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육아는 가난해서 하는 교육?!

1년에 1377권의 책을 읽은 어느 초등학생의 비밀 2

by 룰루메이

오늘의 나를 있게 한 것은 우리 마을의 도서관이었다. 하버드 졸업자보다도 소중한 것이 독서하는 습관이다. - 빌 게이츠





아이가 3학년이 되고 얼마 후 나의 첫 번째 보물(큰아이)에 관한 행복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책을 좋아하는 아이, 책을 많이 읽는 아이, 매일 학교 도서관에 가는 아이 등등. 듣기만 해도 배 불러지는 이야기들로 만들어진 소문. 그런 아이로 만들려고 지난 2년 동안 얼마나 노력을 했는지 생각하니 나 자신이 기특해졌다. 일단 셀프로 토닥토닥 한번 하고.




그 후로 오며 가며 나를 만나는 엄마들은 가벼운 인사 뒤에 대부분 같은 질문을 했다. "어떻게 하면 아이가 그렇게 책을 많이 읽게 할 수 있어요??", "독서교육을 어떻게 시작하셨어요??", "책 좋아하게 만든 비법이 뭐예요??" 등등. 이런 질문에 '글쎄요. 특별히 비법이랄께 있을까요. 아이가 스스로 읽기 시작해 좋아하기까지 하더라고요' 라며 어깨를 한번 으쓱거려 줘야 한껏 멋도 나고 우리 아이에게 후광도 비칠 텐데.

하지만 우리 모두가 알듯이 세상에 스스로 책을 집어 들어 읽기 시작하는 아이는 1%도 안될 거라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무수히 많은 노력을 했다. (이 노력에 관해서는 후에 따로 발행해 보겠다) 다행히 나의 노력을 아이가 잘 받아주었고, 책을 좋아하는 아이로 만드는 데 성공하였다. 믈론 현재까지는. 그리고 나의 노력을 궁금해하는 이들에게 알려주고, 그들도 나처럼 스스로 독서하는 내 아이를 행복한 눈으로 바라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마음으로 알려주고 싶었다. 내가 얼마나 노력을 했는지, 내 아이가 얼마나 힘들게 따라와 주었는지 알려주고 싶었다. 그러나 현실은 내 마음과는 너무 달랐다.








궁금해하는 엄마들에게 교만하게 비법이랍시고 우리의 지난 책 읽기 시간들에 대해 알려주었다. 그러면 열이면 아홉은 딸려오는 ‘그건 아이들 성향에 따라 다르다', '아이가 하나니까 가능하지', '그렇게 책 읽을 시간이 어디 있나' '라는 식의 말들. 그래, 맞는 말이다. 나의 아이는 엄마의 말에 잘 따라주는 FM 같은 아이였고, 외동이었고, [코로나]라는 복병 덕분에 집에 있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많았었다. 하지만 그런 아이들도 엄마의 노력 없이는 쉽게 책을 좋아할 수 없을 거라 생각한다. 그래서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는 건 어떠한지 이야기 나누곤 했다. 그러나 내 생각과는 다르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부정적인 말들이 들려왔다. '어떻게 다른 사교육 없이 책만 읽히는 거지??', '엄마가 애교육에 관심이 너무 없네', '집에서 책만 읽히는 걸 보면 엄마가 좀 폐쇄적인 사람인가 봐'. 처음에는 웃었다. 내 아이가 잘나면 어깨가 으쓱하지만, 또 별거 없어 보이는 아이가 내 아이보다 잘나 보이면 시기와 질투가 생기는 법. 그런데 아이에게 관심이 없다는 말은 좀처럼 듣기가 거북했다. 내가 어떻게 만난 내 딸인데. 나도 여느 다른 부모들처럼 나의 아이에게 세상에서 가장 좋은 것만 주고 가장 행복하게 자라기를 바라는 엄마이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모른 체했다. 독서교육에 대해 물어오는 이들이 있어도 겸손을 가장한 침묵으로 알려주지 않았다. 그랬더니 또 이런 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그 집 경제상황이 좀 어려워서 사교육은 못 시키고 그렇게 주구장창 책만 읽히는 거라며?!' 정말 말 그대로 '띠용'이었다.







나도 엄마는 처음이기에 선배맘들에게 조언을 구했다. ‘예체능은 저학년 때 시켜야 한다’ ‘고학년이 되면 학습학원도 다닐 시간이 빠듯해진다’라는 말들이 공통된 의견이었다. 그래서 부지런히 보냈다. 미술, 피아노, 수영, 발레, 요리수업 등등. 코로나 입학생인 아이는 여러 번 공백이 있었기에 보통 2학년이면 다 접는다는 그런 학원들을 3학년이 된 지금도 열심히 다니고 있다. 내년에 4학년이 되면 아이가 원하는 한두 가지만 빼고 대부분 그만 둘 계획이다. 선배맘들의 말은 정말이었다. 3학년이 된 아이는 영어학원에 다니고 싶다고 했고, 일주일에 2번가는 소규모 학원을 보냈다. 정해진 시간에 가는 학원이 하나 더 생겼을 뿐인데, 학원숙제라는 것이 생기니 매일 가는 피아노는 일주일에 두 번을 빠지게 되고 미술은 정해진 시간을 다 못 채우고 나오는 게 비일비재하였다. 하루에 기본으로 4~5권의 책을 읽는 아이는 책 읽을 시간이 부족해 종종 숙제를 하다가 엄마 몰래 책을 본다. 예전 내가 몰래 숨어서 만화책을 보던 그 모습처럼. 그러니 또 고민을 하고 있다. 무엇을 그만두어야 할까. 어떻게 책 읽는 시간을 확보해주어야 할까. 이러한 나의 고민들은 그냥 돈 없는 엄마가 하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너무 속이 끓었다. 남편에게 그 여자들의 대해 욕을 하였다.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아 SNS에 아이의 독서 수준에 관한 글을 올리며 소심한 복수를 하였다. 다시 읽고 보니 얼굴이 화끈거려 훗날 삭제하였지만.








나를 스쳐 지나가는 엄마들은 모르는 거겠지. 나라는 엄마가 지난 10년 동안 얼마나 많은 고민을 하고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책육아를 끌고 왔는지. 세상에는 여러 가지 교육방식이 있다. 부모란 자고로 내 아이에게 맞는 방법을 최대한 많이 고민하며 찾아줘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머리 빠지며 그러고 있는 것이고. 부모마다 아이들에게 목표한 바가 다르고 아이들의 능력이 다르다. 나와 다른 교육을 시킨다고 해서. 나와 다른 길을 가고 있다고 해서. 그냥 이상한 엄마 취급을 하진 않았으면 한다. 학기말이 되어 아이의 독서 소문은 조금 잠잠해졌고 자연스레 나의 속상함도 좀 수그러들었다. 그러니 이제는 누군가가 또 물어오면 나는 지난 내 고생들에 대해 털어놓으며 조언을 해줄 수 있지 않을까?. 나도 당신도 엄마이니까.

작가의 이전글선생님, 우리 아빠는 한글을 몰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