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에 1377권의 책을 읽은 어느 초등학생의 비밀 1
독서는 뇌를 바꾼다 - [1등의 독서법]
독서의 중요성은 언제나 어느 곳에서나 강조되고 있다. 너도 알고 나도 아는 이제는 흔한 이야기. 그래서 매우 당연스럽게 책육아를 시작했다. 열정에 불타는 첫 아이었고, 때마침 육아에 전념할 수 있게 일도 그만둘 수 있었다. 근본 없는 자신감에 넘쳐 잘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하지만 책 육아에 대해 제대로 공부하지 않고 시작한 탓에 책 읽어주는 방법도 모른 채 말 그대로 마냥 읽어주기만 했다. 독후활동 같은 건 생각도 하지 못했고 무슨 책을 읽어줘야 하는지 엄마들 사이에 족보처럼 내려오는 필독도서 리스트조차 잘 알지 못했다. 자꾸 똑같은 책을 가져오는 아이 때문에 엄마는 지루했다. 어느 때는 내 맘대로 책을 골라오고 내 맘대로 읽어주었다. 아이는 같은 책에서도 페이지를 펼칠 때마다 다른 것을 본다는 것을 무지한 엄마는 그때 전혀 알지 못했다. 그냥 열심히만 읽었다. 그래도 어설프게 들은 것은 있어서 나름 구연동화를 하듯 읽어주니 흥미를 보였다.
남편은 육아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남자였고, 아빠와 집안의 남자 역할에 충실했다. 우리는 매일 저녁을 먹고 카페나 마트 등 어디라도 외출을 했다. 아이와 다양한 시간을 보내고 싶은 아빠의 마음이었으리라. 그런 아빠이기에 아이는 당연히 가능할 거라 생각했나 보다. 하루는 아이가 저녁식사를 끝낸 뒤 아빠에게 책을 읽어달라고 했다. “아빠는 한글을 몰라. 그래서 책을 읽어줄 수가 없어” 세상에. 책 읽어주기가 싫어 문맹인 척 하다니. 어이없고 얄미웠다. 다정한 남편은 아니었지만 자상한 아빠였기에 그의 대답은 충격이었다.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나 그 말에 이유를 물으니 “나는 당신처럼 리얼하게 읽어줄 수가 없어. 너무 민망해” 참나. 나라고 어찌 부끄럽지 않았을까. 읽다 보니, 읽어야 하니, 엄마이니까, 그냥 하는 것뿐. 그런데 또 그 이유도 나름 납득이 갔다. 그리고 체념했다. 아니했었다. 그래, 책은 내가 읽으마. 너는 몸을 움직이거라.
시간이 흘러, 어느 날 하원길에 담임선생님이 조심스럽게 물어오셨다. “어머니. 혹시 아버님께서 글을 모르시나요??” 아니, 이건 또 무슨 자다가 남의 남편 허벅지 긁는 질문인가요. 아이가 “우리 아빠는 한글을 몰라서 책을 못 읽어줘요” 라고 했다고 하시며 선생님은 얼굴에 조심스러운 물음표를 띄우셨다. 너무 부끄러워 순식간에 얼굴이 홍당무처럼 달아올랐다. 더듬더듬 얼버무리고는 아이의 손을 잡고 도망치듯 어린이집을 빠져나왔다. 집에 와서 당황함을 물리치고 곰곰이 생각을 해보았다. 중학교 의무교육의 시대에 한글을 모른다는 이 기상천외한 아이의 말을 선생님은 진짜로 믿으시는 건 아니겠지. 동네 엄마들에게 소문이라도 난다면 대체 이게 무슨 망신이란 말인가. 아이에게 선생님께 왜 그런 말을 했냐고 다그치려다가 말을 삼켰다. 이 순수한 생명체가 무슨 죄가 있겠는가. 사랑하는 아빠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은 죄 밖에는.
이제는 10살이 된 딸아이가 얼굴에 웃음을 묻히고 말한다. “아빠, 영어 할 줄 알아?? 나 영어책 좀 읽어줘” 남편은 큰 눈을 꿈뻑이며 어색한 웃음으로 우리 모두가 예상하는 대답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