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0. 런던 정원여행 - 그리니치 파크
영국에 온 지 일주일이 지났다.
사실상 이날이 사진을 찍는 일정으로는 마지막이었다. 원래는 전날 그리니치에 가려고 했으나, 날씨를 보니 맑은 날 꽃이 많은 곳을 돌아보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해 그리니치 일정과 런던 중심부 일정을 바꿨다. 여기도 에든버러처럼 가을을 건너뛰고 겨울이 오는지 으슬으슬 추운 아침이 찾아왔고, 노스 그리니치 역에서 내려 버스를 타고 그리니치 파크로 향했다.
아침 일찍 도착한 그리니치 파크는 개를 데리고 나온 사람들과 조깅하는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천문대가 있는 언덕 꼭대기까지 올라가니, 천문대 입구는 개장시간을 기다리는 관광객들로 가득했다. 천문대 입구에서는 런던 시내가 멀리까지 보였다.
천문대 정문 옆에 쪽문이 있는데, 그 길을 따라 천문대 뒤쪽으로 내려가다 보면 로열 옵저버토리 가든 입구가 나온다.
담장을 열고 들어가니 작은 정원이 나왔다. 정원에는 나 혼자 있었는데, 가끔 위쪽에서 관광객들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 말고는 대체로 조용한 분위기였다. 새조차도 거의 없는 정원은 가을빛으로 물들어가고 있었다.
이 정원은 가을에 피는 꽃은 별로 없어 보인다.
정원 전체적으로 보면 초록빛이 많이 남아있었으나, 날이 추워서 그런지 쳐진 잎들과 초록 사이로 보이는 시들고 물든 잎들을 보니 곧 겨울이 올 것만 같았다.
중앙에는 좁은 잔디밭이 있고, 커다란 나무들이 정원 외곽의 시야를 가렸다. 짧게나마 나무 사이로 산책로가 꾸며져 있었는데 셔터스피드가 너무 안 나와서 나무 안쪽에서는 사진을 찍지 않았다.
넓은 잔디밭과 언덕, 커다란 나무들을 보니 올림픽공원이 생각났다. 공원에는 밤나무와 까마귀들이 많았고, 천문대 앞 곧게 뻗은 도로는 단풍으로 붉게 물들었다.
공원이 꽤 넓었는데, 한 바퀴를 천천히 돌았다. 공원을 도는 동안 촬영보다는 경치를 보는 데 시간을 많이 었다. 공원을 도는 동안 구름으로 가득 찬 하늘에서 빗방울이 하나둘씩 떨어졌다.
공원 남쪽 플라워 가든은 호수를 끼고 있는데, 특이하게 앵무새들이 날아다녔다.
정원은 다양한 원색 꽃들로 꾸며져 있었다. 큰 나무들 사이로 잔디밭에 마치 섬처럼 고립된 구역을 꽃들로 꾸며놓은 것이 인상적이었다.
낡은 저택 앞은 장미정원으로 꾸며져 있었다. 매달려 있는 꽃잎만큼이나 땅으로 떨어진 꽃잎들이 많았는데, 이제 곧 겨울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았다. 추운 날씨에 가을비가 내리니 그런 생각이 더 드는 것 같다.
Sony A7R2
Zeiss Distagon T* FE 35mm F1.4 ZA (SEL35F14Z)
LumaFonto Fotografio
빛나는 샘, 빛샘의 정원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