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날씨

같은 장소, 다른 느낌

by 빛샘

어느 계절에 어디서 사진을 찍겠다고 정했다면, 언제 어떤 날씨에 갈 것인지도 중요한 변수가 된다. 우리가 흔히 보는 것들이 시간과 날씨에 따라 다른 느낌으로 보이듯, 꽃과 나무들도 마찬가지로 시간과 날씨에 따라 다른 느낌으로 보인다. 해가 뜬 지 얼마 안 됐을 때 봤던 주민센터 옆 화단이 저녁에 돌아올 땐 노을빛을 받아 빛나고, 운동장 옆 벚나무가 맑은 날과 흐린 날에 볼 때 느낌이 다른 것처럼. 같은 시간에 같은 피사체를 찍더라도 시간과 날씨가 다르다면 다른 느낌을 담아낼 수 있다.

이 글에서는 같은 장소에 있으나 시간과 날씨에 따라 다른 느낌을 내는 것들을 보고 담으며 느꼈던 것들과 신경 써야 했던 것들에 대해 정리해보려 한다.



시간과 장소에 따라 달라지는 빛

당연한 얘기지만, 늘 해는 아침에 동쪽에서 뜨고 저녁에 서쪽으로 진다. 해가 뜨고 지는 방향에 따라 그림자가 달라진다. 꽃과 나무는 스스로 몸을 돌릴 수 없으니 내 시선이 움직여야 하고, 시간에 따라 빛을 예쁘게 받는 곳이 다를 수 있다. 햇빛이 들어오는 날 기준으로 어떤 사진을 찍을 수 있는지를 정리해보았다.


해가 뜰 때 ~ 아침

해가 뜨는 순간도 해가 질 때처럼 빛이 상당히 역동적으로 변하지만 이 때는 일반적으로 식물원/수목원이 문을 여는 9시보다 한참 전이고, 매우 부지런하지 않으면 보기 힘든 빛이다. 해가 조금이라도 늦게 뜨는 늦가을/초봄이라면 해가 뜰 때의 느낌이 아주 약간은 남아 있을 것이다. 이때의 빛은 약간 노을같이 퍼지는 느낌의 빛을 볼 수 있고, 시선을 조금만 아래로 내리면 극적인 느낌을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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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뜬 지 시간이 꽤 지났음에도 노을같이 퍼지는 빛이 남아있다. (9시 - 한라수목원 / 8시 - 킹 조지 5세 공원)


정오 ~ 2시 근처

보통 해가 가장 높이 뜨는 시간이다. 햇빛이 가장 강하게 내리쬐어, 피사체의 밝은 부분과 어두운 부분 간 대비가 가장 극명하게 나타나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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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곳을 찍는다면 빛이 많이 들어오는 이미지를 담을 수 있고, 그늘을 찍을 때 느낌이 잘 살아나는 시간이다.(12시 - 퀸 시리킷 파크, 2시 - 푸타몬톤)


3 ~ 4시 사이

해가 슬슬 서쪽으로 기울어가는 시간이다. 정오 근처처럼 햇빛이 매우 강렬하지도 않으면서, 밝은 느낌을 주는 사진을 담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늦은 오후와 더불어 가장 자주 담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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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간대는 정오 때보다 편안한 느낌의 사진을 찍을 수 있다. (4시 - 신구대식물원, 4시 - 봉은사)


4 ~ 7시 사이

이때부터는 해가 저물어 가는 것이 느껴지는 시간이다. 계절에 따라 시간대가 가장 급격하게 변하는 시간대이기도 하다. 그리고 개방된 공원 같은 곳이 아니라면, 일반적으로 정원이 문을 닫는 시간이다. 겨울이면 4~5시 사이, 여름이면 6~7시 사이 정도에 해당한다. 해가 많이 낮아져서 프레임 안에 해가 들어오는 사진을 담기 수월하며, 해가 들어올 때는 빛이 극적으로 느껴지는 사진을 담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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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낮게 뜨므로, 각도를 잘 맞추면 피사체가 빛나는 듯한 느낌을 줄 수 있거나, 태양을 프레임 안에 담아 극적인 느낌을 줄 수 있다.(5시 - 아침고요수목원, 6시 - 백사실)
해가 거의 저물어가 하늘빛이 변하는 때는, 하늘 배경으로 찍으면 평소와는 다른 사진을 담아볼 수 있다(7시 - 서울숲)


인공광/실내조명

시간과 상관없이 탁자에 놓인 스탠드, 카메라에 장착한 플래시나 LED 라이트, 반사판이나 거울, 핸드폰 손전등 기능 등을 활용해 원래 빛이 오는 방향과 다른 방향에 빛을 인공적으로 뿌리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다. 날씨나 빛의 제약조건을 인공적으로 극복하는 것으로 이미지를 더욱 강렬하게 만들어보거나, 지나친 역광과 어두운 영역으로 인한 후보정 부담을 덜어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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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시나 반사판 등을 활용해 역광을 일부 또는 거의 지우거나, 빛이 부족한 상황에서 빛을 강제로 늘려 사물을 강조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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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 빛이 안 들어오는 실내라면, 실내의 여러 조명이나 거울 같은 것을 활용해볼 수 있다. 전문적인 장비가 없더라도, 주변 환경을 활용해 사진의 아름다움을 끌어올려볼 수 있다.



날씨에 따라 달라지는 것들

시간에 따라 빛이 변하듯 날씨에 따라 사물도 다르게 보이기 마련이다. 일기예보를 보고 원하는 날씨를 찾아 움직이거나, 갑작스럽게 날씨가 변하면 변한 날씨와 맞는 분위기를 찾으려 하는 편이다.


맑거나, 구름이 조금 있는 날

흔히 생각하는 빛이 가득 들어오는 이미지를 찍기 가장 좋은 날씨다. 구름이 아예 없다면 빛을 강하게 받는 것을 노려 강렬한 이미지를 담거나, 구름이 약간 있다면 구름을 배경에 나오게 구도를 잡아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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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 강하게 내리쬐는 날에 밝은 이미지를 더 밝게 만들어보거나, 그림자 사이에 빛이 들어오는 구도를 잡아 피사체의 주목도를 끌어올릴 수 있다.
구름이 조금 있는 날엔, 하늘을 배경으로 잡아보면 제법 근사해 보이는 이미지를 만들어낼 수 있다.


흐린 날

맑은 날에 비해 밝은 부분과 어두운 부분의 밝기 차이가 적어지는 날씨다. 대체로 차분하거나, 무거운 분위기를 노려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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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이 가득 차면 하늘이 흰 배경으로 보일 것이다. 구름 사이 약간의 틈이나 잠깐 빛이 들어올 타이밍을 잡으면 공간감이 더 크게 느껴지는 사진을 담을 수 있다.


비 오는 날

보통 비가 많이 오면 촬영에 현실적인 어려움이 크기 때문에 잘 나가지는 않는 편이다. 비가 가볍게 오고 가벼운 카메라를 챙겼거나, 작정하고 우비를 입고 카메라에 레인커버를 씌운다면, 흐린 날의 분위기와 물방울로 인한 생동감을 동시에 챙겨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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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방울이 살짝 보일 정도의 느낌으로 현장감을 강조하거나, 피사체와의 거리를 좁혀 물방울이 맺힌 모습을 담아 생동감을 강조해볼 수 있다.


미세먼지/온실

생활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 미세먼지지만, 오히려 미세먼지를 디퓨저를 쓴 것처럼 생각하고 사진에 활용해볼 수도 있다. 또한, 온실은 유리나 비닐 때문에 바깥보다 빛이 덜 강하게 내리쬐므로 바깥에서 찍었던 것들과는 다른 느낌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만일 이런 상황에서 강제로 디퓨저를 쓴 느낌이 싫다면, 피사체를 멀리서 담기보다는 가깝게 다가가 크게 담고 초점이 흐려지는 부분을 최소화하면 이런 느낌을 줄여볼 수 있다.


분명 맑은 날이지만, 잔뜩 끼인 미세먼지로 인해 맑은 날과 흐린 날의 중간 느낌을 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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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 유리는 투명하지만 유리 위에 앉은 먼지까지 투명하진 않아서, 햇빛 바로 아래보다는 빛이 조금 순화된 느낌을 담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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