숙자들이 많이 널브러져 있기 때문에 항상 긴장하면서 걷게 된다. 이것도 시간이 해결해 줄 것 같지만 일반적인 노숙자들과는 다르게 사회에 많은 불만을 가지고 있는 노숙자들도 있고,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며 돌아 다니는 노숙자들도 있다. 팀홀튼 빈컵을 들고 흔들면서 돈을 구걸하는 굉장히 적극적인 노숙자도 보았다. 한 번은 버스를 기다리느라 정류장에 서있었는데 갑자기 맞은편 도로에서 약을 한 것 같은 여자 할머니 노숙자가 다가와서는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게 아닌가. 나는 굉장히 당황하고 화났지만 투명인간 취급을 하며 아무런 대꾸를 하지 않았다. 장장 5분 정도 본인 하소연을 하면서 소리를 지르다가 결국 다른 곳으로 가버리셨다. 주변에 다른 사람들도 있었지만 다들 그냥 쉬쉬하는 분위기이고 그러려니 하는 것 같았다.
캐나다 몬트리올을 검색하면 굉장히 아름다운 유럽풍의 건물들과 아름다운 자연풍경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이곳에서 사는 것은 또 다르다. 다운타운은 서울과 다름없이 다들 자기 삶에 지쳐 표정들이 없고, 역 주변에는 노숙자들이 즐비하다. 경찰들도 수시로 지하철 역과 주변 공원들을 돌면서 감시를 하고 있고 앰뷸런스, 소방차, 경찰차의 소리로 가득 찬 다운타운의 모습. 다운타운만 조금 벗어나면 우리가 아는 그런 평화로운 몬트리올의 모습을 볼 수 있긴 하지만 이곳에서 사회생활을 해야 하는 직장인은 아름답고 평화로운 풍경보다는 사건사고를 마주하는 일들이 더 많다.
아직은 몬트리올 새내기라 이런 것들이 새롭고 눈에 걸리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런 것들이 당연시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