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표현하고 싶은 것
사진을 더 예쁘게 담아보기 위해 본격적으로 카메라를 구입했거나, 렌즈가 2개 이상 포함되어 나오는 최근 스마트폰들을 갖고 있다면, 아웃포커싱 혹은 인물사진 모드에 대한 이야기들을 들어봤을 것이다. 소프트웨어 보정이든 광학적 결과든 모종의 처리로 초점이 맞은 부분만 선명하게 표현하고 나머지는 흐릿하게 표현하여 내가 담고 싶은 것을 더 돋보이게 하는 기법인데, 이 기능을 한동안 사용하다 보면 단순히 배경이 흐려지는 것까진 좋은데 어디가 선명하게 보여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들게 될 것이다.
이번 글에서는 내가 정원사진을 찍을 때 초점과 심도를 어떻게 신경 쓰는가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하고자 한다. 거리에 따른 촬영 팁이나 마크로 촬영 관련 팁을 공유할 때 더 자세하게 설명할 것이다.
사람을 찍을 때는, 적절한 거리에서 눈을 기준으로 초점을 맞추면 사람만 초점이 선명하게 맺히고 나머지 배경부는 흐릿하게 찍힐 것이다. 보통 사람이 서 있는 위치는 배경들과 어느 정도 거리가 있을 것이니 내가 원하는 부분과 원하지 않는 부분을 분리해내는 것이 매우 쉽게 느껴질 것이다. 소프트웨어로 보정받는 경우도 있고.
하지만 사람과 달리 정원에서 꽃과 나무를 찍을 땐, 사람 얼굴이나 눈처럼 명확하게 알고 있는 포인트를 찾는 데 다소 헷갈릴 수 있다. 보통 나는 정원사진에서 초점을 맞출 때 이런 기준을 갖고 작업한다.
흔히 보는 각도에서 꽃을 가까이 잡을 때는 암술 또는 수술에 초점을 맞추는 편이다. 꽃마다 암/수술의 형태가 서로 다르다 보니 딱히 공식처럼 정해놓고 촬영하지는 않고, 꽃의 형태나 촬영이 가능한 각도, 빛이 들어오는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잡는 편이다.
여러 꽃들이나 잎들이 뭉쳐있을 때, 나는 위치에 상관없이 내가 포인트로 잡기 위해 의도한 위치로 초점을 맞추는 편이다. 맨 앞쪽으로 초점을 맞추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면 생각한 대로 찍으면 된다. 그리고 꼭 맨 앞의 물체에 초점을 맞추거나, 초점을 맞출 부분이 맨 앞으로 오도록 몸을 일부러 움직일 필요는 없다. 오히려 초점이 맞지 않은 곳이 흐려진다는 것을 이용해서 배경으로 활용할 수 있다.
피사체와 조금 떨어진 거리에서 초점을 잡을 때는 속 편하게 무한대로 초점을 놓고 작업하지만, 간혹 앞뒤로 걸리는 물체가 있다면 상황과 표현 의도에 따라 무한대가 아니라 원하는 거리로 초점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
이제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선명하게 담을지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조리개는 단순히 초점이 맞은 지점 기준으로 앞뒤로 어느 정도 범위까지 선명하게 표현할지를 결정하는 것으로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조리개 조절로 인해 같은 구도에서 표현할 수 있는 사진이 보다 다양해지므로, 나는 거의 대부분의 상황에서 조리개 우선 모드로 세팅하고 사진을 찍는다.
사진에서 조리개를 조일수록(카메라의 HUD에 보이는 F값이 높을수록) 초점을 맞춘 지점 앞뒤로 선명해지는 구간이 늘어난다. 거리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조리개를 보통 8~13 사이로 조일 경우 흔히 봐오던 풍경사진처럼 모든 부분이 선명한 사진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반대로 조리개를 개방할수록(카메라의 HUD에 보이는 F값이 낮을수록) 초점을 맞춘 지점 앞뒤로 선명해지는 구간이 줄어든다. 초점거리가 가까울수록, 초점이 맞는 부분 앞뒤로 다른 피사체 없이 공간이 넓을수록, 화각이 망원일수록 흐려지는 효과는 강해진다.
조리개를 충분히 조이더라도, 초점을 앞쪽에 맞추고 초점이 맞은 지점 뒤쪽으로 공간이 더 있다면 상황에 따라 흐릿한 부분을 여전히 표현할 수 있다. 나무 너머 구름까지 프레임에 담을 때 구름은 여전히 흐린 느낌을 내고 싶다거나, 길 같은 이어진 부분 끝에 흐릿한 느낌을 주어 거리감을 적당하게 주고 싶다거나 할 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대체로 예시로 든 사진이 먼 거리에서는 조리개를 조여 흐린 부분을 적게 담고, 가까운 부분에서는 조리개를 풀어 흐린 부분이 많아 보이게 담아야 유리하게 보인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대체로 맞는 편이긴 하지만, 우리가 사진을 찍을 때의 상황은 생각보다 다양하며, 정원에서는 초점을 맞출 지점과 함께 선명하게 표현할 범위를 적절히 조절한다면 더욱 다양한 사진을 담을 수 있을 것이다.
원하는 부분을 선명하게 표현하는 것에 대한 얘기를 해봤다면, 이제는 초점이 맞지 않은 나머지 부분에 대한 얘기를 해보자.
사진을 찍고 난 뒤, 문득 결과물을 보고 묘하게 기분이 거슬리는 느낌이 들 때가 있을 것이다. 사진을 예쁘게 잘 찍었다고 생각했는데 뒤쪽의 원치 않은 나뭇가지가 끼어들어 사진에 한 획을 굵게 남기거나, 화려한 등산복을 입은 행인이 시야 안에 들어와서 마치 튀는 점처럼 잡히는 등 분명 예쁘게 찍은 사진인데 배경에 거슬리는 무언가로 인해 본래 사진에서 표현하려던 것이 흐트러진 느낌을 받은 적이 있을 것이다.
초점이 맞지 않은 부분도 초점이 맞은 부분만큼 중요하다. 선명함과 흐릿함이 모두 들어있는 사진에서, 선명하게 표현할 부분을 신경쓰는 것이 사진의 기본적인 부분이라면, 흐릿하게 표현될 부분까지 신경쓰는 과정은 사진의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흐릿하게 표현할 부분을 통해 선명하게 표현할 부분을 더욱 부각하거나, 다른 느낌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어떤 사진을 담고 싶은지를 생각한 다음, 그 사진에서 강조해서 표현할 부분이 어떤 부분이고, 흐려질 부분으로 인해 초점이 맞은 부분의 분위기가 방해받지 않는지를 살펴가며 촬영한다면 예쁜 사진을 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