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맞추다
오랫동안 사진을 찍어오면서, 커뮤니티나 사진 관련 사이트의 글들을 보고 강의를 듣는 등 사진을 더 잘 찍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들에 대해 찾아보았다. 내 사진을 더 잘 찍기 위해 여러 가지 도움되는 팁들을 봤지만 가장 크게 다가왔던 조언은, 글에서 본 것도 아니고 내 사진을 올렸던 글에 달린 '눈높이와 다르게 시점을 잡아보라'는 댓글이었다. 그 댓글을 본 뒤로 눈높이에서 사진을 찍는 것을 벗어나 보니 그 이전의 사진들과 다른 사진들이 보였고, 본격적으로 바라보는 방법에 대해 생각해보기 시작했었다.
이전 글들에서 내가 정원사진을 찍기 위한 기본적인 설명과 도구를 고르는 법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면, 이 글부터는 본격적으로 필드에서 촬영을 할 때 도움이 됐던 조언들과 내가 느꼈던 것들에 대해 적어보려 한다. 특히 이 글에서는 내가 구도를 잡을 때 가장 유념하는 것들에 대해 설명한다.
우리는 평생 살면서 파인더나 스크린의 라이브뷰를 통해 세상을 보는 시간보다 맨눈으로 세상을 보는 시간이 압도적으로 많다. 사진을 시작하는 대부분의 동기가 우리가 눈으로 봤던 예쁜 것들을 남기고자 하는 욕망에서 비롯됨을 감안하면, 거의 본능에 가깝게 카메라를 처음 들면 선 채로 눈높이에서 시점을 맞추게 될 것이다. 스마트폰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다고 하면 내 눈에 라이브뷰가 잘 보이도록 눈높이까지 폰을 들거나, 꽃이나 잎 바로 앞에 폰을 들이대며 찍게 되는 것이 우리가 가장 쉽고 편하게 사진을 대하는 방법일 것이다.
나무 그늘에 앉아서 고개를 들어 나무 위를 올려다봤을 때, 침대에 누워서 창 밖에 보이는 풍경을 볼 때 등 우리가 서있는 상태가 아닌 다른 상태에서 세상을 바라봤던 기억들을 떠올려보자. 평소에 걸어 다니거나 차에 앉아서 봤던 풍경과는 다른 모습이 보일 것이다. 이러한 기억들을 떠올리는 것을 시작으로 시점을 조금만 바꿔줘도 정원의 다른 모습들이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늘 지나다니던 길을 걸어 다니거나, 버스를 타거나, 택시를 타고 움직일 때, 눈높이가 달라짐으로 인해 드러나는 풍경의 미묘한 차이를 느껴본 적이 있다면 그 느낌을 사진에도 똑같이 담아보자.
눈높이를 바꾸는 것에 대해 생각했다면, 이제 좌우에 대한 얘기를 해보자. 매우 당연한 말이지만, 꽃과 나무나 풀은 스스로 움직이지 않는다. 꽃 하나를 찍을 때, 길을 가다 맞닥뜨린 상황이나 잠깐 멈춰서 그 꽃을 다양한 각도에서 볼 때의 느낌은 분명 다르다. 또한, 사람을 볼 때 정면과 양쪽 측면을 볼 때 서로 다른 느낌이 나던 것을 떠올리면서, 고정된 물체를 여러 각도에서 바라보자. 분명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앞에서 봤다면 몇 걸음 더 움직여 옆에서도 보고, 조금 더 위에서도 보고, 아예 쪼그려 앉아서 낮게도 보다 보면 처음에 마주쳤을 때의 모습보다 더 예쁜 모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학부 입시를 준비할 때 가장 많이 들었던 말 중 하나는, '그리다가 종이가 한눈에 들어올 때까지 뒤로 물러나서 그림을 전체적으로 바라보는 것'에 대한 말이었다. 본래 저 말의 의도는 부분을 묘사하는 데 집중하다 화폭 안의 전체적인 조화가 깨지는 것을 경계하라는 의미지만, 사진에 적용해 보면 내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담을지를 결정하기 위해 눈에 보이는 풍경을 바꿔가며 살펴보는 것이라 생각한다. 가까이에서 전체의 한 부분에 집중했을 때와, 멀리서 하나의 큰 무리를 한눈에 담을 때 서로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영상과 달리 사진은 프레임 안에 담긴 풍경이 움직이지 않으므로, 이러한 과정을 거치는 것은 사진을 찍는 데 매우 중요하다. 촬영을 위해 인위적으로 구성한 환경이 아니라면, 정원에서 대부분의 꽃들은 한 송이만 피어있지 않고 무리 지어 있으며, 나뭇잎 하나는 나무 한 그루에 달린 수백수천 장 중 한 장에 불과하다. 멀리 바라보며 하나의 그룹을 모두 프레임 안에 담을지, 한 부분에 집중해 고유의 느낌을 살릴지 생각해 보자. 이러한 과정을 반복하며 고민하다 보면, 지금 위치에서는 꽃 한 송이 나뭇잎 한 장을 바라보다 넓게 잡는 것이 더 낫다는 생각이 들거나, 내가 처음 봤던 부분보다 더 예쁘게 찍을 수 있는 부분을 찾는 등 예쁜 사진을 담는 데 도움이 된다.
예쁜 사진을 찍기 위해 내가 자연스럽게 보던 시선을 비틀어 보는 것에 한동안 익숙해졌다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 보자. 이런 '익숙해진 왜곡'이나 '습관적인 뒤틀어보기'로 인해 구도가 어느 정도 공식처럼 자리 잡고 습관적인 촬영으로 사진을 찍는 것 자체에 지루함이 느껴진다면, 가끔은 다시 편하게 찍어보는 것도 내 사진을 환기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처음부터 이렇게 찍는 것을 유지하기엔 결국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엄청난 양의 발품을 팔아야 하므로 그다지 추천하고 싶진 않지만, 여러 방법으로 사진을 찍으며 기량을 닦아왔다면 이렇게 찍었을 때 그냥 눈높이에서 그대로 찍었더라도 처음 사진을 찍었을 때와는 다른 느낌의 사진들을 담을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사진에 심한 권태기가 밀려왔을 때, 탈피하기 위한 방법으로 사용했었다.
이 경우 표준화각에 가까운 렌즈를 챙겨갈수록 원하는 느낌을 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일련의 과정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내가 피사체를 처음 봤을 때와 다른 모습이 보이는지 다시 살펴보는 것'이다. 익숙한 눈높이나 손 위치에서 탈피해서 다른 자세와 높이로 카메라를 잡아보기도 하고, 하나의 피사체에 집중할 때는 다른 각도에서 살펴보며, 거리를 조절해 내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담을 것인지를 생각하다 보면 그동안 흔하게 봤던 사진들과는 다른 사진들을 담아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것들을 생각하면서 사진을 많이 찍다 보면, 자연스럽게 내가 좋아하고 사진으로 찍고 싶어 하는 구도에 대한 감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찍은 사진이 많이 쌓일수록 이렇게 사진을 볼 때 생각했던 것들이 습관이 되고, 그 습관이 내 사진 스타일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